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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새벽을 여는 사람들] "달리면서 쓰레기 줍줍"…플로깅에 빠진 와이퍼스 운영자 황승용 씨

와이퍼스 운영자 황승용 씨가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메트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손진영 기자

"플로깅(plogging)을 시작하면서 경제적, 신체적, 정서적으로 삶이 달라졌어요."

 

미래와 환경을 생각하면서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있다. 플로깅에 빠진 '와이퍼스(WIPERTH)', 지구를 닦는 사람들이다. 4명으로 시작된 와이퍼스는 1년이 넘은 현재 440명에 달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입소문이 난 덕이다.

 

지난 17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만난 와이퍼스 운영자인 '닦장' 황승용(36)씨는 "플로깅을 시작한 이후 자연스럽게 소비 역시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위주'로 바뀌게 돼 한 달 지출이 50만~200만원까지 줄어들었다"며 "식습관도 비건 지향적으로 바뀌어 육류를 줄이다보니 몸무게가 10㎏ 빠지고, 정서적으로도 열정이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황승용 씨가 플로깅을 하고 있다. / 와이퍼스

최근 환경 운동의 새로운 흐름으로 나타난 플로깅은 '이삭을 줍다'는 뜻인 스웨덴어 'plocka upp'과 영어 단어 'jogging(조깅)'의 합성어다. 즉,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말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을 생각하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취향을 겨냥했다. 지난달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구의 날을 맞아 플로깅에 참여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실제 와이퍼스의 멤버들도 20대~30대가 주된 연령층이다. 다만 최근 미세 플라스틱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아이가 있는 신혼부부나 60대 어르신들이 참여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어르신과 손주가 함께 오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의 경우 플로깅을 하면서 서로 줍겠다고 싸우는 귀여운 광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플로깅은 쓰레기가 담긴 봉투를 들고 뛰기 때문에 그냥 조깅보다 칼로리 소비도 많은 편이다. 스쾃이나 런지 자세를 제대로 하면서 쓰레기를 주우면 운동 효과도 크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쓰레기를 주우면서 뛰려면 어려움이 있다. 주울 쓰레기가 너무 많은 탓이다. 특히 20~30년 전 오래된 쓰레기를 발견할 때면, 씁쓸할 때가 많다고 황 씨는 덧붙였다. '펩시콜라' 병이 옛날 표기인 '펲시콜라'로 표기된 병을 발견하거나 지금은 단종된 과자나 라면 쓰레기를 들이 눈에 띄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플로깅을 하면서 주운 쓰레기들. 지금은 단종된 제품의 포장지들이 썩지 않고 남아있다. / 와이퍼스

황승용 씨는 "해변에서 플로깅을 할 때는 타이어나 아이스박스 같은 거대한 쓰레기들이 많은데 가장 충격적인 건 작고 분해된 스티로폼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라며 "자라나 아기고래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할 때도 있다. 이런 광경을 볼 때면 돌고 돌아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고 말했다.

 

와이퍼스는 기업도 환경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진행한 '꽁초 어택'도 이 같은 생각에서 시작됐다. 담배를 수입하고 관리, 판매하는 KT&G 등 담배 회사에 꽁초를 주워 보내는 프로젝트다. 수없이 버려지는 담배꽁초 문제에 일정 부분 기업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환경 보호를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단체 행동이다.

 

황승용 씨는 "도심지 쪽에서 플로깅을 하면서 가장 많이 줍는 쓰레기는 단연 담배꽁초가 일등이다"며 "하루에 버려지는 담배꽁초 개수는 1200만 개가 넘고, 일 년으로 환산하면 수십억 개에 달한다. 담배꽁초 필터 소재가 플라스틱인데 이를 생분해되는 것으로 바꾸,고 길에 수거함을 설치하는 등 기업에서도 환경에 책임지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씨는 칠순까지 플로깅을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플로깅 모임인 와이퍼스를 올해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하기 위한 준비도 꾸준히 하고 있다. 플로깅 모임을 이끌다 보니 방송에 나와 플로깅을 전파할 기회도 생겼다. 최근에는 환경 관련 책 집필도 시작했다.

 

더 크게는 와이퍼스가 환경 오염으로 인한 기후 위기에 놓인 보육원이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울타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황 씨는 말했다. 이를 위해 보육원과 연계한 장기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 실제 기후 위기에 맞서는 적극적인 세대는 학교 대신 거리에 나선 스웨덴의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로 대표되는 청소년들이다.

 

황 씨는 "어른들에게는 환경 문제가 남 일일 수 있겠지만 아이들은 자기 자신의 일이다"며 "부정적인 생각만 하기보다는 일단 작은 일이라도 해봐야 문제점이 보이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MZ세대가 뭉쳐서 하다 보면 어른들도 결국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을 위한 작은 발걸음 중 하나인 플로깅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활용하면 쉽게 참여할 수 있다. 황 씨는 "플로깅을 통해 주말을 보람차게 시작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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