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사회>제약/의료/건강

[다시만난 巨人] 잊지못할 참 기업인, 유일한 유한양행 회장②

집무중인 유일한 박사

"온 힘을 다해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국민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유일한 유한양행 전 회장의 강한 신념 위에 세워진 유한양행은 특별한 기업이다. 유 회장이 처음 경영권을 승계한 1969년 이후 5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한양행은 평사원 출신의 전문경영인을 선출하고 있다. 1900여명의 유한양행 임직원들 가운데 유 사장과 연관된 친인척은 단 한명도 없다. 유 회장의 신념과 사상은 한해 매출 2조원을 바라보는 국내 1위 제약사로 성장한 지금까지도 기업의 근간을 지키고 있다.

 

유 회장은 기업이 본격 성장가도에 오른 1936년 개인 회사였던 유한양행을 주식회사로 개편했고, 종업원 지주제를 채택했다. 창업 때부터 함께 일해온 국내 주주 19명이 우리나라 최초 종업원 주주가 됐다. 그의 사상은 그 때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기업이 영세할 때는 개인 소유 회사로 머물러도 괜찮다. 그러나 기업이 크게 성장해 사회적 위치와 기여도가 커지면 응당 주식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은 기업대로 성장할 수 있고, 사회는 그 기업을 믿고 후원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은 결코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와 종업원의 것이다.

 

1940년대에 접어 들기까지 유한양행이 판매한 안티푸라민, 네오톤, GU사이드 등은 연달아 아시아 일대를 휩쓴 히트제품이 됐다. 유한양행은 동양에서 유수의 제약업체로 이름을 알렸고, 국내에선 유일하게 일본을 앞지른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 전쟁 당시 부산 피난 시절에도 정제 비타민을 직접 개발했다.

 

▲전쟁으로 모든 것은 파괴된 조국에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했다. 당시 피난지의 시설과 기술로는 벅찬 일이었다. 하지만 피나는 연구와 시행착오 끝에 완전한 '정제 비타민' 생산에 성공했고, 영양부족과 질병에 시달린 국민들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휴전 이후 우수의약품 생산업체로 거듭났다.

 

▲약을 단순히 파는 것보다 개발·생산해서 한국 경제에 더 큰 보탬이 되고 싶었다. 다행히 산업은행에서 전후 복구를 위한 특례금융이 있었다. 이 때 융자를 받아 연구와 생산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고, 국민 보건에 가장 시급한 항생제 생산·판매를 먼저 시작했다. 두 번째 융자금으로 최신 화학 실험연구실을 세웠다. 유한양행을 세계적인 제약회사로 발전시키는 신약 개발의 꿈은 거기서 시작됐다.

 

유일한 박사가 유한공고졸업식장에서 학생들과 어울리는 모습

 

 

유 회장이 '국가' 다음으로 우선 순위를 둔 것은 '교육'이었다. 교육자로서의 오랜 꿈은 70세가 넘어서야 이루어졌다. 그는 사재의 대부분을 털어 1962년 재단법인 유한학원을 설립했고, 1963년 '유한공업고등학교'를 세웠다. 그기 떠난 후에도 유한재단을 발전을 거듭해 1978년 '유한공업전문대학(현 유한대학교)'을 세웠고, 지금까지도 훌륭한 인재들을 키워내고 있다.

 

-왜 교육이 중요했나.

 

▲한국이 나라를 빼앗긴 것은 국민이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유한학교 설립 목표는 '나라에 쓸모있는 일꾼을 만들자'였다. 한국이 산업 국가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계통의 기술자가 꼭 필요했다. 먼저 인간다운 인간을 만들고, 그 후 기술을 가르치면 사회에 봉사하는 일꾼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다. 내가 남긴 유한공고의 교훈은 ▲참된인간 ▲기술 연마 ▲사회 봉사다. 열심히 배우고 일하는 것은 그 자체가 사회에 대한 봉사이고 애국이다.

 

1968년 유일한 유한양행 회장은 모범납세자로 선정되어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그는 '시대를 앞서 간 참 경영인'으로도 평가받는다. 유한양행은 1962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기업 공개(주식 상장)를 단행했다. 주식시장이 활발하지 않았을 당시, 공개된 주식 가치는 기업의 가치보다 5~6배 적었다. 손해를 감수한 결정이었다. 유 회장은 1968년 성실 납세의 공로로 업계 처음 동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왜 손해를 감수하면서 주식 공개란 결정을 내렸나.

 

▲기업이 한두 사람의 손에서 이루어지면 장기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회사가 시끄럽더라도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켜야 발전에 도움이 되고 국가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나는 자본주의 경제는 모든 기업이 공개 법인체가 되어야 유지될 수 있다고 믿는다. 만일 모든 기업이 소유 체제에서 사회에 대한 기여 체제로 바뀔 수만 있다면 자본주의 경제는 사회주의 복지 체제가 뒤따를 수 없는 최상의 경제가 될 것이다.

 

-성실한 납세는 여전히 모든 기업의 큰 숙제다.

 

▲기업은 언제나 정직하게 세금을 내 정부를 도와야 한다. 하지만 세금 이외에 다른 돈을 정부에 바치고 그 대가로 도움을 얻어낼 생각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유한양행은 여러 차례 세무조사를 받았지만, 그 때마다 세무사찰 요원들이 부정을 찾아내기는 커녕 오히려 감동을 하고 돌아갔다. 1962년 세무조사를 받은 후에는 우량납세자 표창을 받았고, 1967년 엄격한 세무사찰이 시작된 때에는 3억원의 세금을 정직하게 납부한 사실이 알려지며 동탑산업훈장을 받게됐다.

 

유일한 회장이 남긴 유언장

 

 

유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미리 도입한 선구자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1969년 아들인 유일선 부사장을 해임하고, 평생을 바쳐온 유한양행 경영권을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조권순 부사장에 물려줬다. 그리고 2년 후,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빈 손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들을 내보낸 건 가슴 저린 결정이었을 것 같다.

 

▲일선은 기업과 가정보다 국가와 교육을 우선하는 유한양행의 정신을 이해하지 못했다. 미국에서 지내온 아들에게 애국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사실 무리였다. 유한양행은 유일한 개인의 것도 아니고 유일선의 소유도 아니다. 아무리 가족이라 할지라도 기업의 경영에서 냉정하게 분리하는 것이, 유한양행의 미래를 지키고 보존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재산을 환원한 유언장은 큰 울림을 줬다.

 

▲기업의 소유주는 엄연히 사회다. 개인은 단지 그 관리를 할 뿐이다. 기업에서 얻은 이익을 그 기업을 키워 준 사회로 환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내가 평생을 일궈온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없었다.

 

2021년, 유한양행은 연간 매출액 2조원을 바라보는 국내 1위 제약기업으로 성장했다. 신약 개발의 꿈도 이뤄지고 있다. 유한양행은 최근 3년간 총 5건의 신약 후보물질을 해외로 기술수출하는데 성공했다. 수출 규모는 4조원에 이른다.

 

지난 1926년, 유일한 박사는 풍요롭던 미국을 떠나 불모지인 이 땅에 선진 제약산업의 씨앗을 심었다. 그리고 그가 떠난지 50년, 기업인 유일한의 신념은 어느덧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그가 떠나온 세계를 향해 다시 가지를 뻗어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 유한양행을 바라보는 감회가 어떤가.

 

"기업이 커졌다고 변하는 것은 없다.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직'이란 유한의 전통을 더욱 신중하게 되새겨야 한다. 우리는 온 힘을 다해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국민에 도움을 주고, 정직하고 성실한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기업의 이익은 첫째, 일자리를 만들고, 둘째 정직하게 납세하며, 셋째 그러고도 남은 것은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한다는 '유한의 정신과 신조'를 꼭 기억해주기를 부탁한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다시 한번 기도해줄 수 있나.

 

▲주님, 분노와 절망과 역경의 깊은 골짜기에서 저희를 건지시고 패배와 허무감을 불식시켜 주시옵소서. 저희들에게 주어진 좋은 것들을 충분히 즐기며 참을성 있고, 친절하고, 우애할 수 있는 능력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무엇보다도 온 인류가 평화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저희들의 마음을 겸손함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채워주시옵소서.(유일한 박사의 기도문 中)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