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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흥미로운 엔터테인먼트 LAW] 유럽 슈퍼리그를 통해 배우는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계약의 특성

박상오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지난달 19일 유럽 축구계를 큰 충격에 휩싸이게 만든 소식이 발표됐다. 유럽 슈퍼리그(ESL, European Super League)의 출범이 바로 그것이었다. 슈퍼리그는 바르셀로나, 레알마드리드,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첼시, 유벤투스, AC밀란 등의 명문 구단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로서, 뛰어난 실력과 많은 팬을 보유한 위 구단들(이른바 '빅클럽들')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 매주 홈(home) 앤드 어웨이(away) 방식으로 리그 경기를 치르고, 각 그룹의 상위 팀이 토너먼트 대회를 치러 우승팀을 뽑는 방식으로 계획됐다.

 

이러한 슈퍼리그는 우리에게 박지성, 손흥민을 통해 친숙한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EPL, English Premier League) 등의 '자국 리그'와 챔피언스리그(UCL, UEFA Champions League) 등의 '유럽 대항전'으로 구성돼 있는 유럽 축구의 기본적인 골격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었다.

 

슈퍼리그 출범 후 이를 추진하는 측에서는 창단 클럽인 12개 클럽이 모두 구속력 있는 계약(binding contract)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슈퍼리그를 위해 약 40억 달러(약 4조 5천억 원)를 지원한다는 내용도 발표됐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슈퍼리그는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커다란 변화처럼 보였다.

 

하지만 슈퍼리그를 주도한 클럽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바로 현지 축구 팬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반발이었다. 슈퍼리그 출범이 발표되자 당장 유럽 축구계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는 UEFA(유럽축구연맹)과 각 리그 사무국이 크게 반발했다. UEFA 등은 바로 슈퍼리그에 참여하는 클럽들에 대한 제재를 준비했다. 영국 정부 같은 경우에는 입법을 통해서라도 슈퍼리그에 참여하는 자국 클럽을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슈퍼리그에 참여하는 클럽을 가장 당황하게 만든 것은 현지 팬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반발이었다.

 

슈퍼리그 출범 발표 후 프리미어 리그를 중심으로 한 현지 팬들의 반발은 점차 커져갔다. 슈퍼리그에 참여하는 클럽들의 팬들조차 슈퍼리그 참여가 클럽의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크게 비판했다. 여기에 각 클럽의 감독, 선수들까지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슈퍼리그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이에 결국 맨체스터 시티를 시작으로 프리미어 리그 소속 클럽들이 슈퍼리그 탈퇴 의사를 연이어 밝혔고, 최대 투자자인 JP모건체이스까지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슈퍼리그는 사실상 정상적인 출범이 불가능하게 됐다.

 

슈퍼리그의 위와 같은 사례는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관련 계약에서 클럽과 팬(서포터)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반적인 상품이나 서비스의 경우라면 사업구조를 주요 상품 위주로 재편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문제되지 않는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특정 지역과 밀접한 연관이 없는 e스포츠와 같은 경우에는 각 국가의 핵심 프로팀들만 모여 세계적인 리그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반발에 부딪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유럽 축구(특히, 영국)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클럽이 연고지를 클럽명(리버풀 등)으로 사용하고 있고, 클럽과 그 지역 현지 팬들 사이에 매우 깊고 오래된 유대관계가 형성돼 있다. 슈퍼리그 측은 전 세계의 팬들을 확보할 목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였지만, 이러한 연고지와의 관계나 현지 팬들이 감정에 대해서는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다.

 

슈퍼리그의 출범을 위해 참여 클럽들 사이에 작성된 계약서도 분명 법률 검토를 받았을 것이고, 참여 클럽들은 UEFA나 소속된 리그와의 관계에서 규정상 어떤 징계 등의 문제가 있는지도 충분히 법률적으로 검토했을 것이다. 그러나 슈퍼리그 측은 계약에 앞서 고려되어야 하는 사실적, 문화적 요소에 대한 검토를 충분히 하지 않았고, 이는 결국 약 4조 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던 프로젝트가 사실상 무산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관련 계약에서 관련 법령이나 판례뿐만 아니라 해당 계약과 관련된 사실적, 문화적 요소, 클럽, 선수, 팬 등에 대한 영향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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