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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리더의 책장] 양보경 성신여대 총장이 추천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1402년, 가장 넓은 세계를 그린 당대 최고의 지도

 

양보경 성신여자대학교 총장

세계가 급변하고 있다. 세계사적으로 지도전쟁은 16세기부터 치열해졌다. 소위 탐험시대라 불리는 시대에는 지도를 만들고 가진 자가 영토와 권력을 소유하고 세계를 지배했다.

 

현재는 종이지도의 시대가 아니라 수치지도, 디지털지도의 시대이다. 지도는 예나 지금이나 위치정보, 지상 및 지하, 각종 시설과 건물, 이동네트워크를 담는 본질적 그릇이다. 지도는 지금도 각종 데이터를 담는 첨단 산업의 핵심 인프라 중 하나이다.

 

변화가 빠를수록 본질과 기본이 중요하다. 한국 지도 전통이 어땠는지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동여지도'가 우리나라의 가장 훌륭한 지도로 알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 지식은 정확하지 않다. '대동여지도'는 그 이전 오랜 기간 동안 지도를 제작해 왔던 문화적, 과학적, 지리적 토대가 있기에 가능했던 지도이다.

 

한 국가와 사회를 유지하는 힘은 무엇일까?. 경제력 외에 문화적 힘은 최후의 경쟁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늘은 조선의 문화적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도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문명의 기억 지도(KBS문명의기억지도제작팀, 2012) ▲조선시대 세계지도와 세계인식(오상학, 2011) ▲조선이 그린 세계지도(미야 노리코, 2010) ▲KBS 창사 39주년 특집 명작다큐 4부작 '문명의 기억 지도' 등의 책과 다큐멘터리에서 언급됐다. 태종이 즉위 후 2년, 조선 건국 기념 10주년 기념작으로 만든 지도로 추정된다.

 

인간은 왜 지도를 만드는가?. 사람은 위치와 장소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국가 등 조직체는 개인보다 영역 확보와 확인을 더욱 필요로 한다. 지도가 인간이 영역성(領域性)을 의식한 오랜 옛날부터 제작된 이유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국립중앙박물관 복제본/ 양보경 성신여대 총장 제공

전통적으로 동양에서는 하늘(天)·땅(地)·사람(人)의 세 가지 요소[三才]를 우주의 근본으로 생각했다. 그중에서 땅은 만물의 형성 기반이며(周易 : 至哉坤元 萬物資生) 만물의 활동의 근거이자, 국가와 경제, 군사적 토대로서 중시됐다. 이 때문에 땅의 이치 즉 지리(地理)는 고대부터 탐구되고 중요시됐다.

 

지리의 한 부분이었던 지도는 하늘과 땅과 사람이 따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우주라는 큰 그릇 속에 담겨 서로 연결돼 있었으며, 사람들의 행위와 제도가 우주의 근본 원리를 찾으려는 노력으로서 우주를 닮으려는 소우주의 구현이었음을 보여 준다. 또한 지도는 인간의 마음 속에 그려진 세계와 공간의 표상이다. 인간 정신의 보편성을 이해하는 중요하고 근본적인 수단이다. 문자언어나 숫자보다도 앞선 인간의 의사소통의 오랜 형태이기도 하다.

 

조선 건국 후 10년만인 1402년(태종 2) 조선에서 제작된 세계지도인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현존하는 우리나라 지도 중 가장 오래된 지도이며, 당대 세계지도 중 가장 훌륭한 지도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지도에 크게 그려진 조선 부분은 현존하는 가장 오랜된 우리나라 전국지도이기도 하다. 크기면에서 보면 조선이 상대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크게 그려져 있다. 이는 오류가 아니다. 이는 조선 초기 조선의 자부심, 조선 중심적인 자아 인식의 공간적 투영이다. 이 지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사실적으로 그려진 가장 오래된 세계지도, 당대 가장 훌륭한 세계지도로서 한국을 넘어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그 세계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1488년 바르톨로뮤 디아스의 희망봉 발견, 1498년 바스코 다가마의 인도 항해의 결과로 1502년 칸티노의 세계지도에 아프리카 대륙이 제모습을 갖추게 된다. 서양보다 100년 전에 아프리카 대륙을 사실적으로 그린 점은 전 세계인을 놀라게 한다.

 

또한 이 지도는 동서문명의 교류를 보여주는 흔적들이 가득 담겨있는 귀중한 세계적 문화유산이다. 이 지도는 기본적으로 중국, 한국, 일본의 지도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고대 그리스 시대, 중세 이슬람의 지도학적 지식, 유럽, 아프리카, 아라비아의 많은 지명들이 동서문명의 교류로 포함될 수 있었다. 이 흔적은 일반적으로 상세하게 다루지 않는 이슬람 지역에 수많은 지명이 쓰여있는 점에서 대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인도가 작게 그려지고, 인도에 지명이 거의 기록되지 않은 것은 이 지도의 기반이 몽골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지리적 지식이었음을 반영한다. 불교국가로서 인도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고려가 망한지 10년밖에 안된 시점이기에 이 지도는 당대 전통적인 불교적 세계관과는 다른 세계관을 반영하는 세계지도인 셈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지도는 일본에만 4종의 사본이 소장돼 있어 국내에서 연구와 소개가 잘 돼 있지 않았다. 일본 소장본 중 류코쿠(龍谷)대학 소장본은 가장 대표적인 초기 사본으로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서양사회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과 국립중앙박물관에 이 지도의 모사본이 상설 전시돼 있으니, 620년전 최첨단 지도였던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그리고 이를 기획 제작했던 조선초기의 문화의 힘을 탐험해 보시기를 권장한다.

 

양보경 한국여자대학총장협의회 회장(성신여자대학교 총장)은 다음 글쓰는 이로 오명숙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이사장(전 홍익대학교 신소재화공시스템공학부 교수)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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