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프랑스 5대 샤또 와인
"막 들이대며 쳐들어 오는 신세계 와인의 과일향이 없어. 절제하고 강건하고 기다릴 줄 아는 그런 진지한 와인이야."
와인애호가들이 공통적으로 꾸는 꿈이 있다. 와인을 시작했다면 죽기 전엔 꼭 마셔보겠다는 '버킷 리스트'의 와인. 바로 프랑스의 5대 샤또 와인이다.
때는 185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파리 세계 박람회 당시 보르도 상공 회의소는 메독 지역의 최고 레드 와인에 대한 공식적인 와인 목록을 요청받고 등급 분류에 나선다. 이 가운데 1등급을 받은 샤또 마고와 샤또 라피트 로칠드, 샤또 라뚜르, 샤또 무똥 로칠드, 샤또 오브리옹 등이 5대 샤또다.
요즘 와인 유튜브 가운데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와인킹'이 5대 샤또의 와인을 시음하는 영상을 올리며 와인애호가들의 마음이 술렁였다.
와인킹은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거주하며 와인 관련 유럽석사학위를 가진 와인전문가다. 그는 전 세계에 몇 백명 되지 않는다는 최고의 와인전문가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들과 와인을 맛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고가의 와인도 마시지만 저가의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내놓으며 종종 스승인 마스터들을 골탕먹이기도 하는 것이 재미 요소다.
이번 5대 샤또 시음 역시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진행됐다. 피터 코프는 마스터 오브 와인답게 "조화미가 있고, 복합적이고 섬세해 구대륙 와인의 정수"라며 바로 보르도 최고의 와인임을 알아챘다.
샤또 라피트 로칠드와 샤또 오브리옹은 2014년 빈티지였다. 2014년은 보르도 날씨가 좀 서늘했다. 과일향이 섬세하다 보니 와인을 만들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피터는 오히려 이 점을 좋게 봤다. 그는 "라피트 로칠드는 빈티지가 좋으면 힘이 지나치지만 빈티지가 좀 안 좋으면 다른 와인들보다 좋다"고 평했다. 그가 베스트로 꼽은 와인은 샤또 오브리옹이었다.
샤또 라투르와 샤또 무똥 로칠드, 샤또 마고는 2012년 빈티지였다.
5대 샤또가 대부분의 와인애호가들에게 꿈으로만 남아있는 것은 명성만큼이나 비싼 가격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구하려면 각각 100만원을 웃도니 5병이면 최소 500만원이다.
등급 분류가 1855년이었으니 160년이 넘게 지났다. 게다가 이 등급은 부르고뉴와 달리 포도밭이 아니라 개별 샤또에 주어진 것이다. 특정 포도밭에 매겨졌다면 품질이 어느정도 보장되겠지만 소위 브랜드 같은 샤또에 매겨졌으니 해당 샤또가 마음먹기에 따라 포도밭을 넓혀 생산량을 얼마든지 늘릴 수도 있단 얘기다. 현재의 와인 품질을 얼마만큼 반영하느냐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와인 시장에서의 이 등급 분류는 여전히 건재한 셈이다.
그래서 마셔봤냐고? 마셔봤다. 연말 성과급처럼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8명이 돈을 모아 만든 자리다 보니 딱 한잔씩이었지만 말이다.
샤또 마고와 샤또 오브리옹은 2015년 빈티지. 평론가들이 보르도 최고라고 평한 빈티지다. 샤또 라뚜르는 1983년, 샤또 라피트는 1964년, 샤또 무똥은 1978년이었다.
감상평은 파티가 본격 시작되기도 전에 파티장을 빠져 나온 느낌이랄까. 2015년은 그레이트 빈티지다 보니 제대로된 모습을 보여주기 전에 다 마셔버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다음 5대 샤또는 와인킹처럼 병째 마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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