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연기금 기금운용본부의 자산 리밸런싱(자산배분)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채택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약16조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간 원인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따가운 시선이 있었다. 기금운용계획에 따른 자산군 목표 비중이 있더라도 국내주식 가치가 높아진 만큼 현 주가 수준에서도 매수를 통해 운용수익률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조원 매도에 분노한 개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26일 올해 제3차 회의를 개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 리밸런싱 체계 검토안을 심의한다. 기금위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관련 최고의사결정기구다.
이번 검토안은 그동안 연기금이 막대한 매물을 쏟아냄에 따라 직면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상승 이슈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연기금의 대량 매도까지 더해지자 개인투자자의 분노는 연기금으로 향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양대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에서 15조9495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이달 11일까지 51거래일 연속 팔아치우며 최장기간 순매도 기록을 다시 썼다.
연기금이 폭발적으로 매물을 쏟아낸 이유는 국내주식 비중을 낮춘 국민연금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올해 말까지 맞춰야 하는 국내주식 비중은 16.8%로 지난해(17.3%)보다 0.5%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V자' 반등을 겪으며 보유한 주식가격이 올랐고, 주식비중이 높아지자 매물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매매 자율성 높이는 안 검토
국민연금은 전략적 자산배분(SAA)과 전술적 자산배분(TAA)을 통해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현재 허용되는 목표비중 이탈 범위는 SAA가 플러스마이너스(±)2%, TAA가 ±3%로 합치면 최대 5%포인트(P)까지 가능하다.
변경될 것으로 보이는 유력한 안은 ±2%인 SAA 목표비중 이탈 허용범위를 ±3%에서 ±3.5% 수준으로 늘리는 것이다. 대신 TAA 이탈 허용범위는 기존 ±3%에서 ±2%나 ±1.5%로 줄어든다. 이 방안은 국민연금 실무평가위원회에서도 지난 24일 논의됐으며 기금위에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국내주식 비중을 20%까지 확대하는 수정안을 논의해 의결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지만 기금위 관계자는 "자산배분 목표비중에 대해 논의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장 국내주식 목표비중이 조정될 가능성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매수 전환 어려워…시총 상위주 수혜 예상
목표비중 이탈 허용범위를 조정하는 안건이 의결되면 증시의 악재 요소 하나를 걷어내는 성과로 평가된다. 국내 자본시장의 '큰 손'으로 통하는 연기금의 대량 매도를 막을 수 있다면 증시도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매도세가 약해지는 수준일 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을 생각하면 매수세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부장은 "코스피 거래대금의 8.8%를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연기금이 국내주식을 대량 매도했다는 것은 그간 증시에 분명한 악재였다"며 "만일 기금위에서 주식비중을 올리는 쪽으로 조정한다면 시장엔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현재 수준에서 대량매입 효과나 순매수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기금의 기계적인 매도세가 줄면 코스피 시총 상위주가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의 국내주식 포트폴리오에 코스피 대형주가 주를 이뤘던 만큼 순매도 영향력도 시총 최상위주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의 코스피 순매수 궤적과 시총 상위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 대형주 지수의 순매수 궤적이 일치한다"며 "연기금 순매도가 코스피 중소형주와 코스닥에 미치는 영향력은 원래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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