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시장에 또 한 번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 한창이다. 머니 게임에서 기승을 부렸던 영끌은 이제 새로운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온 가족은 물론 가까운 친척에 사돈일가의 계좌까지 동원해 청약을 넣는 기이한 풍경이 벌어졌다. 소액 투자자는 계좌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배정 확률을 높이는 방식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균등 배정 방식의 허점을 이용한 편법과 묘수 그 중간 어디쯤의 새로운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균등배정제는 자본시장에서 상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개인투자자에게 기회를 늘려주기 위한 선한 의도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우리는 그로 인한 불의의 결과를 목격했다. 기관과 고액자산가의 독점을 막은 대신 전 국민에게 계좌 쪼개기와 차명 거래를 유도했고 투기적 매매를 성행시켰다. SK바이오사이언스 투자자 사이에선 벌써 언제 주식을 팔아치워야 하는지가 화두라고 한다. '따상'을 갔다가 쉽게 주가가 무너졌던 지난 일련의 경험들이 있어서다.
이젠 후폭풍이라는 말로 쉽게 설명할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기업가치 평가의 장이었던 공모시장이 고수익을 창출하는 마지막 남은 로또로 인식되는 현실은 온 가족 신분증 4개를 들고 청약 현장을 찾은 아주머니를 비난할 수 없게 만들었다. 가격이 공모가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그들을 누가 투기꾼으로 깎아내릴 수 있겠는가.
이러한 결과가 제도 개정의 취지는 아니었을 터다. 결국 규제의 역설이다.
부작용을 눈 뜨고 지켜본 금융당국은 이제야 부랴부랴 움직여 오는 5월엔 중복 청약을 막겠다고 말한다. 방법이 옳은지, 지금 해야 하는지, 제도의 빈틈을 파고들 여지는 없는지 정책의 실현 개연성에 대한 고민이 배제됐음에 나온 결과다. 스스로 무능을 고백한 꼴이다.
이번 균등배분제는 금융당국의 규제 방식이 얼마나 경직돼 있는지 보여줬다. 급격히 늘어난 개인투자자를 표심으로 의식해 무작정 추진하고 보는 포퓰리즘 정책은 그 속에서 금융소비자가 얼마나 소외돼 있는지 말해준다. 마음만 앞선 채 준비되지 않은 규제에 따른 결과는 머지않아 시장이 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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