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부터 기업공개(IPO) 시장에 각종 신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증시는 박스권을 맴돌며 지루한 횡보 국면을 이어가고 있지만 공모주 시장은 폭발적인 분위기다. 최근 공모를 실시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청약 증거금 기록을 다시 쓰며 흥행에 성공했다.
과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끊임없이 따라 붙는 고평가 논란과 균등 배정제 실시 이후 편법도 나오고 있다. 상장 기업의 가치평가 수준이 최고 수준에 달하며 공모주 투자에 신중해야 할 시점이란 지적이다.
◆신기록 속출…어떤 기록 생겼나
뜨거워진 IPO 시장 분위기는 수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썼던 기록들은 모두 다시 써지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폭발적인 경쟁률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한 22곳의 평균 경쟁률은 1296.1대 1에 육박한다. 이 중 20곳이 1000대 1을 넘겼다. 지난달 상장한 B2B 소프트웨어(SW)업체 아이퀘스트는 1504.02대 1로 공모시장 역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은 매년 오르고 있다. 2018년 450대 1 수준에 불과했으나 2019년 608대 1, 지난해엔 공모주 열풍이 시작되며 920대 1까지 늘었다. 이 기록은 올해 경신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물량 배정만으로 높은 단기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기대심리가 팽배하다 보니 기관 역시 청약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과거보다 상장기업 수가 적어진 상황에서 기관의 IPO 공모펀드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청약경쟁률도 1200대 1 수준까지 올랐다.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한 21곳(스팩 제외)의 평균 경쟁률은 1196대 1로 집계됐다. 2021년 IPO 첫 주자이기도 했던 모바일 플랫폼 기업 엔비티는 최고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1월 수요예측에서 4397.68대 1의 경쟁률을 쓰며 지난해 8월 상장한 이루다의 3039.56대 1을 넘어 최고 경쟁률을 경신했다.
가장 많은 증거금을 모집한 SK바이오사이언스도 신기록 부문에서 빼놓을 수 없다. 9일부터 이틀간 일반청약을 진행한 결과 증거금으로 63조6198억원이 걷혔다. 지난해 최대 기록을 세운 카카오게임즈(58조5543억원)보다 5조원 이상 많은 수치다. 대어급으로는 처음으로 균등방식이 적용되면서 소액으로도 최소 1주는 배정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수많은 청약자가 몰리며 배정받지 못할 경우도 생겼다.
◆균등 배정제, 편법 중복 청약에 휴면계좌 우려
균등 배정제가 도입되며 쩐의 전쟁은 이제 계좌 수 전쟁으로 바뀌었다. 누가 더 많은 계좌를 갖고 있느냐가 치열한 청약 다툼의 승패를 결정한다. 공모주 배정 물량의 절반이 청약자 모두에게 고루 배정되는 방식이다. 남은 절반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증거금에 비례해 배정된다.
이 제도는 시장에 뛰어든 수많은 개인투자자에게 공모주를 받을 기회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도입됐다. 처음 의도대로 고액자산가의 공모주를 독점을 막고 마이너스 통장까지 서슴지 않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 등이 개선된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부작용도 뚜렷하다. 확대된 '계좌 쪼개기' 현상이 대표적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발단으로 상장 주관사와 인수단의 신규 개설 계좌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친지 계좌까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명의로 계좌를 만드는 정황이 포착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청약에는 6개 증권사에서 총 239만8167개 계좌가 참여했다. 상당수가 새로 만들어진 계좌일 것으로 추측된다. 대표주관사 NH투자증권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 청약 전날이었던 이달 8일까지 올해 들어 83만6274개의 계좌가 생겨났다. 같은 기간 공동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도 44만9251개, 인수단인 하나금융투자도 17만1611개의 신규계좌가 개설됐다.
이 과정에서 영유아와 10대의 이름으로 가입된 계좌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한국투자증권 영업점 관계자는 "지난 8일엔 온종일 계좌만 만들었다"며 "온 가족 신분증을 들고 온 투자자도 꽤 많았다"고 말했다.
이는 휴면계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증권사 관계자는 "전체 계좌 수가 늘어났다 하더라도 잠시 눈앞에 나타난 신기루일 뿐"이라며 "올해 신규계좌 대부분은 휴면계좌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당국은 복수청약을 막기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을 부랴부랴 준비 중이다. 증거금을 많이 조달할 수 있는 청약자들이 더 많은 공모주를 받아 간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관련 법안 시행령이 늦어짐에 따라 첫걸음 조차 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에선 계좌 쪼개기를 이용한 편법이 상반기 동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평가 부담… 너도나도 공모가 최상단
공모가가 높게 형성되며 기관투자자가 적정 공모가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들린다. 일반 기업은 IPO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관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정한다. 여기서 기관은 청약 물량, 희망 가격, 보호예수기간 등만 제시하면 돼 별다른 증거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올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22곳 모두 희망범위(밴드) 최상단에서 공모가가 결정됐다. 밴드 범위를 초과한 곳도 10곳에 달한다. 상단 이상비율이 100%인 셈이다. 공모주 시장이 과열되며 상장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상장 직후 중장기적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게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첫날 시초가가 높게 형성되면 수익실현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낮은 수익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근 들어 여러 공모주의 상장 직후 수익률이 이전보다 주춤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던 증시가 횡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부분도 영향이 있겠지만 신규 상장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기관 수요예측 제도가 적정 공모가 발견에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말한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관사가 개인투자들의 수요를 반영해 적정 공모가 발견에 앞장서야 한다"며 평판시장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IPO 주관업무에 대한 평판시장을 만들면 주관회사로 하여금 이에 필요한 서비스를 향상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주관회사에 대한 질적 평가기준과 이를 주기적으로 시장에 알릴 수 있는 채널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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