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감사보고서 사전제공’에 ‘감사위원 분리선출’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되며 상장사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방역의무 부담까지 짊어진 상황에서 상법 개정으로 부담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업·감사보고서 사전제공'과 '감사위원 분리선출'이라는 두 가지 의무가 더해졌다. 여기에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기업은 새로 적용된 '3%룰'도 고민이다. 주총을 앞둔 상장사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업·감사보고서 미리 준비해야
상법개정으로 인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사업·감사보고서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확정본을 주주와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KRX)에 사전 제공해야 한다. 작년까진 현장제공하고 수정사항을 반영해 3월 말까지 감독당국에 제출했지만 올해부터는 주주에게 1주 전까지 제공해야 한다. 오는 23일 주총을 개최할 경우 1주 전인 16일까지 보고서를 확정·공시해야 하므로 마감시한이 15일이나 빨라지는 셈이다.
투자설명회(IR) 담당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내실 있는 의결권 행사를 지원하기 위한 취지지만 시기상 확정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아 추후 정정공시를 할 일이 많을 것이란 불만도 들린다. 지난해에 이어 해외 현지 종속 회사가 있는 기업은 코로나19 상황으로 감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재무관리부문 IR팀이 갖춰진 대기업과 달리 관련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코스닥 상장사는 걱정이 더 크다. 지난해 상장한 한 코스닥 기업 재무팀 관계자는 "처음 하는 만큼 걱정이 크다"며 "보고서 시한을 맞추기 위해 밤낮으로 분투 중"이라고 했다.
'3%룰'도 고려해야 한다. 3%룰은 감사위원 1명을 반드시 이사와 별도로 선임해야 하고, 이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하는 내용의 상법 규정안이다. '조카의 난'으로 불리는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분쟁이 대표적인데, 일부 기업들은 소액주주들이 힘을 얻게 되며 벌써 치열한 장외공방을 벌이고 있다.
또한 지정감사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곳도 많다는 후문이다. 외부감사인 지정제도는 상장사가 6년 연속 감사인을 자유 선임할 경우 이후 3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로 지난해부터 시행됐다.
한국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이전 감사법인이 문제 삼지 않던 부분까지 엄격하게 감사하고 있다"며 "새 감사법인이 회사를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랜선 주총'에도 어려움 커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이 늘어난 것도 새로운 특징이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면 주총 일반 결의 요건 중 '총 주식 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 요건이 면제된다. 이렇게 되면 의결 정족수를 채워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실제로 전자투표제를 이미 도입한 기업이 46.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주총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기업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있을지 여부는 근심거리다.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사내이사 선임, 신사업 추진 등의 주요 안건은 물론 재무제표 승인 등 간단한 안건을 통과시키려면 전체 주주의 4분의 1이 넘는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많은 코스닥 기업이 직원들이 주주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리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의결권 위임 권유 대행업체도 인기를 끌고 있다.
상장사들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개정안으로 부담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최규종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상장사 부담이 너무 크다"며 "의결정족수 부족, 코로나19 방역의무, 외부감사인 지정제도 시행, 사업보고서 사전제공의무, 감사위원 분리선출의무 등 너무 많은 것이 겹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장유지부담을 늘리지 말고 해외 주요국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코스닥 상장사 최고재무관리자(CFO)도 같은 의견을 밝혔다. 그는 "주총 시즌을 앞두고 법 개정을 완료한 것은 코로나 상황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처사"라며 "제도 개선이 점진적으로 이뤄졌다면 실무자들의 고생이 덜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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