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혼조세가 이어지지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성이 기업공개(IPO)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동학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의 동력이 떨어졌다는 평가 속에서도 공모주 청약경쟁은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고평가 논란이 따라 붙는다. 신규 상장기업들이 연달아 높은 공모가를 받아내는 상황에 대한 우려로 해석된다.
◆풍부한 유동성…IPO 시장 활황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IPO를 진행한 10사(스팩 3곳 제외)의 평균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1340대 1로 집계됐다. 상장 비수기로 통했던 2월 중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기록을 다시 쓴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피비파마(820대 1)를 제외한 9개 기업이 기관 수요예측에서 네자릿수 경쟁률을 넘겼으며 이중 소프트웨어 아이퀘스트는 역대 최고인 1504.02대 1을 기록했다.
일반투자자 경쟁률도 분위기가 다르지 않다. 10개사의 평균 일반투자자 경쟁률은 1134대 1이었다. 2월 중 역대 최고 수준의 경쟁률을 보였다.
증시는 투자 열기가 다소 식었다. 개인의 매수 여력을 대변하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말 기준 63조원으로 사상 최고치였 연초 1월 12일(74조원)보다 10조원 이상 감소했다. 개인 순매수 규모도 지난달 8조4381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였던 1월(22조3384억원)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공모주 시장의 활황은 증시에 아직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한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에도 동월 기준 IPO 시장에서 역대 최고치 경쟁률이 나왔다"며 "기관과 일반투자자의 관심 확대와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월 IPO 시장도 공모금액과 시가총액 측면에서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에서 전망하는 이달 IPO 예상 기업은 10~12개 정도다. 25개가 상장했던 2000년 이후 3월 기준 21년 만에 가장 많은 기업이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청약 과열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달 IPO 기업들의 예상 공모금액도 1조 4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 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공모가 '거품' 우려…상단 초과 속출
IPO 열기 속에 고평가 논란도 여전하다. 상장 기업들의 가치평가 수준이 점점 높아지면서 공모주 투자에 신중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높게 책정된 공모가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물량 배정만으로 높은 단기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기대심리가 팽배하다 보니 기관들이 청약에 공격적으로 나선 탓이다.
기관은 개인과 달리 청약증거금이 필요로 하지 않다. 청약 물량, 희망 가격, 보호예수기간 등만 제시하면 된다.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수요 예측제도가 투명성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그래서다.
실제로 지난 1월 상장한 5개 기업 중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 상단을 넘은 곳은 2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달엔 10곳 중 8곳이 공모가 상단을 초과했다. 그렇다 보니 상장 직후 수익률이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첫날 시초가가 높게 형성되면 수익실현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낮은 수익률로 이어질 수 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여러 공모주의 상장 직후 수익률이 주춤하고 있다"며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던 증시가 횡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부분도 영향을 미쳤지만 신규 상장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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