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의 집단적 영향력이 또 한 번 발휘됐다. 예상대로 금융당국은 공매도 연장을 결정했다.
이제 공매도는 경제가 아닌 정치 이슈로 분류된다. 셈법을 끝낸 정치인들은 무슨 말이 표가 되는지 잘 알고 있다. 오는 4월 보궐선거를 의식한 거대여당은 물론이고 역풍을 두려워하는 야당도 공매도 만큼은 말을 아낀다. '정책'이 '정치'가 된 현실이다.
처음 공매도를 막았던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시장의 단기적 충격을 막기 위해서였다. 일 년 가까이 지난 지금, 아직도 지긋지긋한 재난의 시대를 사는 일상과 달리 주식시장은 더는 전염병에 휘둘리지 않는다.
코스피지수가 3000을 넘어선 시점에서 연장된 공매도 금지는 방향성을 잃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시 회복세를 보였음에도 가장 오랫동안 공매도를 금지한 나라가 된 아이러니를 마주하고 있다. 증시와 실물 경제의 괴리가 커지고 있음에도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중이다. 이번 결정은 표심 살피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투자자들도 공매도는 나쁘고 내가 투자한 회사는 옳다는 이분법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내려간 주가로 돈을 잃은 투자자들이 분노를 토해낼 곳을 찾다 적절한 화살받이가 있었던 것뿐이다.
원인 모를 주가 하락의 이유를 공매도 때문으로 생각하면 간단하다. 복잡한 생각은 필요 없다. 투자한 회사는 괜찮은데 순전히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내려갔다는 분노는 공매도만 없으면 나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만들어냈다.
과대평가된 종목이라면 공매도가 아니더라도 머지않아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 어떤 공격적인 투자자라도 펀더멘털이 단단한 기업엔 공매도 주문을 넣지 않는다. 튼튼한 기업은 당연히 공매도 영향이 적을 수밖에 없다.
두 번째 공매도 연장은 다수의 여론이 합리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논제를 증명한 대표적 사례로 남을 것 같다. 정치권에서도 양질의 시장 발전을 위해 여론에 반대되는 목소리를 낼 깡과 리더십을 지닌 인물이 나오길 바란다.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공매도의 본질을 이해하고 만연한 불신을 설득할 수 있는 후보가 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그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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