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대차잔고가 늘고 있다. 여기에 셀트리온 등 일부 종목에서 대차잔고 오름세와 함께 주가도 동반 상승하면서 한국판 '게임스톱'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게임스톱 사례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지만 현재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제한되고 있는 점과 공매도 주식 수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미국과는 다른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대차잔고 '52조249억원'…올해 12%↑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대차잔고는 52조249억원으로 작년 말(46조5979억원) 대비 12.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차주수도 같은 기간 14억5605만주로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재개를 공식적으로 재확인한 지난달 12일(13억8791만주) 이후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대차잔고는 투자자가 주식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물량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판 후 나중에 저가로 매수해서 되갚아 차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보통 공매도 거래의 선행지표로 통한다.
지난 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차거래 상위 10개 종목의 대차잔고와 주수는 각각 2조47억원, 1억3971만주로 전체 대비 56.04%, 17.44% 비중을 차지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1위는 삼성전자로 대차잔고가 7조2333억원(8714만주)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4조4444억원·5487만주) 대비 대차잔고와 대차주수가 각각 62.75%, 58.81% 뛰었다.
이어 셀트리온(3조8638억원·1041만주), LG화학(2조5165억원·264만주), SK하이닉스(2조518억원·1641만주), 삼성바이오로직스(1조6046억원·197만주), 네이버(1조4075억원·404만주), 현대차(1조3334억원·559만주), 카카오(1조2912억원·292만주), 현대모비스(8710억원·259만주), 넷마블(8312억원·595만주) 순으로 잔고액이 높았다.
코스닥시장에서 상위 10개 종목의 대차잔고와 대차주수는 각각 3조5820억원, 152만주로 전체에서 39.07%, 7.45%를 차지했다. 1위는 셀트리온헬스케어로 대차잔고와 주수는 각각 8688억원, 551만주였다. 이어 에이치엘비, 케이엠더블유, 셀트리온제약, 펄어비스, 신라젠 등이 상위 5위에 자리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미국의 게임스톱이 숏스퀴즈(공매도 잔고가 많은 상황에서 주가가 하락하지 않고 폭등하는 것)로 급등한 전략을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추측이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미국과는 다른 여건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일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잔고 비율이 높거나 공매도 잔고가 크다고 알려진 셀트리온(14.5%), 셀트리온헬스케어(9.6%), 에이치엘비(7.2%) 등이 동반 상승했다"며 "미국의 게임스톱 사례를 반영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공매도 장기화에 따른 기회비용을 감수한 투자자가 많지 않고, 국내에서 거론되는 종목의 유통주식 수 대비 공매도 주식 수 비율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개인투자자의 풍부한 증시 주변자금을 고려했을 때 주식 매수 운동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미국 사례와 다른 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염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연장된 공매도, 개인 확대 방안 고심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공매도 재개 여부와 제도 보완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폭락장 직후 금융시장의 추가 패닉을 막기 위해 지난해 3월16일부터 공매도를 금지했다. 1차례 연장돼 예정대로면 오는 3월15일 종료된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금융당국이 사실상 결론은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공매도에 대한 반발 여론이 큰 데다 오는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목소리를 의식해 6월까지 연장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연장하는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울었던 상황에서 '게임스톱 대란'이 종지부를 찍었다고 볼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기회의 평등'을 주장한다. 개인에게 적극적으로 대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가 많지 않다는 점이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2019년 기준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외국인 62.8%, 기관 36.1%, 개인 1.1% 순으로 집계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이슈에 대해 "개인들이 힘을 가지면서 생기는 시대적 변화"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도 추가적인 보완책을 고민하고 있다. 대주 서비스 제공 증권사를 현재(6곳)보다 늘리기로 하고 10여 곳 증권사에 참여 의사를 확인했다.
전문가들도 어떤 식으로든 개인에게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김희정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이사는 "한국의 경우 공매도 제도가 개인 투자자에게 매우 불리하다"면서 "공매도 폐지가 어렵다면 ▲증거금 제도 보완 ▲공매도 기간 제한 ▲보고 요건 강화 ▲개인 대주 제도 활성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인버스(지수 하락때 수익)가 유행했다는 것은 공매도 수요가 있다는 방증"이라며 "대형주 공매도부터 순차적으로 허용한다면 개인에게도 기회를 확대해 하락장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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