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개미(개인투자자) 군단과 공매도 세력 간 대결로 화제를 모은 '게임스톱 사태'가 국내 증시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 정황이 포착됐다.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국내 대형주에 대규모 매도 주문이 들어온 것. 현금부족 위기에 처한 글로벌 헤지펀드가 주범으로 지목됐다. 변동성에 불안감을 느낀 헤지펀드가 주식비중을 축소하며 국내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총 상위종목 연속 매도 주문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 거래일(29일) 맥쿼리증권사 창구에서 267만주 규모의 삼성전자 순매도 주문이 들어왔다. 이 가운데 68% 수준인 182만주가 장이 종료된 이후인 오후 3시 31분에 매도 주문이 나왔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보다 2.03%(1700원) 떨어진 8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495억원 어치의 주식이 맥쿼리증권에서 한 번에 팔린 셈이다.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SK하이닉스 6만6000주, LG화학 4만2000주, 삼성전자우 69만주, 네이버 2만2000주 등 맥궈리증권 창구에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 연속으로 대규모 매도주문이 터졌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1조4328억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최근 나흘 동안 5조6000억원의 주식을 팔아 치웠다. 다만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 매매된 거래는 장 마감 후 발표되는 외국인 매매 동향과는 차이가 있다.
◆위기의 글로벌 헤지펀드
이 같은 대규모 매도세는 미국 증시에서 벌어진 '공매도 전쟁'의 여파로 봐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쟁의 직접적 도화선은 비디오게임 소매 체인업체 '게임스톱'이었다. 게임스톱은 반려동물 용품업체 츄이의 창업자이자 행동주의 투자자인 라이언 코언이 이사진으로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3일부터 주가가 뛰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들이 과도하게 올랐다며 공매도에 나섰고, 이는 평소 공매도 세력에 불만을 품고 있던 개인투자자들의 집결을 불러왔다.
분노한 개인은 주식뿐 아니라 주식 콜옵션까지 공격적으로 매수했다. 막대한 매수세가 몰리며 게임스톱의 주가는 2주도 안 돼 700%나 오르더니 29일 종가 기준 325달러까지 치솟아 올해 들어 1625.05%라는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헤지펀드들은 유동성 위기에 처하며 비상사태가 걸렸다. 멜빈케피털은 게임스톱 공매도 투자에 나섰다가 엄청난 손실을 보고 포인트72와 시타델로부터 30억달러에 가까운 긴급 자금을 수혈했다. 190억달러(약 21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포인트72도 올해 들어 게임스톱 주식 집중 매수로 15%에 가까운 손실을 냈다. 승리를 쟁취한 개미들은 게임스톱을 블랙베리, AMC엔터테인먼트, 베드배스앤비욘드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헤지펀드, 당분간 국내주식 매도 전망
전문가들은 현금부족 상황에 부닥친 헤지펀드가 국내 주식도 매물을 쏟아낸 것으로 보고 있다. 집단적 성격을 띤 개인들이 공매도 주식만 집중적으로 매수하기 시작하자 이들의 수급을 감당해낼 여력이 없어진 헤지펀드가 자산비중을 조정하며 국내주식도 함께 팔아 치웠다는 것. 일각에선 추후에 헤지펀드가 해외주식 비중을 낮추며 국내주식에 들어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이후 급격히 유입됐던 투자자금이 헤지펀드의 외국계 자금으로 추정된다"며 "실제로 글로벌 헤지펀드는 올 들어 국내는 물론 대부분 시장에서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최근 급격히 증가한 변동성에 대응해 빠른 속도로 주식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축소하는 중"이라면서도 추이가 계속될 지 여부에 대해선 "조금 더 지켜 봐야한다"고 말을 아꼈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도 "공매도 업체가 큰 손실을 입으면서 자금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자금 확보를 위한 매도세가 계속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헤지펀드들이 자산 비중을 조정하며 다시 국내주식을 사들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헤지펀드들도 개인 공격에 망할 수 있다는 전례 없는 위기감을 느꼈다"며 "갖고 있는 자산 포지션 중 해외자산을 줄이며 국내주식 비중을 늘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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