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국내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는 연기금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들어 7조원이 넘는 주식을 매도하며 기관투자자 매도의 '주범'으로 꼽혔지만 폭이 크진 않더라도 순매수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 연기금인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가 자산배분 계획상 목표치를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를 예고하며 코스닥시장에 훈풍이 불어올 지 주목된다.
◆7兆 판 연기금…'매물 폭탄'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양대 주식시장에서 7조662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 치웠다.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7857억원을, 코스닥시장에서 2805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올해 기관투자자의 코스피시장 전체 순매도 규모(14조4694억원)의 48%를 차지한다.
거래소가 연기금으로 분류하는 수급 주체는 연금, 기금, 공제회와 함께 국가, 지자체 등을 포함한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행정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올해 들어 한 번도 일별 기준 순매수를 기록한 적이 없지만 매도세는 점차 줄고 있다. 지난 15일까지 10거래일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4조7103억원을 팔아치우더니 최근 5거래일 동안 1조6418억원 어치를 팔았다.
막대한 매물을 쏟아내는 만큼 비판도 뒤따랐다. 기금운용계획에 따른 자산군 목표 비중이 있더라도 국내주식 가치가 높아진 만큼 현 주가 수준에서도 매수해 운용수익률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은 전략적 자산배분(SAA)과 전술적 자산배분(TAA)을 통해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목표비중 이탈 허용 범위는 SAA가 플러스마이너스(±)2%, TAA가 ±3%로 합치면 최대 5%포인트(P)까지 가능하다.
◆국민연금 이미 다 팔았다…매수 가능성
연기금이 폭발적으로 매물을 쏟아낸 이유는 국내주식 비중을 낮춘 국민연금 때문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이 올해 말까지 맞춰야 하는 국내주식 비중은 16.8%로 지난해(17.3%)보다 0.5%포인트 낮아졌다.
약 77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상 0.5%포인트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3조8515억원이다. 지난해 10월 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18.0%로 올해 연말까지 1.2%포인트에 해당하는 약 9조2500억원을 팔아야 한다. 연기금이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양대 주식시장에서 팔아치운 주식은 9조9102억원 규모. 국민연금도 기금운용계획상 목표치에 근접했거나 이미 달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연기금이 매수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다른 연기금들도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국내주식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는 것은 순매수 전환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 금융자산의 21.5%(3조6600억원)를 국내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사학연금은 올해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9.5%로 잠정 설정했다. 그때보다 3400억원(2%P)을 줄여야 한다. 공무원연금 또한 올해 국내주식 비중을 20.6%로 정하며 지난해(22.7%)보다 2.1%P 줄여 잡았다.
증시 안팎에서 '과열'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연기금의 순매수 전환을 막고 있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만큼 섣부른 투자가 어렵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의 가파른 매도세는 증시가 급격히 상승해 실적과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해졌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연기금 자금, 코스닥株 훈풍?
연기금도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2021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업무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연기금 등의 국내주식 투자 범위를 다양화하기로 했다. 투자 성과를 판단하는 지표에 코스닥을 포함하고 투자비중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연기금의 현재 코스닥 투자비중은 1~2%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증시가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부담을 안고 있는 만큼 연기금이 코스닥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시장 변동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관계자는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의 장기적인 자금 유입이 될 경우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위주의 투자방식에서 장기투자 중심의 투자문화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 약점으로 꼽히는 낮은 유동성 공급이 개선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이 코스닥 투자를 확대하면 최근 코스피 급등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코스닥과 중·소형주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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