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오랜 증시 격언으로 통한다. 기업들의 실적 발표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멘트기도 하다. 그 전에 우리는 소문을 내는 사람, 즉 뉴스의 진원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뉴스를 보고 사들일 때 가장 많은 물량을 던지는 이들은 소문을 낸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치료제 생산이 가능한 전 세계 캐파의 7%를 가지고 있다"며 "치료제를 최대한 생산하면 200만명분을 만들 수 있고 이미 10만명분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서 회장의 말은 소문인가, 아니면 뉴스인가. 소문이라고 하기엔 CEO 입에서 직접 나온 말이고 뉴스라고 하자니 임상 결과가 정식 논문 등 신뢰할 수 있는 수단에 의해 검증된 것이 아니다. 공개된 불완전한 정보 앞에 투자자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라디오 방송 다음 날 셀트리온 3형제 주가는 장중 20% 넘게 오르며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시가총액 수십조원 대 기업의 주가가 말 한마디에 요동친 셈이다. 셀트리온 주주들은 신바람이 났다.
백신 테마는 작은 뉴스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번 주만 해도 코로나와 엮인 바이오 종목들은 롤러코스터 흐름을 이어갔다. 한 바이오업체 IR 담당자가 "개인주주들의 연락으로 업무를 보기 힘들 지경"이라고 토로했을 정도다.
거기서도 대장주로 꼽히는 셀트리온을 향한 개인투자자의 기대감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신용융자 잔고 순위표를 살펴보면 셀트리온 3사 모두 최상위권에 이름이 올라있다. 임상2상도 채 끝나지 않은 미완성인 상태의 치료제를 긁지 않은 복권으로 보는 듯하다. 어쩌면 이미 긁어버린 복권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이달 초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테슬라 주식을 '큰 망치 아래 놓인 수플레'에 빗댔다. 머스크가 말한 수플레는 테슬라뿐만이 아닐 터다. 코로나라는 전례 없는 환란이 부른 과열 곳곳엔 함정이 숨어 있다. 그 함정을 피할 혜안은 투자자 영역으로 남겨뒀으면 한다.
주가에 관심 많은 CEO의 한마디는 그 의도와 무관하게 시장을 형태만 나타나고 속 보이지 않는 투기장으로 변질시킬 수도 있다. 소문과 뉴스 그 사이 어디쯤을 오가는 서 회장의 호언이 다소 위태로워 보이는 이유도 그래서다.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주가관리는 우수한 실적으로 수익성을 증명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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