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A씨는 최근 영종국제도시 운남동에 왔다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농사를 지으려고 지난해 10월 매입한 농지를 내년부터는 경작해 볼 생각으로 찾아왔는데 검은 뻘흙이 키보다도 훨씬 더 높게 쌓여져 있었다는 것이다. A씨는 토지주의 허락도 없이 성토를 한 개발업체를 고소할 예정이다.
A씨와 같은 피해를 본 토지주는 또 있다. 운남동에서 부동산 중계업을 하는 한 사장에 따르면 운남동과 운북동에 토지주 10여명이 허락없이 자신들의 농지에 성토를 했다며 공사를 강행한 업체를 상대로 고소했다고 말했다. 영종도 내 많은 농지가 토지주와 실제 경작하는 농민이 달라 빚어진 상황이다. 현재는 농지이나 이후 형질변경을 통해 개발을 하게 된다면 매립한 뻘흙을 모두 퍼내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토지주는 그 부담을 모두 떠 앉게 된다.
지난해부터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농지성토는 운남동, 운북동, 용유동과 무의도까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구청 친환경조성과에 비산먼지 발생 사업장으로 신고 된 농지성토장만 37곳에 달한다. 운남동에 벌어지고 있는 농지성토는 축구장 면적에 80배가 넘는 규모다. 영종국제도시에 농지성토장이 우후죽순 생겨난 이유는 건설현장에서 나오는 토사를 처리해야 하는 건설업체와 이 토사를 돈을 받고 처리하는 성토업체, 농지성토를 명분으로 돈을 받고 토사장을 제공하는 일부 토지주와 농민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벌어진 현상이다.
농지성토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다 보니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이 몫이 됐다. 일부지역에서는 도로와 인근 주택보다 훨씬 높게 성토한 곳도 있어 장마철에 침수도 우려되고 있다. 운남동에 사는 주민 B씨는 "갯벌을 실은 덤프트럭이 하루에도 수도 없이 빠른 속도로 다니고 먼지를 막는다며 살수차가 도로에 물을 뿌려대 흙탕물 도로를 만들어 피해가 크다"고 불만을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도 "새벽부터 덤프트럭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도로에 정차하고 있어서 잠을 설치고 바람이 불면 날리는 먼지로 숨쉬기도 힘들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무분별한 농지성토가 곳곳에서 진행되다 보니 중구청에는 이와 관련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농지개량에 해당하는 성토는 농지법에 따라 경작에 적합한 흙을 사용하고 관개·배수·통풍 및 인근 농지 농업에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영종국제도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토공사는 농지개량의 목적보다는 갯벌투기에 가깝다. 성토업체들은 현행 국토계획법에 2m이내의 농지성토는 개발행위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점을 악용해 송도나 청라의 터파기현장에서 나오는 갯벌을 영종도에서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한 성토업체 대표는 "송도나 청라에서 뿐만 아니라 북항단지나 연안부두 공업지역에서 들어오는 갯벌도 있는데 유해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고 제보했다. 운남동에서 대규모 농지성토를 진행중인 M업체 대표는 갯벌을 싣고 들어오는 차량에 모두 페놀프탈렌을 뿌려 오염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지만 지난 4일 현장에서 수 십대의 차량을 지켜보았지만 확인 작업은 볼 수 없었다.
한편 중구는 무분별한 농지성토를 막을 관련법이 없어 난색이다. 중구청 건축허가과에서는 최근 성토업체에 사업계획서를 제출을 의무화하고 친환경조성과, 농수산과와 함께 위법사항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주민들의 민원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농지성토에 대한 문제가 심각해지자 인천시 도시계획과는 1m이상 농지성토시 개발행위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례제정에 나섰다. 이미 인근에 고양시, 양주시, 여주시는 50cm로 김포시는 1m 이내로 도시계획조례를 제정해 무분별한 농지성토를 막고 있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시는 2월중 시의회에 안건을 상정해 조례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조례를 제정해 무분별한 성토를 막기 전까지는 농지성토는 계속될 것이고 주민들은 계속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흙탕물 도로를 운행할 수 밖에 없어 매일 세차해야 하는 주민들의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중구청 관계부서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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