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이 중국 안방보험을 상대로 미 호텔 인수 철회 관련 소송에서 승리를 거두며 올해 닥쳤던 대내외 악재의 파도를 넘어서고 있다. 발목을 잡고 있던 족쇄가 풀리면서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자본시장 '샐러리맨의 신화'로 통하는 박 회장은 자타공인 승부사로 불린다. 이번 승소를 통해 리스크 관리 부문에서도 '내공'있는 최고경영자(CEO)의 면모를 보여줬다.
◆'7조원대 족쇄' 풀렸다… 불확실성 해소
2020년은 미래에셋에 쉽지 않은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는 '메가 딜'을 안갯속에 빠뜨렸다. 해외 부동산 리스크가 대표적이다. 1조원 이상을 주고 매입한 프랑스 파리의 마중가 타워도 기관투자자 재매각(셀다운)을 마무리 짓지 못했고 안방보험과의 6조4000억원대 호텔 인수 계약건도 소송전이 벌어졌다.
미래에셋은 미국 호텔 인수계약을 놓고 중국 안방보험과 벌인 1심 재판에서 승리했다.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은 안방보험에 계약금을 반환하고 368만5000달러(약 40억원)의 거래비용과 관련 소송비용 등을 지급하라고 1일 판결했다.
미래에셋 입장에선 큰 산을 넘게 됐다. 코로나19로 기약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호텔 산업의 침체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인수했을 경우 짊어져야 할 리스크도 덜었다. 당초 계획은 7조원 중 2조4000억원을 그룹 계열사가 수익권자로 투자하고 나머지는 담보 대출을 통해 현지에서 조달하려는 것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그대로 계약을 진행했다며 큰 자금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나 계약금 지급 후 잔금 납입 직전 계약을 파기하는 데 성공했다. 안방보험이 호텔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있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점을 찾아냈다. 이는 거래종결까지 제한 없는 완전한 소유권을 확보해 유지하겠다는 진술과 보증 의무에 위반된 것이었다. 아직 2심이 남아있지만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최종심까지 가더라도 승소를 확신하고 있다"고 했다.
◆사모펀드 대란도 자유로운 미래에셋
미래에셋의 리스크 관리 진가는 라임·옵티머스로 대표되는 부실 사모펀드 사태에서도 나타났다. 대형 증권사들이 판매책임과 보상 논란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홍역을 치렀으나 미래에셋대우가 판매한 펀드 가운데 환매 중단으로 이어진 것은 라임자산운용 관련 상품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91억원 수준으로 다른 판매사인 우리은행(650억원), 신한금융투자(425억원), 하나은행(364억원) 등에 비교하면 부담이 적다. 금융투자업계 전반의 문제로 번진 사모펀드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다.
이는 미래에셋대우의 까다로운 내부통제기준에서 기반한다. 리스크부서에서 제동을 걸어 손실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상품팀에서 자체 평가한 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추가적으로 리스크에 대해 꼼꼼히 살펴본다. 이후 위원회까지 거치는 등 신상품이 들어왔을 때 최종 판매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최초 '1조원 클럽'
미래에셋대우는 업계 최초로 올해 세전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71.6% 증가한 2942억원이었다. 세전순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9.8%, 67.7%씩 증가한 3063억원, 231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결 기준 지배주주 자기자본은 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세전순이익은 8723억원. 사실상 연간 세전이익이 1조원을 돌파는 9부 능선을 넘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촉발한 유례없는 글로벌 시장 위기 속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비결로 ▲풍부한 자금 유동성에 따른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증가 ▲해외법인의 수익 기여 확대 ▲운용수익 선방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증가 등으로 인한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꼽았다.
발행어음업(단기금융 업무) 인가에도 지장이 없다는 점도 호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미래에셋 총수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편취하는 등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으나 지난 5월 박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 없이 시정명령과 과징금만 부과했다. 이와 함께 발이 묶였던 단기금융 업무 인가도 2년 6개월 만에 심사 중단 사유가 해소됐다.
박현주 회장이 기획할 새로운 투자처도 관심사다. 박 회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주로 국내에 머물며 해외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박 회장에 대해 "90년대부터 국내 증권업의 외국 진출을 추진해왔던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안방보험과의 소송건으로 잠시 움츠러들었던 박 회장과 미래에셋의 혁신적인 본능이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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