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주며 관계사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의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한진칼 주가는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한 3자연합 측의 지분 오버행(잠재적 대기 매도물량)이 예상되며 급등락을 연출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이승련)는 1일 KCGI(강성부펀드) 산하 그레이스홀딩스 등이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한진칼의 5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 한진칼 주가↓…아시아나 7%↑
이날 한진칼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2.93%(2200원) 떨어진 7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과 함께 꾸준히 상승하며 장중 6%대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법원 판결이 들려오자 곧바로 매물이 쏟아졌다. 차질 없이 통합 수순을 밟게 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도 곧바로 반응했다. 전날보다 각각 3.33%, 7.57% 오르며 급등세로 마감했다.
개인투자자는 지난 한 달간 대한항공을 1051억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기관투자자는 대한항공 주식을 764억원 규모로 내다팔았고, 외국인도 314억원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의 판단이 엇갈린 셈이다.
개인과 기관 사이의 투자 온도차는 범위를 좁히면 뚜렷하게 드러난다. 전날 기준 최근 10거래일 동안 개인은 대한항공을 1434억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순매수 상위 종목 5위다. 한진칼 주식도 308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대한항공을 각각 1233억원, 220억원씩 처분했다. 한진칼 주식은 160억원, 42억원씩 팔았다.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기일인 2일을 앞두고 수급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KCGI는 산업은행이 항공시장 재편 과정에서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강조해 왔다. 만일 KCGI 주장대로 법원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 방식이 위법하다고 받아들였다면 한진칼은 다시 한 번 경영권 분쟁이 가열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 경우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과 주주 친화 정책 등이 예상돼 한진칼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다. 개인이 한진칼 주식을 사들였다는 것은 KCGI가 법정 분쟁에서 승리한다는 쪽에 베팅한 이들이 많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 경영권 분쟁 이슈 퇴색…주가에 영향
하지만 법원에 낸 KCGI 측의 가처분신청 결과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한진칼 주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경영권 분쟁에 따른 수급 확보 경쟁으로 주가가 기업 가치보다 상승했기 때문이다. 산은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을 지지할 경우 유상증자 후 조 회장 측의 지분율이 증가해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 된다.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한 3자연합 지분이 오버행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증권가에선 법원 판단과 관계없이 항공업 투자의 단기적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은과 한진그룹은 가장 큰 고비를 넘기게 됐다"며 "산은은 과거 한진해운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항공시장 정상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 항공업 투자의 변동성은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장기적으론 항공산업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측면에서 두 항공사 모두에 긍정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한항공은 전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로 거듭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아시아나는 구조조정 등을 통해 실적 개선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신중론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항공 여객시장의 침체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초대형 항공사의 출범과 시너지 창출을 기대한 프리미엄 부여는 대규모 유상증자와 인수계약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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