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산업 흐름이 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투자전략으로 빠르게 자리 잡는 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에 따라 급성장이 예상되는 친환경 금융 시장에 발맞춰 변화하는 분위기다. 운용사들도 분위기를 감지하고 펀드 상품 확대를 고민하고 있다. 정부의 한국판 뉴딜에 참여하려는 금융기관도 ESG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며 걸음마 수준이던 국내 ESG 시장이 초기 시장 형성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존재감 드러낸 ESG 펀드…출시 경쟁
16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2017년 말 24개이던 ESG 관련 펀드는 이달 초 기준 46개까지 늘었다. 지난해까지 감소추세던 펀드 순자산도 반등하기 시작하며 현재 1조1211억원에 달한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가 집계한 전 세계 ESG 펀드 총자산인 1408조원(1조2580억달러)의 0.08% 수준이다.
ESG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며 골드만삭스, SSGA, 인베스코 등 세계적 대형 운용사들도 ESG 상품을 확대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투자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국내 운용업계도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올해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6개의 ESG 펀드가 출시됐다. 지난 9월 NH-아문디100년기업그린코리아 펀드를 비롯해 이달 들어서 한화자산운용에서 연달아 한화그린히어로펀드, 한화ESG히어로펀드(채권) 2개의 상품을 내놓았다.
운용사들이 앞다퉈 ESG 상품 출시를 예고하며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아직 ESG 상품을 내놓지 않은 다른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ESG는 이미 기업과 자산관리자의 투자 판단에 중요한 지표가 됐고 그러한 분위기를 공감하고 있다"며 "내부에서도 계량화된 평가를 통해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ESG 펀드 상품은 최근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마이다스책임투자 펀드(A1클래스 기준)는 전 거래일(13일) 기준 최근 1년 동안 38.0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TB ESG1등주펀드(32.35%), 우리G액티브SRI펀드(29.12%), 브이아이사회책임투자펀드(27.25%), 한화코리아레전드책임투자펀드(24.28%) 등도 코스피 상승률(17.50%)을 웃도는 성과를 냈다.
◆ESG 미흡 기업 투자유치 어려워
기업입장에서도 ESG가 생존의 영역이 됐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모든 펀드 상품의 60% 이상이 ESG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기업을 편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여의도 펀드매니저들의 ESG 모임이 생겨날 정도로 최근 들어 ESG에 대한 관심이 확연히 늘었다"며 "ESG 요건이 미흡한 회사는 점점 투자받기 어려워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SG 요소를 갖추지 않은 기업들은 이제 투자유치를 비롯한 경제활동에 직접적인 제한을 받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SG 중요도가 높아지며 기업지배구조가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이 부각되면서다. ESG 펀드 편입 과정에서 지배구조(G)의 점수 비중이 제일 크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도 국내 상장사는 창업주나 후손이 직접 경영하고 있지만 이젠 지배구조 개선 이슈가 국내 증시에서도 본격화될 수 있는 단계"라며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지형도가 상당히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걸음마 뗀 국내 ESG, 투자문화 정착 중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란 기대 속에도 표준화된 등급시스템 부재 등 명확한 평가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평가하는 외부기관마다 각자의 기준이 다를뿐더러 ESG 펀드의 경우 일반 펀드와 뚜렷한 차별점이 없다는 지적이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환경 지표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부족한 탓에 환경 지표를 정의하는 방법과 정보의 부족 등으로 평가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래도 국내 ESG 투자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를 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계량화된 ESG 지표를 실제 투자에 반영하는 중"이라며 "운용사와 연기금이 ESG 펀드 상품 출시를 확대하며 ESG 투자가 성장 선순환에 접어 들었다"고 진단했다.
자본시장 대표 유관기관인 한국거래소(KRX)도 ESG 투자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달부터 ESG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거래소가 이날 산출을 시작한 '탄소효율 그린뉴딜지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박수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더욱 다양한 측면에서 탄소 감축 노력을 진행할 것이며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명분 있는 발걸음"이라며 "향후 지수를 기반으로 한 ETF 상품에 대한 운용사와 연기금 등의 활용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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