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희 대표, 기자회견 열고 "명복 빌며 유가족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
분류인력 4000명으로 늘려 업무 부담 낮춰…산재보험 100% 가입 추진
휠소터에 더해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 구축…상생협력기금 100억 조성
"택배 업무로 고생하시다 유명을 달리하신 택배기사님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 8층.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사진)가 침통한 얼굴로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상반기 기준 50.4%의 택배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의 대표로 최근 택배기사 사망 등 업계내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유가족과 국민들께 사과하고 후속 대책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박근희 대표는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는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오늘의 모든 대책은 대표이사인 제가 책임지고 확실히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및 택배종사자들을 보호하기위한 종합대책을 내놨다.
우선 택배기사들의 업무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기존의 택배분류인력 1000명을 포함해 총 4000명을 택배터미널에 내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한다. 회사측은 이를 위해 매년 500억원 가량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정태영 택배부문장(부사장)은 "지원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면 택배기사들은 오전 업무 시작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시간선택 근무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택배가 몰려 물량이 초과되는 경우엔 기사 3~4명이 팀을 이뤄 물량을 분담해 개별 기사에게 부담이 쏠리는 것을 막는 '초과물량 공유제' 도입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내년 상반기 내에 택배기사 100%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말까지 전체 집배점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가입 여부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택배 분류 자동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자동분류장치인 휠소터에 이어 2022년까지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MP)를 추가로 구축한다. 회사측은 현재 처리하는 물량 가운데 소형택배화물 비율이 90% 정도여서 MP를 설치할 경우 전체 작업시간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도 조성키로 했다.
기금은 기존에 지급하던 택배기사 자녀 학자금, 경조금과 별개로 긴급생계 지원, 업무 만족도 제고 등 복지 증진을 위한 활동에 사용할 예정이다.
박근희 대표는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및 택배종사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현장 혁신 및 관련 기술 개발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택배기사, 물류센터 작업자 등 택배 업무 관련 사망자만 11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과로사로 추정되는 인원은 9명이다. 이달 들어서만 3명의 택배기사가 숨졌다.
가장 많은 택배기사가 소속돼 있는 CJ대한통운의 경우 올해에만 5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에도 서울 강북구에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A씨가 지난 8일 배송 업무를 하다 호급 곤란을 일으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숨진 A씨는 20년 가량 택배업무를 한 경력자로 하루 평균 400여 개의 택배를 배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2일에도 경북 칠곡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근로자 B씨가 숨졌다. B씨는 올해 나이가 스무살이었다.
또 같은 날엔 ㈜한진 소속의 30대 택배기사 C씨가 자택에서 숨졌다. 서울 동대문 지역에서 배송업무를 했던 C씨는 앞서 동료에게 과중한 택배업무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문자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은 지난 20일 '임직원 일동'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삼가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진측은 "택배기사들의 업무 과중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물량제한, 터미널 근무환경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 불행한 일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택배기사도 있다.
로젠택배에서 일하던 40대 택배기사 D씨는 지난 20일 새벽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억울합니다"로 시작하는 D씨의 유서에는 "적은 수수료에 세금 이것저것 빼면 한 달 2백만 원도 벌지 못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게다가 D씨는 택배업을 하기 위해 직전 택배기사에게 300만원의 권리금을 주고 구역을 물려받았고, 이와 별도로 대리점엔 보증금 500만원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일부에선 택배사와 대리점의 '갑질'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로젠택배 소속이었던 D씨의 사망에 대해선 관할인 경남경찰청이 별도의 수사전담팀을 꾸려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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