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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증권일반

감사 분리선출·3%룰 담은 '상법개정안'의 엇갈린 시각

21일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서 주최한 '상법개정안에 대한 성명서 발표 및 기자회견'에서 류영재 포럼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정부와 여당이 입법을 준비하고 있는 '공정경제 3법'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여기서 '3법'은 상법 일부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세 가지를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경제단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감사위원회 위원의 분리선출, 3%룰 등을 담은 상법개정안이다. 주식회사 운영 과정에서 대주주를 견제해 공정한 이사회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재계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기업의 경영권이 외국 헤지펀드의 먹잇감이 될 수 있고,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제대로된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쟁점이 되는 감사위원회 위원의 분리선출은 감사위원 3명 중 최소 1명을 분리선출 하자는 것이다. 통상 감사위원은 이사를 선출한 뒤 이들 가운데 감사를 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사회 구성에는 대주주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데 기업을 감시해야하는 감사위원 역시 대주주의 입맛대로 선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와 함께 감사 분리선출 과정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대주주의 거수기에 머문다는 감사 제도를 정상화하고 기업 경영을 투명화한다는 취지다.

 

21일 기업거버넌스포럼(이하 포럼)은 '상법개정안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류영재 포럼 회장은 성명문을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은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경제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면서 "이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자 올바른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를 향한 걸음마에 불과한 감사위원 분리선임, 그리고 이를 포함한 공정경제 3법을 즉시 통과시킬 것을 국회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 "최소한의 견제장치"

 

류 회장은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의 99%가 원안 그대로 가결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사회가 사실상 대주주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있어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류 회장은 "이사회에 상정된 연간 6722건의 안건 중 99.64%가 원안 그대로 가결되고 그 중 단 3건만이 부결되며, 그 중에서도 지배주주와의 이해관계가 있는 대규모 내부거래에 관한 안건은 100% 가결된다"면서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재계에서 우려하는 '기술유출' 등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2009년 이전에는 1명이 아닌 전체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하는 증권거래법이 존재했지만 재계가 우려하는 일은 없었다는 것.

 

류 회장은 "2009년까지는 1명이 아닌 전체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할 수 있었지만 재계에서 주장하는 기술유출 등의 문제가 보고된 적이 전혀 없다"면서 "감사위원 최소 1명에 대한 분리선임은 현재 금융회사에서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는 최소한의 독립성 보장 장치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헤지펀드'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외국 기관투자자를 많이 접해본 근거로 말하자면 기본적으로 뮤추얼펀드는 경영에 참여할 시간적인 여유도, 관심도 없다"면서 "아주 극히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경영권에 반하는 것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 "갈라파고스 규제"

 

반면 재계는 상법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면서 감사를 선출하게 되면 결국 해외 투기 세력이 침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외부 주주가 연합해 감사 선임에 개입하는 것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은 "감사위원 선임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게 되면 상장사 87%는 헤지펀드가 추천한 인사가 선임될 것"이라며 "해외 투기자본과 국외 경쟁기업 추천 인사가 감사 겸 이사에 선임되는 등 우리군의 작전회의에 적군이 참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KIAF가 국내 15대 주요 상장사의 외국인 지분율과 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율, 지난해 현대차 주총에서 헤지펀드 엘리엇의 사외이사 선임 당시 외국인 주주 투표 성향을 분석한 결과다. 당시 엘리엇이 현대차 사외이사로 추천한 3명에 대한 외국인 주주의 찬성률은 각각 45.8%, 49.2%, 53.1%였다.

 

또 정 회장은 "소액주주 보호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감사나 이사 선임 제도를 통해 외국의 경쟁기업이나 투기자본이 추천한 인사가 감사와 이사로 선임되는 경우 우리 기업의 일상 경영관련 비밀정보가 외국 경쟁 기업이나 투기자본으로 새나갈 우려가 있다"며 "우리는 적군 작전회의에 참여할 수 없는 반면, 적군은 우리 군 작전회의에 참여해 비밀을 빼가는 것과 같은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계를 대표하는 6개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상법·공정거래법 통과시 기업의 경영권 위협이 증대하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여야 할 자금이 불필요한 지분 매입에 소진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맞지 않는 갈라파고스적 규제로, 도입 시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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