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회계관리제도'를 놓고 회계업계와 기업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모든 업무에 증거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비용과 업무를 증가시킨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회계업계는 증거를 남길 수 없는 업무는 없어야 한다고 반박한다. 기업 회계 담당자들은 청와대 청원까지 내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내부회계관리제도 현실적 보완과 개선청원'은 14일 현재 157명 이상의 사전동의를 얻어 관리자가 청원을 검토 중이다.
청원자는 "내부회계관리제도로 많은 기업의 재무, 회계 실무진이 고통받고 있다"면서 "업무를 위한 업무 보여주기식 업무는 지양돼야 한다. 퇴보하지 말고 발전하는 제도가 될 수 있도록 개선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신뢰성 있는 회계정보의 작성과 공시를 위해 회사가 갖추고 지켜야 할 재무보고에 대한 내부통제를 의미한다. 재무제표 뿐만 아니라 경영의 모든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는 없었는 지를 회계법인이 감독하는 것이다.
기존에도 내부회계는 회계법인이 검토해 왔지만 신(新)외감법 시행으로 2019 회계연도부터는 단순한 '검토'가 아니라 '감사'로 인증절차가 강화됐다.
현재는 대기업이 대상이지만 오는 2023년까지 모든 기업으로 확대된다. 현재는 자산 5000억원 이상, 2022년 1000억원 이상, 2023년은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강화된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적용된다.
현재까지는 충분히 회계 전문인력을 갖추고 체계를 갖춘 대기업이 대상이어서 큰 문제가 없었지만 올해 새로 감사 대상이 된 2조원~5000억원 규모의 기업 회계 담당자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온다.
중견기업에서 회계·재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A씨는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적용받으면서 기존에 하던 업무의 모든 과정에서 영수증, 스크린샷 등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회사 자산은 5000억원이지만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관련 업무를 전담할 외주업체를 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계사들도 명확한 기준 없이 무조건 통제하려고만 하는 태도가 문제"라면서 "절차가 적절한지 보여주기 위해 또 다른 확인 절차가 만들어진다. 2023년에 모든 기업에 적용이 된다면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반면 회계법인은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따른 기업들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분명히 필요한 절차라고 말한다.
한 회계법인 회계사는 "그동안 문서화 없이 일을 해왔던 것이 잘못된 것"이라면서 "라임 사태 같은 경우에도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잘 되어 있었다면 펀드 평가금액이 적절한 지, 실제하는 자산에 투자한 것인 지 등을 미리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에 따르면 2020년 사업연도부터 변경된 내부회계관리제도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자산 5000억원 이상 2조원 미만 규모 회사들 중 88%가 여전히 준비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2년부터 적용 대상인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 5000억원 미만 규모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준비가 완료됐다고 답한 곳은 2%에 불과했다.
이광열 EY한영 감사본부장은 "변경된 내부회계관리제도 적용을 앞둔 기업들이 복잡한 IT환경, 운영 인력, 외부감사인 요구사항 등 다양한 어려움을 예상하고 있다"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넘어 최고경영자(CEO)부터 관련 부서 실무자까지 '전사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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