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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증권일반

연기금 4개월새 5조 매도…실적株도 팔았다

국내株 보유 비중 상당부분 낮췄을 것으로 추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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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간별 연기금 순매수 규모. 단위 원./자료 한국거래소

지난 넉 달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5조원 가까이 팔아치운 연기금이 매도세를 계속 이어갈 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 주식보유 비중을 상당히 낮췄을 것으로 추측되는 만큼 기계적인 매도세를 멈출 수 있다는 긍정적 의견도 나온다. 거래대금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된 가운데 개인투자자가 막강한 수급 주체로 부상한 만큼 연기금의 막강한 영향력은 이젠 옛날 얘기라는 목소리도 있다.

 

◆ 실적株도 넉 달 동안 4조8200억 매도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지난 8일까지 기관투자자는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9134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 가운데 연기금은 1조2751억원 규모를 순매도하며 금융투자(1조5290억원)와 투신(8267억원)과 함께 주식을 가장 많이 판 것으로 나타났다. 3조6999억원어치를 사들인 개인투자자와 대조된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1.80% 오르는 데 그쳤다.

 

한국거래소가 구분하는 투자자 분류상 연기금은 연금, 기금, 공제회와 함께 국가, 지자체 등을 포함한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행정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우수한 분기 실적이 예상되는 종목들도 매도 대상이었다. 같은 기간 연기금이 가장 많이 판 네이버(2468억원)는 역대 최고 수준의 3분기 실적이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네이버의 3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1조8520억원, 영업이익 2787억원으로 전년 동기(매출 1조6648억원·영업이익 2021억원)보다 각각 11.2%, 38%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다음 많이 판 LG화학(2210억원)과 삼성전자(1731억원)도 역대 최고 수준의 분기 실적이 예상된다. LG화학은 이미 잠정 경영실적 발표를 통해 3분기 영업이익 9021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체로 연기금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 보유 비중이 높은 대형주들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분기 말 기준 네이버 12.84%, LG화학 8.98%, 삼성전자 9.7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외에도 연기금이 매도한 상위 10개 종목 중 6종목이 국민연금의 지분비율이 10%를 넘어섰다.

 

연기금의 국내 주식(코스피+코스닥) 매도는 지난 6월부터 시작됐다. 올해 6월 7844억원을 팔아치운 후 월별 매도 규모를 늘려갔다. 7월에 1조1007억원 규모를 내다 판 후 8월에 1조6257억원 어치를 순매도하며 연간 최대 규모의 팔자세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그보다 소폭 줄어든 1조3074억원 규모를 팔았다. 이렇게 네 달간 판 주식 매도량은 4조8182억원에 달한다.

 

연기금의 매도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국민연금의 경우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이 17.3%였으나 지난 7월 말 기준 실제 보유 비중은 18.2%였다. 목표치보다 0.9%포인트나 넘어선 이상 목표 비중 달성을 위해 초과분 매도는 불가피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퇴직금 등을 운용하는 연기금 입장에선 가격이 오르면 무조건 팔 수밖에 없다. 수익률 보존이 최우선 가치이기 때문"이라며 "최근의 가파른 매도세는 증시가 급격히 상승해 실적과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해졌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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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부터 이달 8일까지 연기금 순매도 상위 10사. 지분율은 지난 2분기 말 기준

◆ 연기금, 저금리에 위험자산 높인다

 

그래도 증시에 반가운 소식도 있다. 글로벌 자산보유자들이 주식 비중을 늘려가는 추세란 것이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며 위험자산을 많이 편입할 수밖에 없어서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연기금과 국부펀드가 지난 분기 보여준 대량 매도세가 해당 기관들의 장기적 투자 추세라고 할 수는 없다"며 "리밸런싱으로 인한 단기적 비중 축소가 있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주식 목표 비중이 높아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2025년 말까지 위험자산을 65%까지 늘릴 예정이다. 지난 7월 말 기준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18.2%를 비롯해 해외주식(22.8%), 대체투자(11.8%)까지 총 52.8%를 위험자산에 배분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주식 비중을 늘려가는 추세지만 전체적인 위험자산 편입 비중을 높인다면 국내주식 역시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표 기관투자자로 증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연기금이 이젠 예전같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연기금 매매에 따른 지수의 추가 변동 가능성이 작다는 얘기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막강한 힘으로 증시를 좌지우지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장세가 개인 위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연기금 매도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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