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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서울] (75) 대한민국 100년 근현대사 기록된 다리 '한강대교'

이달 21일 오후 시민들이 한강대교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한강대교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과 동작구 본동을 연결하는 교량으로 1917년 준공됐다. 다리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80년대 산업화를 거치며 우리 민족이 겪은 격동의 물굽이를 모두 지켜본 한국 근현대사의 말 없는 증인이다.

 

최초로 가설된 인도교는 노들섬과 노량진간의 '대교'와 노들섬과 한강로간의 '소교'로 나뉘어져 있었다. 강폭이 좁은 용산에서 노들섬 구간은 일반다리 형태로, 강폭이 넓고 수심이 깊은 노들섬에서 노량진까지의 구간은 선박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교각 간격을 넓힌 트러스 형태로 지어졌다.

 

소교는 1925년 7월 을축년 대홍수로 유실돼 5년 후 확장 재건했다. 이후 1936년 '전차궤도 부설 계획'에 따라 폭이 협소한 노량진 쪽 트러스교 상류 측에 아치교를 건설하기 시작해 이듬해 10월 완공했다.

 

◆애환과 낭만을 간직한 명물 다리

 

지난 21일 우리 민족의 숨결과 애환이 서린 한강대교를 방문했다. 일제시대 청년들은 이 다리를 건너 만주와 남양군도로 끌려갔다. 6·25전쟁 중 다리가 끊겨 피란민 4000여명 중 약 800명이 참변을 당했다. 강북으로 진입하는 주요 길목이어서 5·16 군사정변 때는 도강 수단으로 이용됐는데 이곳에서 혁명군과 혁명 저지군이 처음 조우했다.

 

동작구 노량진동에 사는 윤모(33) 씨는 "다니던 헬스클럽이 문을 닫아서 운동할 겸 해서 한강대교를 거쳐 이촌한강공원까지 자주 걷고 있다"면서 "돈 안 드는 취미가 생겨 참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이 다리가 한강에서 제일 오래된 것도 몰랐고 생긴지 100년이 넘은 것도 오늘 처음 알게 됐다"며 "살아있는 박물관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0일 한국전쟁 당시 총탄 흔적이 남아 있는 한강대교를 시 등록문화재로 선정했다. 서울시 등록문화재는 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유산 중에서 건설·제작·형성된 후 50년이 지나고 서울의 역사·문화·생활·경제·종교 등 각 분야에서 보존하고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돼 등록된 문화재다.

 

한강대교는 6·25전쟁 때 부분적으로 폭파 붕괴돼 사용되지 않다가 1958년 복구됐다. 시는 "수해와 전란으로 인해 1917년 당시 모습은 사라지고 변형됐지만 한강대교는 조선시대 정조가 화성에 행차할 때 배다리를 놓았던 곳에 설치됐다"면서 "서울의 남북을 잇는 역할을 지속해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흔적이 녹아있는 상징적인 다리로 보존·활용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21일 한강대교에 설치된 SOS생명의전화 옆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김현정 기자

 

 

이날 한강대교를 찾은 취업준비생 신모(29) 씨는 "코로나 때문에 카페 알바도 잘리고 취업도 안 돼 우울했는데 여기 와서 바람을 쐬니 기분이 좀 풀린다"면서 "노을도 아름답고 제트스키 타는 사람 구경하는 것도 재밌다"며 씨익 웃었다.

 

그러면서 "자살 예방 문구도 그렇고 SOS전화도 그렇고 안 보이는 곳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고 간다"고 덧붙였다.

 

한강대교 난간에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화려하고 멋진 주인공이라도 힘든 갈등을 겪고 이겨내야 드라마가 완성된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갈등이 있어 드라마가 삶이 되고 삶이 드라마가 된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나는 더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 사람들을 위해 다시 희망으로 걸어봅시다' 등의 자살 예방 문구가 쓰여 있었다.

 

다리 중간 즈음엔 '지금 힘드신가요?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라는 다정한 말이 적힌 생명의 전화가 달려 있었다. 그 옆엔 사고 발생 시 물에 빠진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구명조끼, 구명환(튜브 형태의 부표), 로프가 든 '인명구조장비 보관함'이 설치됐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생명의 전화를 통해 이뤄진 자살 위기 상담은 8113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투신 직전의 고위험자 1595명을 구조했다고 재단은 전했다. 상담전화 이용자가 가장 많았던 곳은 마포대교로 전체의 65%(5242건)였다. 한강대교 622건(8%), 양화대교 358건(4%), 잠실대교 234건(2.8%)이 뒤를 이었다.

 

◆공포의 전동 킥보드

 

지난 21일 오후 한 시민이 한강대교에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다./ 김현정 기자

 

 

이달 21일 한강대교에서는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PM·퍼스널 모빌리티)를 탄 시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빠른 속도로 보행자 옆을 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한강대교는 붉은색으로 표시된 자전거길과 회색 콘크리트로 된 보행길로 구분돼 있었는데 이를 무시하고 스피드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직장인 박모(37) 씨는 "퇴근 시간에 차가 너무 막혀서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다닌다"면서 "요새 부쩍 전동킥보드 타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너무 쌩쌩 달려 부딪혀 다칠까 봐 무섭다"며 울상을 지었다.

 

박 씨는 "코로나 때문에 답답한 건 알겠는데 그렇게 빨리 달리고 싶으면 사람 다니는 인도 말고 바로 옆에 차도를 이용해 줬으면 한다"며 "시내 공원들은 전동킥보드 이용을 금지해놨던데 한강대교에서도 시민 안전을 위해 못 타게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21일 오후 한강대교 북단에 위치한 노들견우카페 근처에서 한 시민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한강대교 북단엔 등대처럼 생긴 노들 견우카페와 직녀카페가 상류와 하류에 각각 위치해 있었다. 노들 견우카페에서 일하는 직원은 "매점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음식은 핫도그랑 닭다리"라면서 "그런데 코로나 사태 이후 이용객이 30%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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