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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역

[되살아난 서울] (73) 서울의 동쪽을 지키는 성문 '흥인지문'

지난 24일 보물 1호 흥인지문을 찾았다./ 김현정 기자

 

 

흔히 동대문이라 불리던 흥인지문이 제 이름을 찾은 건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의 일이다. 1996년 11월 문화재관리국은 역사바로세우기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일제지정문화재 재평가사업 심의 결과를 발표하며 7건의 명칭을 변경하고 15건의 등급조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때 국보 1호 남대문과 보물 1호 동대문의 공식명칭이 원래 이름인 숭례문과 흥인지문으로 환원돼 교과서와 각종 문헌에 남은 일제 잔재를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

 

흥인지문은 조선시대 한양 도성에 세워진 네 개 대문 중 하나다. 동서남북 4대문은 '인·의·예·지'라는 유교의 이념을 담아 흥인문, 돈의문, 숭례문, 숙정문이라고 이름 붙였다. 1398년 완성된 흥인문은 고종 6년(1869년) 개축 때 흥인지문으로 개칭돼 다른 문과 달리 네 글자 이름을 갖게 됐다.

 

흥인문은 청계천변에 있어 습지인데다가 지형이 낮아 비가 많이 오면 자주 침수돼 땅의 기운을 북돋기 위해 이를 보강하고자 이름에 '지'를 추가했다고 한다. '갈 지(之)'자와 관련해서는 동쪽 지세가 낮아 산세의 형상을 가진 글자를 넣었다는 설과 기를 살리는 차원에서 용처럼 생긴 한자를 보탰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진입 불가 '반쪽짜리' 노천박물관

 

24일 한 시민이 흥인지문을 둘러보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 24일 보물 1호 흥인지문을 찾았다.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6번 출구로 나오면 600여년간 서울 동쪽을 지켜온 거대한 성문을 만나볼 수 있다. 흥인지문은 정면 5칸, 측면 2칸으로 지어졌으며 국보 1호인 숭례문과 그 크기가 비슷하다. 성벽과 이어진 축대에 아치형 통로를 만들고 그 위로 문루를 세워 성문을 축조했다. 서울 성문 중 문루를 2층으로 지은 것은 숭례문과 흥인지문뿐이다.

 

이날 흥인지문을 방문한 김모(78) 할머니는 "우리 조상들이 그 옛날 이걸 만들었을 때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성문을 본다"며 "꽃시장 가는길이라 이곳에 종종 오는데 잔디도 잘 깎아놓고 관리를 참 잘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동네주민 송모(69) 씨는 "집이 근처라 오다가다 자주 이곳을 들르는데 일이 바빠서 특별히 눈길을 둔 적은 없다"면서 "오로지 내 일에만 집중해 머리를 쓰지 문화재를 관심 있게 지켜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광화문이나 이런 데는 들어갈 수 있게 해놨는데 동대문은 울타리를 쳐놔 관람할 수 없다"면서 "사람들이 볼 수 있게 개방하고 근처에 쉼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흥인지문은 동대문역 1·4호선 사이에 놓여 있어 접근성이 뛰어났지만 옹성 외에는 특별한 볼거리도, 쉴 곳도 없었다. 옹성은 성문 앞에 빙 둘러쳐 적을 방어하는 작은 성이다. 도성 내 8개 성문 가운데 옹성을 갖춘 곳은 흥인지문밖에 없지만 이 사실을 아는 시민은 없었다.

 

◆불 타 없어질 뻔한 보물 1호

 

지난 24일 시민들이 흥인지문 옆을 지나가고 있다./ 김현정 기자

 

 

흥인지문은 조선시대에 지은 사대문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성문이다. 2008년 숭례문이 불에 타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년뒤 숭례문의 악몽이 재현됐다. 2018년 3월 한 40대 남성이 교통사고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홧김에 흥인지문에 불을 붙였다. 다행히 문화재 경비원이 4분 만에 소화기로 불을 꺼 담벼락 일부만 그을렸고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24일 한 시민이 흥인지문 근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문화재관리인 김용섭(66) 씨는 "흥인지문은 365일 24시간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다"며 "낮 근무조는 30분마다 한번씩 돌며 점검하고 야간 순찰대는 10분에 한번씩 순찰하며 밤을 샌다"고 말했다.

 

김 씨는 "펜스를 넘어 출입금지 구역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한달에 한두명 있을까 말까"라며 "예전에 그런 화재 사고가 있었고 저녁에는 술취한 사람들이 들어오려고 해서 출입을 막아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동대문 상인은 "도둑 하나를 열 사람이 못 지킨다는 말도 있지만 아직도 그때 생각만 하면 아찔하다"면서 "흥인지문이 가까이 있어 관광객이 많이 와 장사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그런데 코로나 터지고는 외국인이고 내국인이고 이곳에 오는 사람이 잘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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