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서 형제간 분쟁이 시작된 모양새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차남인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게 지분을 모두 넘기며 후계구도를 확정지으면서다. 조 사장은 현재 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최대주주 자격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다른 형제들이 전문경영인 도입 등 주주친화적인 대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조 회장은 차남인 조 사장에게 자신이 보유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지분 23.59% 전량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과 조 사장이 각각 19.3%씩 지분을 동등하게 갖고 있었고,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0.83%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 블록딜로 조 사장은 42.9%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사업회사)와 한국네트웍스, 한국아트라스BX를 가지고 있는 지주회사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또 다시 한국프리시전웍스, 한국엔지니어링웍스의 최대주주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최대주주는 곧 회사의 모든 경영권을 손에 쥔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조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반기를 들었다.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인 개시 심판을 청구하면서다. 후견인 제도는 노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들에게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다. 아버지인 조 회장의 판단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 이사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조 회장이) 가지고 있던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분이 놀라고 당혹스러워했다"며 "이런 결정들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린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다음날인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 이사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조 회장은 "조현범 사장에게 약 15년간 실질적으로 경영을 맡겨왔고 그 동안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고 회사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했다"며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해서 이미 전부터 최대주주로 점찍어 두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나이에 비해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고 건강 이상설을 일축했다.
다만 조 회장은 입장문에서 "전화를 했는데 전화도 받지 않더라"고 밝힌 것은 경영권 분쟁 이슈가 진행형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먼저 조 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반박이 나올 수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영업이익은 2018년 2114억원에서 2019년 170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38억원에 불과했던 만큼 올해 실적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조 사장은 하청업체에 뒷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 3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6억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현재 조 사장의 항소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경영진은 회사 복귀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조 이사장이 전문경영인 이슈를 가지고 올 가능성이 있다. 조 이사장은 "조 회장은 평소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으며, 사후에도 지속 가능한 재단 운영 방안을 고민했다"면서 "대기업의 승계 과정은 투명해야 하고 회사와 사회의 이익을 위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해 경영권에 대한 욕심보다는 주주친화경영에 방점을 찍고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이제 시작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른 형제 입장에서 2심을 진행 중인 차남에게 모든 지분을 몰아준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조 이사장과, 조 부회장 모두 주주친화경영에 뜻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소한 조 사장이 경영권을 이어받는 데 합당한 이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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