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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새벽을 여는 사람들] 박수미 장내 아나운서 '삼성·KT도 모셔간다'

박수미 장내 아나운서. 현재 삼성썬더스, 삼성생명블루밍스, kt wiz 등에서 장내 아나운서를 맡고 있다.

특유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다. 분명 여자의 목소리인데 무게감이 짙다. 이미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여성 최초의 장내 아나운서인 박수미(36)씨의 이야기다.

 

박 씨는 현재 농구와 야구, 핸드볼, 축구까지 섭렵한 국내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여성 장내 아나운서다. 가장 주된 일이라고 꼽을 수 있는 분야는 농구와 야구. 겨울에는 농구장에서, 여름에는 야구장에서 쉴 새 없이 마이크를 잡는다.

 

현재는 서울삼성썬더스, 용인삼성생명블루밍스 농구단과 kt 위즈(wiz) 야구단, 서울시청 여자축구단 등에서 진행을 맡고 있다. 올해로 벌써 16년차. 프로야구가 한창인 요즘 야구가 없는 한적한 월요일 오후에 잠실체육관 근처에서 그를 만났다.

 

여자농구 행사장에서 박수미 장내 아나운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근 tvN 방송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박수미 아나운서. /tvN 프로그램 캡처

◆아르바이트가 천직으로

 

박수미 아나운서는 '운좋게' 장내 아나운서를 시작했다며 대학교 1학년 시절을 회상했다. 레크레이션과에 진학한 그는 19살이었던 1학년 당시 학과 교수님의 추천으로 아나운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학교다닐 때 성우 목소리를 흉내내면서 장기자랑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이후로 목소리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죠. 어느 날 선배들 따라 스텝으로 일을 하러 갔다가 사회자가 그날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서 마이크가 저에게로 넘어왔어요. 그 일을 계기로 교수님의 추천으로 장내아나운서를 시작했죠."

 

그는 장내 아나운서 일을 시작할 당시 '나이가 너무 어린데 할 수 있겠냐'는 시선이 있을까 두려워 구단에서 요구하는 프로필 서류에 4살 많게 적었다고 한다. 누군가 질문을 할까봐 회식자리도 피했다.

 

스포츠 장내 아나운서는 현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소개하고 경기 상황을 설명하는 동시에 각종 이벤트, 선수 인터뷰까지도 도맡는다. 스포츠 룰과 경기 흐름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고 팬들과 소통할 때는 유머 감각도 필요하다.

 

"저는 장내 아나운서가 뭘 하는지 들어본 적 없이 농구장에 들어섰어요. 경기 비디오를 돌려보면서 나름 공부를 했지만 눈으로는 알겠는데 말로서 나오기까지가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투포인트, 쓰리포인트, 작전타임, 선수교체 이 정도만 했던 것 같아요. 일을 배워가면서 진행 실력도 늘었죠."

 

이제 현장에서 박 아나운서를 보는 팬들은 그를 또 하나의 구단 캐릭터로 인식한다. 그만큼 그의 중후한 목소리가 경기장에서 존재감을 뿜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단순한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지만 그의 적성과 타이밍, 운까지 모든 것이 잘 들어맞았다. 교수님께서는 농구경기와 학교수업이 겹치면 수업을 대체할 수 있게 공문처리를 해주셨다. 마이크를 잡는 사람이 돈을 많이 벌던 그 시절 그는 대학교 학비도 본인이 다 해결했다고 한다.

 

수원 kt위즈파크 야구장에서 진행을 하고 있는 박수미 장내 아나운서. /본인 제공
수원kt위즈파크 야구장 응원단에 선 박수미 아나운서 모습. /본인 제공

◆야구구단까지 러브콜

 

그는 장내 아나운서 일이 한 해 한 해 거듭되면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업이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를 원하는 구단이 많았다. 업계에서 인정해주면서 일에 대한 만족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여자농구 장내 아나운서는 한두팀 빼고는 다 해본 것 같아요. 타 구단의 러브콜이 많아지니까 내 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일이 더 만족스럽기 시작했어요. 일은 확실히 인정받기 시작하면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그는 농구로 처음 일을 시작해 핸드볼, 축구를 거쳐 이제는 야구까지 섭렵했다. 신생구단인 kt wiz가 구단 장내 아나운서 자리에 박씨를 앉히기 위해 꽤 오랜시간 구애를 했다.

 

그렇게 박씨는 올해로 6년차. kt wiz의 창단멤버 중 한 명으로 장내 아나운서를 맡고 있다. 역사상 야구장에 여자 장내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잡은 건 박씨가 처음이다. 농구장에서 금녀(禁女)의 벽 깬 그가 야구장까지 무대를 넓힌 셈이다.

 

박수미 장내 아나운서가 서울 삼성썬더스 경기 중간 쉬는 시간에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최고의 마케팅은 승리다

 

자연스럽게 구단에 대한 이야기가 길게 이어졌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시즌 조기 종료, 무관중 경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박씨 또한 경기장에 들어설 때마다 마음이 착잡하다.

 

"처음에는 황당했어요. 그런 단순한 마음에 제 SNS에 비어있는 경기장을 찍어서 올린 적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쉬고 있는 동료들이 생각나서 그것 마저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루 빨리 관중석이 채워졌으면 좋겠어요."

 

박씨는 경기장에 관중석이 하루빨리 찾아오는 것, 그리고 시즌 우승을 팬들과 만끽하는 것을 매 시즌 상상한다.

 

"우리은행 농구단에 있었을 때 3년 연속으로 우승을 경험했어요. 그 시즌을 절대 잊지 못해요. 한 경기 한 경기 너무 몰입을 했었죠. 정말 팀이 잘할 때는 야구장에서 일을 하다가도 끝나자마자 농구장으로 달려와서 계단사이에 앉아서 팬들이랑 같이 응원을 해요. 내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만큼 짜릿한 것도 없어요."

 

그는 최고의 마케팅은 '승리'라는 명언을 남겼다. 가장 기억에 남으면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 '내 팀이 잘할 때'인 것 보면 승리만큼 좋은 것도 사실 없다.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 지 물었다. 망설임 없이 '내 팀 우승'이었다. "경기장이 내 무대이긴 하지만 저는 주인공을 돋보이게 해주는 사람이거든요. 팀이 우승하면 시상식을 하잖아요. 그 순서가 있어요. 시상식, 헹가레, 골망 커팅 등등. 그 순간을 다시 만끽하고 싶어요. 팬들과 똑같은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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