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담당 기자를 시작할 때 즈음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유력 대선후보와 관련돼 있다는 이른바 '테마주'는 지지율 흐름에 따라 등락을 거듭했다.
그 사이 일부 기업의 대표는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서 자녀들에게 양도한 뒤 주가가 급등하자 내다 파는 식으로 재산을 상속했다. 겨우 스무살이 된 대표의 자녀들이 1년 새 얻은 시세 차익만 3억원에 달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매년 익숙한 보도자료를 뿌린다. 테마주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평균 계좌수익률이 마이너스임을 강조하면서 테마주 투자를 지양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증권 담당 기자로서 테마주로 엮인 기업의 가치를 분석한 기사를 쓴 적도 있다. 해당 기업과 정치인은 사업적 연관성이 없을뿐더러 회사의 재무구조가 부실하다는 내용이었다. 기사가 투자자의 이성적 판단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번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대하는 주식투자자의 행동을 보면서 금감원의 보도자료, 기자의 우려 섞인 기사는 부질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테마주에 투자하는 투자자 대부분은 이성적인 판단을 할 생각도, 의지도 없는 것일까.
그날 박원순 시장을 검색하면 '서울시장 테마주'가 연관검색어에 떴다. 지난 10일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오세훈, 안철수 관련 테마주가 급등했다. 누군가의 죽음을 투자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이들 테마주 대부분은 회사 임원이 해당 정치인과 고등학교, 대학교 동문이라는 이유였다. 또 다른 기업은 해당 기업의 계열사에 정치인의 동생이 대표이사직을 역임했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였다.
하지만 테마주에 투자하는 개미들은 "나는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무모한 자신감으로 투자금을 베팅한다. 본인의 투자가 자본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테마주 투자를 주의하라'는 경고가 무기력하게 느낀다. 매년 선거를 앞두고 반복되는 테마주 광풍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 지 본질적인 자본시장의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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