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시장을 보면 가진자와 갖지 못한자, 그리고 갖지 못했지만 갖고자 하는자로 나뉘는 듯하다. 그리고 어느 분야에서나 그렇듯 갖지 못했지만 갖으려 하는자 덕분에 시장은 변화한다.
지난 주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금융과 부동산을 분리시키자는 일명 '금부분리' 정책을 제안했다. 부동산이 폭락하면 금융부실을 초래할 수 있고 기업과 가계부채가 현실화 되면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 부동산을 족쇄로 실효적인 부동산 정책을 펼칠 수 없으니 금융과 부동산을 분리시키자는 주장이다.
이같은 '금부분리' 정책은 금융의 산업 지배를 막는 '금산분리' 정책에서 따온 듯 하다. 금산분리 정책은 은행은 심판이고 기업 등은 선수인데 심판과 선수가 같은 팀이면 안 된다는 의미다. 삼성 등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을 막고 공정한 금융거래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금융과 산업을 분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추 장관의 발언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오류가 있어보인다. 금산분리는 가진자가 금융을 소유하는 것을 분리하고자 하는 의도라면 금부분리는 갖지 못했지만 갖고자 하는 자가 금융을 소유하는 것을 분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추 장관의 말대로 이전에는 부동산을 통해 재벌이 부패권력과 유착해 땅 장사를 해볼 수 있던 곳이었다면, 이제는 갖지 못했지만 갖으려 하는 자가 탈 수 있는 사다리가 될 수 있다는 것. 금부분리를 할 경우 가진자와 갖지 못한자만 남게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은 주식시장에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3년부터 주식 등 금융투자소득의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부과 대상을 소액주주로까지 전면 확대하겠다고 했다.
지난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서민이 중산층으로 가기 위한 방법은 부동산과 주식인데, 부동산 대책으로 중산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 하나를 잃었고, 그나마 위험성이 큰 사다리 하나마저도 잃게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물론 금융세제 개편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과세 기준이 낮춰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집중해야 할 것은 중산층으로 가기 위한 방법이 '부동산'과 '주식'밖에 없다는 점이 아닐까. 지금은 가진자가 더 가지는 것을 걱정하기 보다 갖지 못한자가 가진자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없다는 사실에 주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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