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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서울] (69) 마라톤 성지로 재탄생한 만리동 '손기정체육공원'

지난 15일 러너들의 성지로 재탄생한 손기정 체육공원을 찾았다./ 김현정 기자

 

 

"레이스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혼자 올림픽에라도 갈 것처럼 질풍같이 선두를 달렸다. 시오아꾸와 스즈끼는 나를 놓칠세라 허겁지겁 뒤쫓아 왔다. 이런 수법으로 몇 번 당겼다 늦췄다 하는 사이 남승룡 선배는 선두로 치고 나갔다. 작전이 들어맞아 남 선배가 1위, 내가 2위, 시오아꾸가 3위, 스즈끼가 4위가 됐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남승룡 선수와 함께 출전하기 위해 대표 선발전에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던 손기정이 쓴 자서전의 일부다.

 

서울시는 국내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 선수를 기념하기 위해 그의 모교가 있던 자리에 공원을 만들어 1990년 12월 개원했다. 당시 시는 8979평 부지에 도서관 2동, 테니스장 2곳, 체력 단련 시설, 잔디구장, 마을회관, 올림픽 금메달 기념시설, 어린이 놀이터, 손기정 기념광장을 설치했다. 총 66억7000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손기정, 남승룡 선수가 다녔던 양정고등보통학교는 중구 만리동에서 양천구 목동으로 이전됐다.

 

시는 손기정 체육공원의 정체성을 되살리고자 이곳을 마라톤 특화 공간으로 재조성해 지난달 27일 시민에게 개방했다.

 

◆공원 산책하며 코로나 버티는 주민들

 

15일 오후 손기정 체육공원을 방문한 어르신들이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 15일 러너들의 성지로 다시 태어난 손기정 체육공원을 방문했다. 공원은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 5번 출구에서 서울역 방향으로 8분(534m) 정도 걸으면 나온다.

 

입구에서 사람들을 맞이하는 건 2층짜리 통유리 건물로 지어진 어린이 도서관이다. 5살쯤 돼 보이는 꼬마가 아빠의 손을 잡고 도서관 근처를 서성였다. 아이의 아버지는 "어이쿠, 오늘은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아서 못 들어간대. 저기 친구들 있는 곳으로 가볼까?"라며 공원에서 놀이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 15일 손기정 체육공원 내 다목적운동장 입구에 휴장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현정 기자

 

 

어린이도서관 출입문 앞엔 '코로나19의 지역 감염이 확산됨에 따라 수도권 지역 대상 강화된 방역조치에 의거 주민의 안전을 확보하고자 임시 휴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목이 긴 장화처럼 생긴 손기정공원에는 어린이도서관과 함께 반시계 방향으로 ▲테니스장 ▲게이트볼장 ▲체력단련장 ▲다목적운동장 ▲남승룡러닝센터 ▲실버체육센터 ▲월계관수 ▲손기정동상 ▲손기정기념관 ▲손기정체육센터 ▲손기정문화센터 ▲어린이놀이터가 위치해 있다.

 

어린이도서관 외에도 테니스장, 게이트볼장 등이 코로나 여파로 폐쇄됐다. 이날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1~2m의 간격을 두고 멀찌감치 떨어져 산책을 즐겼다. 할머니들은 바람이 잘 드는 벤치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담소를 나눴다.

 

중림동에서 60년을 산 심영숙(89) 씨는 "공원이 없었으면 코로나를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100점 만점에 백점"이라며 밝게 웃었다. 이어 "바닥이 아스팔트가 아니라 푹신푹신하다"면서 "오래 걸어도 다리가 안 아프고 피곤하지가 않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동네주민 최모(76) 씨는 "공사한다고 몇 달을 공원에 못 들어오게 해서 처음엔 화가 났다"면서 "근데 막상 완성해놓은 걸 보니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축구장 옆에 사람들이 산책할 수 있는 길이 1개였는데 이걸 2개로 만들어놔서 걷기 편해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시는 공원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던 축구장을 남쪽으로 옮겨 운동장 북측 비좁은 보행로를 대폭 넓혔다고 설명했다.

 

◆러너들의 천국

 

15일 오후 손기정 체육공원을 방문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공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장소는 다목적운동장이었다. 네모 반듯한 축구장에서는 초록빛 잔디가 싱그러움을 뽐냈다. 운동장 바깥은 대왕참나무를 중심으로 진홍색 트랙 두개가 둘러졌다. 한쪽은 천천히 걷는 보행자용 길이었고 다른쪽은 달리기를 즐기는 러너들을 위한 트랙이었다.

 

강서구에서 온 주부 윤모(42) 씨는 "근처에 사는 친구 집에 들렀다가 커피 마시러 나왔다"면서 "손기정 체육공원은 오늘 처음 와봤는데 조경을 정말 잘해놨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은 서울인데 차별받는 기분이다. 이렇게 도심에만 돈을 쏟아 부으니까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것"이라며 "변두리도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15일 오후 한 시민이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 옆을 지나가고 있다./ 김현정 기자

 

 

시는 제11회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시상식에서 손기정 선수가 수여받은 대왕참나무를 마라톤과 보행 트랙 사이에 심어 동선을 분리함과 동시에 손기정 체육공원의 상징을 부각시켰다고 덧붙였다.

 

남편과 산책을 나온 김모(35) 씨는 "공원에서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 중에 마스크 낀 사람을 못 봤다"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은 출입을 못하게 막아놨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때문에 화장실을 못 가게 막아놓은 것도 불편하다"며 "애들 데리고 나왔으면 근처에 볼일 볼 곳이 없어 정말 큰일날 뻔 했다"고 말했다.

 

시는 러닝트랙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공원 후문을 정비, 마라톤 부대시설인 남승룡러닝센터를 짓고 있다. 연면적 660㎡, 2층 규모의 이 시설엔 락커룸, 샤워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는 "손기정과 함께 베를린올림픽에서 메달을 받은 남승룡 선수와 그 외 마라톤 영웅들을 기념하는 곳으로, 러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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