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산 유(WTI)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의 투자 열기는 여전하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의 손실 위험성 경고도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를 막진 못했다.
하지만 일부 레버리지(상승장에서 수익을 냄) 원유선물 ETN은 동전주로 전락했다. 일주일 만에 거래가 재개된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의 ETN 2종은 27일 가격제한폭(60%·일반상품의 경우 30%)까지 내려앉았다. 투자자들의 '한탕주의'에서 비롯된 과도한 매수세가 원유 ETN 시장을 투기판으로 전락시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개미들 '눈물의 매도'… 동전주된 레버리지
27일 '삼성레버리지 WTI선물ETN'은 전 거래일(24일)보다 1250원(-59.95%) 떨어진 835원에 거래를 마쳤다. 'QV레버리지 WTI원유선물ETN(H)' 역시 하한가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보다 750원(-60.00%) 내린 5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이들 종목은 이날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가 각각 1억주, 200만주를 시장에 새로 상장했다. 추가 물량 공급과 단일가매매 등의 조치 덕에 괴리율이 급격히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정상가격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삼성레버리지 WTI선물ETN의 경우 실시간지표가치(IIV)가 139.86원으로 괴리율이 497.03%에 달했다. 괴리율은 ETN 가격과 실제 지표가치(IV)의 차이를 뜻한다.
'신한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H)'(-52.31%)과 '미래에셋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20.63%)도 동반 급락했다.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괴리율에 손실 위험성을 느낀 투자자들이 작정하고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소는 종가 기준으로 괴리율이 30%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 3거래일간 다시 매매정지를 하겠다는 방침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이튿날 다시 거래정지가 될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묶여있는 약 4300억원의 자금을 조금이나마 회수하기 위해 전량 매도에 나선 것이다.
시장 가격조절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거래가 풀렸을 때 팔아치웠다는 얘기다. 거래소가 높은 괴리율에도 불구하고 5일 만에 거래를 재개한 이유도 그래서다.
대신 괴리율이 20% 이상 벌어지면 12%로 정상화될 때까지 단일가 매매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30분 단위로 한 가격으로만 거래가 진행됐다.
하한가 수준의 급락과 반복된 거래정지를 여러 번 거쳐야만 가격 정상화가 가능한 상황. 원유 ETN 상품에 뛰어든 투자자들의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판매사도 손사래…"원유 ETN 손실 위험 커"
27일 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금융감독원이 일부 원유 ETN에 소비자경보 최고 등급인 '위험' 등급을 발령한 직후인 지난 10일부터 24일까지 총 1조3649억원 어치의 원유 ETN과 상장지수펀드(ETF)를 순매수했다.
이에 대해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진정되면 폭락한 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단순한 계산이 투자자의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투자 광풍이 일자 판매사 입장인 증권사들은 자발적으로 투기적인 원유 선물ETN 거래에 대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증권사 PB는 원유 ETN에 대해 "손실 가능성이 높아 문의하는 투자자, 특히 선물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투자자에게는 매수를 권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레버리지의 경우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3배 이상 폭등하더라도 근월물과 원월물 간 가격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롤오버(선물교체) 비용이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는 인버스 상품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 유가 변동성이 극도로 커진 상황에서 만일 유가가 하루에 50% 오른다면 인버스 레버리지 ETN 3개 종목이, 100% 오른다면 6개 인버스 ETN 전 종목이 투자금 전액 손실을 당할 위험이 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 상황에서 원유 선물 ETN은 레버리지와 인버스 모두 권하고 싶지 않다"며 "어느 쪽이든 기대 심리가 낮아 합리적인 투자 근거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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