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올해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실적 반등을 꾀했지만, 마힌드라의 신규투자 거부로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 1월 파완 쿠라므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한국을 방문하는 등 지원 의지를 내비친 지 두달여 만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마힌드라와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아 2022년 흑자전환을 달성할 계획이었으나 마힌드라가 신규투자 거부 입장을 내비치면서 9년 만에 생존 위기에 처했다. 이는 12년 전 상하이자동차 사례와 비슷한 모습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하이차 매각 닮은꼴?
쌍용차는 1999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돌입한 이후 2004년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됐다. 당시 상하이차는 쌍용차 지분 48.9%를 5900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경기 악화와 판매 부진으로 쌍용차는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유동성 공급을 약속하던 상하이차는 2008년 12월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2대 주주였던 산업은행과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정부는 상하이차의 지원 결정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원을 거부했고 결국 상하이차는 2009년 1월 쌍용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결국 상하이차는 4년여만에 쌍용차의 핵심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기술력만 빼돌린 뒤 법정관리를 신청, 직원 2646명을 구조조정하고 한국에서 철수했다.
특히 상하이차는 3000억원의 개발 비용이 투자됐던 쌍용차 SUV 카이런의 기술을 헐값인 280억원에 넘겨받는 등 '기술력 유출'에 집중했다. 상하이차가 대주주로 있는 기간 동안 신차 출시는 물론, 개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쌍용차는 곧장 내리막길을 걸었다.
쌍용차의 기술력을 모두 뽑아간 상하이차는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했다. 20여년이 넘는 기간 합작 생산만 도맡던 업체에서 벗어나 2007년 카이런을 꼭 닮은 독자 브랜드인 '로위'를 출범시키고 승승장구 중이다.
상하이차와 결별한 쌍용차는 2011년 마힌드라에 인수된 이후 소형 SUV 티볼리를 내놓으며 2016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뚜렷한 성장 동력 확보에 실패하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문제는 쌍용차가 실적 부진이 깊어지자 마힌드라는 상하이차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는 모습이다. 쌍용차는 마힌드라와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아 신차 개발을 통해 2022년 흑자전환을 준비했지만 결국 마힌드라가 등을 돌렸다.
마힌드라 그룹의 자동차 부문 계열사 '마힌드라&마힌드라'는 최근 특별이사회를 열어 쌍용차에 신규자본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 3개월간 최대 400억원의 일회성 특별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도록 승인했다.
마힌드라는 그동안 쌍용차 지원 의지를 강조해왔다. 2019년 말 쌍용차 노조와 면담을 하며 2300억원 직접투자 계획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고엔카 사장은 올해 1월 방한해 회생에 필요한 5000억원 가운데 23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히고 나머지에 대해 산업은행과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인수 후 SUV를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상하이차와 비슷하다. 2010년 쌍용차를 인수하기 전 마힌드라는 농기계가 주력이었다. 2013년부터 SUV를 본격 생산하기 시작해 15여종의 신차를 출시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마힌드라도 '기술 먹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3일 이사회에서 마힌드라는 ▲W601 플랫폼과 같은 마힌드라의 신규 플랫폼에 대한 자본적 지출 없는 접근 ▲쌍용차의 자본적 지출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 프로그램 지원 ▲현재 진행 중인 자재비 절감 프로그램 지원 ▲쌍용차 경영진의 새 투자자 모색 지원 등을 제안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마힌드라와 결별한다면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클 것"이라며 "직원 5000여명은 물론 1·2차 협력업체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 마힌드라가 이번 투자 포기로 쌍용차가 도산하면 지분 역시 종이조각이 될 것"이라며 "마힌드라가 산업은행의 추가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 "경영쇄진 추진할 것"
이에 대해 쌍용차는 마힌드라 그룹의 신규자금지원 차질에도 불구하고 경영쇄신 작업을 막힘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쌍용차는 이미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품기획부터 연구개발, 생산, 판매, 서비스까지 회사의 전 부문에 걸쳐 업무시스템 고도화 등 내부 혁신역량 강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마힌드라 '철수 의혹'에 대해서는 마힌드라가 신규 자본 투자를 완전 철회한 것이 아닌 일회성 특별 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었다.
쌍용차는 2022년 수익성 확보를 위한 3개년 사업계획 상 신규 자금조달을 위해 부산물류센터 등 비(非)핵심 자산 매각을 비롯한 다양한 현금확보 방안을 통해 단기 유동성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해 나갈 예정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향후 실현 가능한 경영계획을 통해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지원과 협조를 지속적으로 구해나갈 계획"이라며 "그동안 이어온 상생의 노사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 회사의 성장과 고용안정이라는 공동의 목표달성을 위해 제품경쟁력 확보와 판매증대에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갈 수 있도록 국가적인 지원과 사회적인 관심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