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노트북에 카메라도 달려있으니까 그것으로 온라인수업은 충분해."
등산길에 지나가던 한 아빠와 중학생인 듯한 아들의 대화 내용이다. 이번주부터 본격 시작될 온라인수업을 놓고 오고가는 말들이다.
그러고보니 이미 중3이 됐어야 하는 딸 아이의 담임에게 얼마전 전화가 왔다. 집에 온라인수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지 확인차 4월 초순이 돼서야 새로운 담임 목소리를 들었다. 다행히 우리집엔 아이가 하나고, 쓰던 노트북도 있고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으니 일단 온라인으로 등교(?)할 준비는 된 셈이다.
그런데 갑자기 노파심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 집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두 세명이 있는 집은 각자 컴퓨터 한 대씩이 있어야하나. 또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등 컴퓨터가 없고, 와이파이까지 갖춰져 있지 않은 가정은 또 어떻게 되는걸까.
9일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집도 집이지만 촉박한 시간안에 온라인 수업 준비를 해야하는 교사들도 '멘붕'이긴 마찬가지다.
▲중3과 고3이 온라인으로 개학하는 9일부터 이틀 정도는 시스템 점검 ▲초·중등 온라인 학습 서비스 'e-학습터'에 학급방, 교과 학습방 등 개설 ▲강의자료 업로드 ▲카톡방에서 출석 확인 ▲답변 늦으면 지각 처리 ▲교육 참석 여부는 과제 제출로 체크 ▲과제 못내면 결석 처리 등 할 일이 태산이다.
한 교사는 자신의 SNS에 이런 내용을 올려놓고는 교육부의 '탁상행정'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쓸만한 온라인 콘텐츠가 많은 EBS 자료는 저작권 문제로 직접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까지 덧붙이면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과 학습권 사이에서 정부가 통 크게 가을학기제 도입을 결정한 대신 전대미문의 온라인수업을 택한 지금 집과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온라인수업을 시작하기로 한 이상 현장에서의 시행착오는 최소화돼야한다. 또 아이들과 교사들이 신속하게 적응해 원만하게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한다. 당황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 말에 그저 웃음이 난다. "4교시가 끝난 점심시간엔 그럼 우리는 '먹방'을 해야하느냐"고 말이다.
코로나19 대응도 그랬듯이 이로 인한 교육 문제 또한 우리 사회가 슬기롭게 극복해나갈 수 있길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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