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고실적 행진을 이어간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올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올해 증권업계 경영환경은 녹록치 않다.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 이슈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대규모 투자은행(IB) 딜(Deal)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호실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CEO들의 화두는 리스크 방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주주총회를 개최한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교보증권, SK증권, 유진투자증권, 한양증권 등 8개사다. 3월 중 가장 많은 증권사가 주총을 개최하는 이른바 '슈퍼주총데이'였다. 이날 5개 증권사 CEO가 연임을 확정했다.
우선 미래에셋대우는 최현만 수석부회장과 조웅기 부회장 재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43.7% 증가한 6638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달성한 영향이다. 미래에셋 창립 멤버인 두 사람은 지난 2016년 12월 미래에셋과 대우증권 통합 이후 조직 안정화와 성장세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역시 역대급 실적을 발판으로 무난히 연임을 확정했다. 'IB 1세대'라는 명칭에 걸맞게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1조 3000억원 수준의 독보적인 실적을 기록하며 NH투자증권을 IPO 주관 1위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31.8% 증가한 4765억원을 기록했다. 신임 농협중앙회 회장이 취임했지만 정 사장은 '대체불가 CEO'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보증권은 박봉권 교보생명 자산운용총괄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면서 김해준 대표 단독체제에서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했다. 또 김해준 대표는 6번째 연임에 성공하면서 '증권업계 최장수 CEO'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순이익은 834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14년부터 SK증권을 이끌어 온 김신 대표이사도 또다시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125.4% 증가한 314억원을 기록하면서 성과를 인정받은 덕분이다. 중소형 증권사에겐 불리한 경영환경이었음에도 독보적인 IB딜로 SK증권의 존재감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이사도 연임에 성공했다. 최초 비(非)한양대 출신 CEO에 이어 최초 연임 기록까지 세웠다. 한양증권 순이익은 2018년 47억원에서 2019년 222억원으로 5배 가량 늘어나면서 '최초'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지난해 증권업계 호황 속 호실적을 달성하면서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둔 증권사 CEO는 무난히 연임에 성공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올해 경영 환경은 먹구름이 많아 CEO의 역량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주가와 유가가 급락하면서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요구) 등 헤지비용 부담이 확대됐다. A증권사의 경우 매월 약 1조원 규모의 전자단기사채 만기도래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해외 부동산 투자 등 대체투자 영역을 확대해온 증권사를 중심으로 손실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B증권사는 7조원 수준의 해외 부동산 딜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신규 IB 딜도 '중단' 수준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중단하거나 중단을 계획하고 있는 증권사도 다수로 알려진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부분의 증권사에서 신규 딜 심사를 보류하거나 승인한 건도 재검토를 시작하고 있다"면서 "PF 대출도 중단하면서 그동안 쏠쏠하게 벌었던 수수료 수익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CEO의 경영 과제는 '리스크 관리'다.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하는 것보다 그동안 키워온 사업 부문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장기재임 CEO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재임 CEO는 전반적으로 우수한 경영성과를 보일 뿐만 아니라 꾸준히 향상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우수한 경영역량을 일관성 있고 효과적으로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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