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낙제점 못벗어나
고(故)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주의 창업스토리는 많은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삼양식품 창업주는 1960년대 초 서울 남대문 시장을 지나가다 꿀꿀이죽을 먹기 위해 아이들이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고민했다. 우리나라 라면 역사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창업주의 바통을 이어받은 전인장 회장의 삼양식품은 과거의 모습을 잃었다는 평가다. 삼양식품의 지배구조는 'D등급'으로 평가받고 있고, 내부 견제 장치도 작동하는 지 의문이다.
12일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삼양식품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평가에서 'C이하' 등급을 받았다. 총 8개 등급 가운데 7번째다. 지배구조 부문은 D등급이다. 사실상 낙제점을 받은 것.
◆ ESG 지수, 줄곧 낙제점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요소인 환경, 사회, 지배구조 부문을 평가한 지표를 말한다. ESG 평가가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전 세계적 추세다. ESG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은 30조달러를 넘어섰다.
심지어 블랙록을 비롯해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대형 연기금은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투자하지 않겠다는 ESG 투자 지침을 마련했다. 기업들이 높은 ESG 등급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반면 삼양식품은 ESG에 개의치 않는 것일까.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ESG 등급 평가를 시작한 2011년부터 삼양식품은 줄곧 B이하 등급을 받아왔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C이하로 두 단계나 떨어졌다.
특히 삼양식품의 지배구조는 2018, 2019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기업이 환경보호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에서도 C이하 등급을 받았다.
이에 따라 삼양식품은 ESG 지수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만든 '코스피200 ESG 지수'는 코스피 시총 상위 기업중 ESG 지수가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에 투자하는 지수다. 해당 지수의 시가총액은 5조원이 넘는다. 지수에 편입되면 기업 입장에서 수급의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삼양식품의 시가총액은 201위로 ESG 지수만 높다면 지수에 편입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조건을 만족하더라도 삼양식품의 지수 편입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ESG 지수의 종목 편입 기준인 'ESG 평가가 우수한 종목'에 부합하지 않아서다.
◆ "브레이크 없는 내부 통제"
삼양식품의 대주주는 주가가 급등할 때마다 주식을 팔아치워 의문을 던지고 있다. 대주주가 지분을 파는 것은 투자자에게 회사의 주가가 고점이라는 시그널을 줄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전 회장의 쌍둥이 동생인 전인성씨는 거침이 없었다.
지난 1월. 삼양식품의 주가가 처음으로 종가기준 10만원이 넘는 날 전인성 씨는 보유주식 7631주를 장내매도했다. 이후 6거래일 동안 총 5만주를 팔아치웠고, 해당기간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총 50억원이 넘는 자금을 손에 쥔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양식품 주가는 당시보다 1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전인성 씨는 지난 2011, 2016년에도 삼양식품 주식이 급등하자 보유 지분을 매도한 바 있다.
아울러 3세 승계 작업을 위해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바로 전 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에스와이캠퍼스를 통해서다.
현재 삼양식품의 대주주는 삼양내츄럴스다. 그리고 삼양내츄럴스의 2대 주주는 지분 26.9%를 보유한 에스와이컴퍼스다. 해당 회사는 삼양식품의 지분도 1.67% 보유하고 있다.
삼양식품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에스와이캠퍼스는 직원이 고작 한 명이다. 회사의 주소지 역시 강남구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 13층으로 되어있다.
이처럼 대주주가 지분을 팔고, 삼양식품의 주요주주가 존재도 불분명한 기업을 만드는 과정에서 내부통제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회사를 감시해야 하는 사외이사 자리에 사실상 회장과 인연이 있는 인사가 왔기 때문이다.
현재 삼양식품의 사외이사는 지난 2017년부터 황순종 씨가 맡아오고 있다. 황 이사는 현대산업개발(현 HDC) 임원 출신이다. 현대산업개발은 15년 전 삼양식품의 지분 25%를 매입해 '백기사'를 자처하면서 회사 간 친분관계가 알려진 바 있다. 또 지난해 9월 현대산업개발이 미래에셋대우에 지분을 넘기기 전까지는 16.99%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였다. 사실상 주요주주의 회사에서 임원으로 있었던 사람에게 사외이사 직을 맡긴 셈.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대주주와 관련 없는 외부인사를 영입해 대주주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면서 "대주주와 인연이 있는 사람은 회사를 견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황 이사는 지난 2018, 2019년 삼양식품 이사회에서 단 한 번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고, 소위 '거수기'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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