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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동차

한국GM, 르노삼성-쌍용차와 온도차 확연… "올해 임단협에 달렸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국내 자동차 산업이 생산량 감소 등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졌다. 판매 및 수출부진에 따른 생산물량 감소와 노조 이슈,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쳐 생산 차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중견 완성차 3사의 한숨은 유독 깊어지고 있다. 예상보다 불황의 터널이 길어지면서 중견 3사가 처한 상황을 분석해봤다.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속도…고임금 저효율 구조 여전히 문제

 

트레일블레이저 출시로 시장의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했던 한국지엠은 중견 3사 중 그나마 유일하게 경영정상화 계획이 명확한 기업이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 1월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행사에서 "지난해 마무리하지 못한 임단협 재개와 경영정상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밝혔다. 실제 그는 올해 턴어라운드(흑자전환) 달성을 자신하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당시 행사장을 찾은 김성갑 한국지엠 노조위원장은 "지난 2년간 어려움이 있었지만, 경영정상화는 노사 공동의 목표인 만큼 필요한 부분은 협력할 것"이라고 말해 노사간 위기 돌파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지난 17일 창원공장에서 노사 주요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완성차 누적 생산 500만대 기념식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카허 카젬 사장과 김성갑 노조위원장은 '무결점 품질' 결의를 다지며, 창원산 경차들의 글로벌 선전을 기원했다. 또 같은 날 창원공장 노사가 1교대 근무 체계 전환에 합의, 현장 정규직 노동자 1700여명이 상시 주간 근무에 돌입하게 됐다.

 

그 동안 경영정상화를 위해 세운 계획이 차례로 실현되면서 멈춰 있던 판매량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1월 내수 판매 실적에서 오랜만에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6월 이후 무려 8개월 만에 르노삼성을 제치고 순위가 오른 것이다. 수입차 시장 순위도 올랐다. 픽업트럭 모델인 콜로라도가 1월 수입차 시장에서 천 대 이상 등록되며 개별 모델 순위 3위를 기록했다. 덕분에 쉐보레 브랜드는 수입차 브랜드 판매 4위에 랭크돼 내수 시장과 마찬가지로 한 계단 순위가 상승했다.

 

이런 성장세는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 계획 수립과 실행이 뒷받침한 덕분이다. 한국지엠은 2018년, 5년간 15개의 신차 및 부분 변경 모델 출시를 약속한 이후 이를 꾸준히 지켜왔다. 국내 기술진이 새롭게 출시하는 SUV와 CUV 모델 개발에 집중하는 한편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등을 수입해 판매하며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에는 15개 신차 출시 계획 중 7번째 모델인 글로벌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선보이며 인기몰이 중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디자인·개발·생산을 모두 한국에서 주도한 차로,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더할 핵심 모델로 손꼽힌다. 창원공장에선 2022년 출시를 목표로 'CUV' 신차도 준비 중으로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아직 불씨는 남아있다. 지난해 전면파업까지 불사했던 노조가 새 임단협을 앞두고 임금인상 카드를 다시 꺼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해결하지 못한 단체협약 원상회복, 정년 연장, 조합원 처우개선과 같은 과제도 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지엠의 경쟁력 복원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성 회복과 경영정상화가 시급한 회사에서, 처우개선을 앞세우는 노조의 현실인식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만 2018년 한국지엠 노사가 회생계획을 확정지으면서 올해 임금협상의 방향에 대해 '회사의 수익성 횝고에 따라 결정할 것'으로 합의한 만큼 올해 임단협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르노삼성 XM3 출시에도 수출 기근에 난관 예상

 

한국지엠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은 이미 급전직하 중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40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문제는 고임금·저효율 구조가 해소되지 않는데 있다. 2018년 기준 국내 완성차 직원들의 평균임금은 8915만원으로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은 12.1%에 이른다. 일본 도요타의 8484만원(5.8%), 독일 폴크스바겐 8892만원(10.5%)과 격차가 크다. 매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뛰어넘는 임금인상이 진행됐던 탓이다.

 

반면 생산성은 턱없이 낮다. 한국은 자동차 1대 생산에 약 26.8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일본은 24.1시간, 미국은 21.3시간에 불과하다. 고임금-저효율은 생산성을 낮추고 R&D 투자를 위축시켜, 결국 미래 경쟁에서 도태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한국지엠 노조가 회사의 경영정상화에 일조하겠다는 게 진심이라면 연초 보여줬던 타협의 지혜를 다시 살려내야 한다.

 

또 다른 외투기업인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경쟁력 회복 속도가 훨씬 더뎌 보인다. 르노삼성은 쿠페형 스타일의 준중형 SUV XM3로 반등의 기회를 잡겠다는 각오다. 새로운 스타일의 SUV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은 뜨겁다. 다만 XM3의 해외 물량 배정 여부가 연말에나 결정돼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최소 8~9개월은 내수로 버텨야 하는데 국내 소형, 준중형 SUV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경쟁사와의 혈전이 예상된다.

 

르노삼성 노조의 경직된 사고는 회사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벌써부터 노조는 XM3 성공 출시 격려금 등 벌써부터 제 몫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이 결렬된 후 66.2%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한 바 있어, 2019년 임단협 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선 난처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XM3 출시행사가 취소되는 등 신차 효과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노조는 임금 인상 및 근무강도 완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거론해 회사를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르노삼성의 더 큰 문제는 노사관계 악화로 미래 계획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최근 닛산 '로그'가 단종되고 생산이 확정된 XM3마저 노사갈등으로 인한 생산 안정성을 이유로 르노 본사에서 물량 배정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XM3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올해 생산량은 전년대비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올해 출범 20주년을 맞아 신차 6종을 선보일 계획이지만 르노삼성의 실적 회복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쌍용차 주력 모델 부진·신차 부재…노사 관계 '안정적'

 

쌍용차는 올해 벼랑 끝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노사 모두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신차 부재와 주력 모델 부진으로 상황은 가장 어두워 보인다.

 

실적을 이끌던 주력 차종 티볼리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경쟁 모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판매량이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고효율 가솔린 엔진을 추가하고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등 야심 차게 준비한 신형 코란도는 시장 축소를 피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쌍용차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819억원에 달한다. 주력 모델이 부진에 빠진 가운데 미래 계획 수립도 난관에 빠졌다. 애초 올해 3종 이상의 신차를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신차가 올 4분기나 돼서야 출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쌍용차는 올해 위기를 잘 넘기면 내년부터 반등을 노릴 수 있다. 쌍용차는 올해 자금난에 미뤄뒀던 신차 개발에 돌입한다. 쌍용차는 내년 초 코란도 기반 역대 첫 순수전기차(EV) 모델을 내놓는다. 또 2021~2024년 EV 3~4종을 비롯해 신차 10여 종을 개발·출시할 계획이다.

 

결국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 등 외투 기업 3사의 미래는 고착화된 고임금, 고비용 구조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노조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에 달려있다. 미래를 그리고 비상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은 경영정상화에 대한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를 어느정도 보조를 맞춰주는 노조의 행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는 어려운데 노조가 당장 눈 앞의 이익만 쫓아 얼마간의 이익을 더 얻어내려 한다면, 이는 결국 회사와 노조 모두를 주저 앉힐 뿐"이라며 "국가가 없으면 경제도 없듯이 회사가 없으면 노조도 없다는 사실을 집행부는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원들은 회사 실적이 개선되어야 정년연장, 기본급 인상, 성과급 등이 가능하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쌍용차 창원공장 입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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