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익스와프(TRS) 제도를 해석하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간 견해차가 크다. 자산운용사는 증권사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TRS가 투자를 의미하며 일정 부문의 책임도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증권사는 '단순 대출'이기 때문에 리스크 발생 시 회수가 당연하다는 것. 라임자산운용과 판매사, TRS 제공 증권사로 구성될 제3자 협의체 구성이 난항을 겪는 이유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 알펜루트자산운용과 같이 유동성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총수익스와프(TRS)와 메자닌 투자, 개방형 펀드운용 등의 구조를 가진 사모펀드가 4~5곳이 더 있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파악했다. 금융감독원은 더 큰 환매 리스크가 불거지기 전에 증권사-판매사-자산운용사로 구성된 제3자 협의체를 만들어 원만한 타협점을 기대하고 있지만 업계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 자산운용사 "리스크 터지니 나몰라라"
TRS는 증권사가 자산운용사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고 주식,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을 대신 매입해 주는 계약을 말한다. 이 경우 펀드 자산 일부를 담보로 잡는다. 투자 자산의 명의자는 증권사지만 투자 수익은 운용사가 가져가는 식이다.
특히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TRS를 통해 몸집을 불렸다. 담보비율이 50%라면 5억원어치의 펀드자산을 담보로 10억원의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 자금 유입 없이도 증권사의 돈을 활용해 투자 규모를 늘릴 수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담보로 잡은 펀드에 리스크가 커졌을 때다. 이번 라임운용, 알펜루트가 환매 중단을 결정하게 된 계기도 TRS를 제공한 증권사가 잇따라 자금 회수를 요구하면서다. 증권사가 5억원을 회수해도 실제로 펀드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은 10억원이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사 측은 "성장의 과실은 함께 누려놓고 힘들 때 외면한다"며 서운함을 숨기지 않고 있다. 증권사가 오히려 TRS 확대를 유도하고, 리스크가 발생하자 제일 먼저 돈을 빼내고 있다는 것.
더욱이 증권사의 TRS는 선순위 채권과도 같다. 이번처럼 환매 리스크가 터졌을 때 개인 투자자보다 먼저 돈을 빼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조율하고자 금감원은 '제 3자 협의체' 구성을 논의했으나 증권업계가 난색을 보이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다.
◆ 증권사 "위험 관리는 당연한 것"
증권사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TRS는 말 그대로 '대출'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발생하면 당연히 회수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1~2% 수준의 이자도 리스크를 감내한다고 보기엔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개인에게 대출해줄 때도 개인 신용에 리스크가 발생하면 제일 먼저 돈을 회수할 권리가 있다"면서 "TRS도 그런 개념"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리스크가 발생한 것을 알고도 조처를 하지 않는 게 또 다른 배임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계약에 따라 만기 이전에도 일정 부분 투자자산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자금을 회수할 권리가 있다"면서 "지극히 정상적인 절차"라고 말한다.
결국 TRS 논란은 금융당국의 의미 재정립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가 단순한 채권자인지, 혹은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인지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28일 증권사에 TRS 계약을 통해 취득한 자산에서 부실이 발생하는 등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면 갑작스러운 증거금률 상승 또는 계약 조기 종료 전에 관련 자산운용사와 사전 협의를 긴밀히 해달라고 당부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