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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김태한의 작가산책/10] 콘텐츠기획자 이정훈 작가의 시선… '기억되지 않는 책들'

이정훈 작가와 김태한 출판기획자가 서울 서초구 내 책과강연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나누는 모습/책과강연



[b]"'기획이란 무엇인가?' 참 쉽고도 어려운 질문이다. '아는 것'과 '안다고 믿는 것'은 다른 차원이어서 간혹 이런 질문 앞에 사람들은 당황한다. 기획이란 사람과 사물,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의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인간관계 역시 기획의 바탕 위에 얽혀 있다."[/b]

세상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는 것을 위해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의자는 누구에게나 보이지만, 정작 자신들이 앉아 있는 높이에 대해 생각해보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 만들어진 모든 것에는 기획자의 의도가 존재한다. 관찰하는 사람들에게만 열리는 비밀스러운 문인 것이다. 기획의 재료는 세상에 널렸으나 '기획의 기회'는 이면에 가려져 있다. 이중 책은 가장 강력한 기획의 전략이다. 책은 철저히 기획된다. "무엇을 쓸 것인지(출발점), 누가 읽을 것인지(도착점)를 잇는 선명한 일직선을 그어야 한다"는 17년차 콘텐츠 기획자인 이정훈 작가를 서울 서초동 내 책과강연 연구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b]- '기획자의 책 생각-기획되지 않는 것은 기억되지 않는다' 저서를 출간했다. 책을 기획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b]

"나는 기업의 '위기관리 시나리오'를 컨설팅하는 회사를 17년째 운영 중이다. 위기관리도 분야는 다양하다. 그중 특정 1인(기업최고경영자 또는 창업주)의 죽음에 대비해 기업의 위기관리 시나리오를 디자인하는 게 주요 업무다. 일반인들은 알지 못하는 특수한 분야이다 보니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아무리 경쟁력 있는 콘텐츠라 할지라도 대중에게 발견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창업 13년차 되던 해(2016년)' 이 분야(기업 위기관리) 전문 서적을 출판했다.

출판 과정은 이랬다. 나는 출판사와 계약할 때 '책을 무겁게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것이 계약 조건이었다. 논문을 떠올려보라. 딱딱한 검정 표지에 금박으로 글씨가 새겨진 논문은 쓴 사람도 받은 사람도 딱히 다시 꺼내 읽을 일이 없다. 그렇다. 손으로 (내가 쓴 책을) 집는 순간 '순식간에 권위의 무게가 전이되도록 기획한 것'이다.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형태의 디자인은 기획된다. 그리고 의도는 지식의 권위다.

결과는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책을 보고 연락 온 회사들과는 100%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고 매 컨설팅 당 평균 매출은 1억원 이상이다. 그러니 책 한 권을 기획해서 낸 수익치곤 많지 않은가. 이것이 기획의 힘이다."

[b]- 기획과 콘텐츠(다수의 정보)는 매우 연관이 깊은데, '콘텐츠' 하면 명확하게 그 뜻을 이해하기가 어렵다.[/b]

"우리 시대의 키워드는 단언컨대 '콘텐츠'다. 2008년 아이튠즈를 시작으로 모바일 콘텐츠 생태계가 형성되기 시작했을 때는 플랫폼의 지위가 강력했지만, 플랫폼이 구축된 지금 생태계를 주도하는 것은 콘텐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별화된 나만의 이야기나 기술, 지식을 콘텐츠화 하는 게 개인의 미래 경쟁력으로 이어질뿐 아니라,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 중심에 책이 있다. 출판시장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견해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실제 종이책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많다."

[b]- 콘텐츠 기획을 통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는 것인가. 또 출판시장은 불황이라는 게 다수의 시선이다.[/b]

"맞다.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출판시장이 불황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장기 불황에 독자들의 지갑은 닫혔고, 책이 아니라도 읽을거리는 넘친다.

문제는 신간도서 발행량과 출판사의 수는 오히려 증가한 점이다. 대체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장기 불황의 여파로 출판 비즈니스의 생존전략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초판을 3000부 이상 찍었다. 그런데 지금은 1000~2000부가 고작이다. 책이 팔리지 않으니 많이 찍어 낼 수 없는 것이다. 재고를 창고에 쌓아두는 것만으로 출판사는 비용 부담을 안아야 한다. 5000부, 1만 부씩 찍어내도 팔려나가던 시대가 있었지만 이젠 되돌리기 힘든 과거가 됐다.

출판계의 시선은 이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미디어 스타들에게 향하고 있다. 수백만 팔로워와 연결된 1인 미디어 스타들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인한 것이다. 들어온 원고를 놓고 출간을 결정하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이슈와 트렌드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출판계가 움직이고 있다. 이것이 출판 시장이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책을 써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b]- 비슷한 질문이지만 작가에게 있어서 '글'이란 그럼 어떤 의미인가.[/b]

"자본 없이 시간만으로 채굴할 수 있는 보물이 '글'이다.

과거부터 글쓰기는 특정 직업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지만 세상은 이미 변했다. 언제 어디서든 글쓰기가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졌고, 매일 엄청난 양의 글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개인 간 생각과 정보를 실시간 교류할 수 있게 되면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생산해내는 말과 글 중 일부는 소위 핫한 콘텐츠로 인식되면서 대중으로부터 높은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다. 2017년 대한민국의 지도자를 바꾼 것도 소셜미디어를 타고 불꽃처럼 번진 문자 혁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 글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만을 없앤 것이 아니다. 순식간에 여론을 형성해 강력한 정치권력이 되기도 하고, 인생역전의 기막힌 신데렐라 스토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b]- 책을 쓰고자 하지만 막상 시작을 망설이는 이들이 많다.[/b]

"'책을 써야겠다' 생각은 있지만 번번이 지속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것은 개인의 지적 수준이나 타고난 재능과 무관하다. 책을 쓰기 위해 지금까지 '무엇을 쓸 것인가'를 고민해왔다면 이제 질문을 바꿔보자.

[b]'누가 읽을 것인가.'[/b]

무엇을 쓸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시점에 누가 읽을지를 생각하라니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그러나 당신은 '무엇을 쓸 것인가'라는 질문이 출구 없는 생각의 미로라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무엇'은 '관념'으로 내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다. '무엇'은 '나'라는 자아를 포괄하는 전체이므로 자기 안의 '무엇'이란 그야말로 무한대로 존재한다. 책을 쓰는데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쓸 것(무엇)이 없어서가 아니라 넘쳐나는 쓸 것(무엇)들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쓰기의 비밀은 채우기가 아니라 '버리기'다. 담아낼 욕심을 버리고, 하나의 주제를 선택하고 그것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b]이정훈 작가는...[/b]

1977년생. 동국대학교 생사문화사업학 석사. 현 책과강연 대표 콘텐츠기획자-중앙의전기획 대표

2018. 11. 저서 '기획자의 책 생각-기획되지 않는 것은 기억되지 않는다' 출간

2017. 5. 저서 '10권을 읽고 1000권의 효과를 얻는 책 읽기 기술' 출간

2015. 1. 저서 '불리한 청춘은 있어도 불행한 청춘은 없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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