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파운틴밸리(미국)=양성운 기자】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라인업 확대를 통해 판매량 증가에 속도를 높인다.
현대차는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확대를 통해 팰리세이드, 싼타페, 투싼, 코나, 베뉴 등으로 라인업을 강화하며 지난해 연간 기준 최대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현대차는 내년 하반기 픽업트럭 '싼타 크루즈'를 새롭게 선보인다.
호세 무뇨스 글로벌 COO(최고운영책임자) 겸 북미권역본부장과 마크 델 로소 제네시스 북미담당 CEO를 만나 향후 전략을 들어봤다.
◆현대차 현지화 전략 강화…'첨단 기술'로 美 소비자 사로잡아
현대차는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화 ▲첨단 기술 ▲서비스를 강화하는 전략을 세웠다.
호세 무뇨스 COO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운틴밸리 HMA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지난 몇년간 SUV 신차를 출시하며 제품 라인업을 완전히 변화시켰다"며 "지난해 미국 판매 성장을 이끈 데는 제품 라인업 변화와 고객 서비스 향상이 핵심이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2021년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 '싼타 크루즈'로 본격 진출한다. 미국은 픽업트럭이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인 반면, 강한 트럭만이 살아남는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완벽함을 갖추지 못하면 쉽게 공략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무뇨스 COO는 "싼타 크루즈는 2021년 하반기부터 현대차 딜러점에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며 앨라배마 공장에서 연간 4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라며 "다만 싼타 크루즈는 단순한 픽업트럭이 아니며 포드나 GM 등과 같은 미국 현지 업체의 전통적인 픽업트럭과 경쟁차종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단순히 견인력, 차량중량 등급이 아니라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 사양을 제공하는 도심형 크로스오버 트럭으로 새로운 세그먼트의 정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히 크기를 앞세운 경쟁력이 아닌, 친절함으로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차의 텔루라이드와 현대차의 탤리세이드가 첨단 기술과 디자인, 가격 경쟁력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부분과 맞닿아 있다.
현대차는 2021년 생산을 앞둔 픽업트럭을 'SUT'라는 단어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스포츠유틸리티트럭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무뇨스 COO는 "물건을 던져놓을 수 있는 개방형 적재함에, 운전자와 탑승객을 위한 실내 공간을 동시에 갖춘 도시적이고 젊은 크로스오버 트럭"이라며 "싼타 크루즈는 그 자체로 독창적이고 월등할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2000년대 중반 포드 스포츠 트랙과 쉐보레 아발란체 등이 SUT를 지향하며 등장했지만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단종된 바 있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반전을 이끌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또한 무뇨스 COO는 지난해 출시돼 미국에서 월 평균 5000대 가량 판매되고 있는 팰리세이드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이 팔 수 있는 차"라며 공급 측면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팰리세이드는 현대차가 성공적으로 론칭한 신차 중 하나로,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펠리세이드의 높은 인기로 인해 현재 공급 대수가 제약이 있는 점을 감안할 경우 향후 (생산을 늘린다면) 더 많은 판매 대수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뇨스 COO는 "팰리세이드가 미국 미드사이즈 SUV 세그먼트에서 4.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본다"며 "판매 가격이 높은 편임에도 많은 고객들이 차량을 구매하기 위해 대기를 하고 있다는 점은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2025년 판매량 목표치를 100만대(제네시스 포함)로 잡는 등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했다.
무뇨스 COO는 닛산의 전사성과총괄(CPO) 출신으로 지난해 4월 현대차에 합류해 이달로 9개월째를 맞았다. 그는 지난 9개월간의 소회에 대해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성공을 이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춘 글로벌 통합 기업"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최고의 품질의 자동차를 제공하고 있으며, 직원들이나 새롭게 만들어진 각 권역 간의 협력과 팀워크가 매우 잘되고 있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제시한 비전인 '스카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을 언급하며 "현채차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성공을 이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춘 글로벌 통합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제네시스 젊은 신생 브랜드로 혁신 이뤄낼 것
지난 10월 제네시스 북미담당 CEO로 합류한 마크 델 로소 CEO는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이 같은 전략을 반복하며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있지만 제네시스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판매량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며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마치 크리스마스 아침에 된 것처럼 흥분되고 기분좋게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네시스는 3개 라인업(G70·G80·G90)으로 지난해 2만1333대 판매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2배(105.9%)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올해는 제네시스의 첫 SUV인 'GV80'을 선보이며 북미 시장 내 제네시스 브랜드 성장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델 로소 CEO는 "올해 여름 출시를 앞두고 있는 GV80은 디자인 측면에서 멋진 차다. 다른 고급 브랜드에 뒤지지 않은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높은 기대감을 보이는 것은 미국 고급 자동차 시장의 변화 때문이다. 고급 세단 시장은 침체되고 있지만 고급 SUV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고급 자동차 시장을 살펴보면 전체 시장의 59%가 SUV였다. 고급 SUV 시장은 2025년까지 27% 성장해 전체 고급 자동차 시장 중 6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델 로소 CEO는 "고급 SUV 시장은 초경쟁적인 상황"이라며 "미국 시장은 럭셔리 SUV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리트머스 테스트와 같다"고 말했다.
또 델 로소 CEO는 미국 시장에서의 방향성에 대해 "제네시스는 럭셔리카를 찾는 고객들의 신뢰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제네시스는 고급 자동차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품질, 신뢰성 등 고려사항을 긍정적으로 이끌어내고, 제품에 녹아든 제네시스의 디자인 철학 '동적인 우아함(Athletic Elegance)'을 강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GV80 출시를 시작으로 향후 라인업 확대를 통해 판매량을 확대할 방침이다. 델 로소 CEO는 2021년 세단 3종, SUV2종, 전기차 1종을 선보인다. 그동안 단순한 제품 라인업이 제네시스 브랜드의 약점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또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인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 지점을 올해 연내 오픈할 예정이다.
한편 델 로소 CEO는 25년 이상 자동차 산업에 몸을 담으면서 그 중 20년 이상을 벤틀리, 아우디, 렉서스 같은 고급 브랜드에 집중해온 전문가다. 특히 아우디 미국법인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재직 당시 77개월 연속 판매 증가의 기록을 세우며 연간 20만대 판매 목표를 계획보다 5년이나 앞서 달성했고, 벤틀리 미국법인에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에는 딜러망을 정비하는 등 벤틀리의 미국 사업 전반을 안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