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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김태한의 작가산책/5] 박정윤 작가가 전하는 뭉클한 겨울談 '십이월의 아카시아'

박정윤 작가와 김태한 출판기획자가 서울 서초구 내 책과강연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나누는 모습/책과강연



[b]"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자기 몫의 고통, 아픔 그리고 슬픔을 정해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겪어내야만 한다. 크고 작은 일들을 겪을 때마다 그렇게 생각하며 시간을 건너왔다. 그래도 내게 주어지는 고통의 크기와 무게는 견딜 수 있는 만큼 주어진다는 믿음으로 살았다. 하지만 살면서 겪어보니 견딜 수 있는 만큼보다는 견딜 수 없으면 살아갈 수 없어서 체념할 수 있는 만큼에 더 가까웠다. 하늘이 정해준 내 몫의 고통을 잘 겪고 나면 숨 돌릴 새도 없이 또 다른 고통을 준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나에게만은 닥치지 않으면 좋을 시련이 무릎을 또 꺾이게 했다."[/b]

살다보면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그때의 상실은 '지금'의 소중함을 알게 한다. 서울 서초동 인근 '책과강연' 연구실에서 만난 박정윤 작가(47·여)는 저서 '십이월의 아카시아'를 통해서 '갑작스런 암 판정 후 삶을 대하는 본인의 얘기'를 어떻게 담아내게 됐는지 설명했다. 박 작가는 "암 판정 후 삶에 대한 희망을 강렬하게 희구했다"며 "한 겨울에 발생한 아버지의 죽음, 어린시절 어머니의 부재, 할머니와 함께 한 부엌의 추억 등도 떠올랐다. 당연한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됐을 때, 아픈 것을 아프게 느껴야만 그 뒤에 찾아오는 작은 기쁨과 웃음이 더욱 소중했다"고 했다. 힘겨운 투병 생활을 따뜻하게 글로 풀어난 박 작가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b]- 저서 '십이월의 아카시아'를 쓰고자 한 계기가 궁금하다.[/b]

"누구나 '쓰기'에 대한 열망은 있지만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힘들다. 포기와 실천은 종이 한 장 차이지만 그 간극을 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예기치 않게 암 판정을 받았다.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한 순간에 삶이 바뀌었다. 받아 드릴 수 없었고 힘들었다. 그것에 굴복할 때 즈음 든 생각이 '남기고 싶다'는 갈망이었다. 어느 순간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한 멀리 있던 죽음이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병을 치료하는 과정 동안 죽음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필연적 사실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줬다. 앞으로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도 없었고, 결코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고 장담 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시간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라고 살아간다고 한들 몸도 마음도 나이와 함께 낡아질 것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더불어 시련을 겪어낸 엄마가 한 사람으로 한 여자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격려해 주는 딸들이 있었기에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저는 그렇게 용기를 내어 적극적으로 책 쓰기에 도전하게 됐다."

[b]- '십이월의 아카시아' 제목에 담긴 뜻이랄까. 따뜻함을 자아내는 제목이 만들어진 과정이 궁금하다.[/b]

"(어릴적) 아카시아 나무 아래에서 그리운 아버지를 기다리던 모습이 한 장면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생명력이 강한 아카시아 나무는 깊이 뿌리내려 무덤가에는 심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아카시아는 '강한 생명력을 갖고 싶은 자신'이자 '그리움의 상징'이다. 또 아카시아는 오월에 가장 향기가 진하고 아름답지만 추운 겨울 십이월에 태어나 그리움의 눈물로 피어난 외로운 내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추운 겨울의 외롭던 십이월의 아카시아는 오월의 아카시아처럼 따스함을 품고서 더없이 향기롭고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남겨지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b]- '십이월의 아카시아'를 쓰기 전 자신의 모습은.[/b]

"25여년을 가족들의 일상에 맞춰 오로지 전업주부로의 삶을 살았다. 그리고 그런 일상적인 생활 궤도 안에서 별 특별할 것 없이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살면서 앞으로도 남은 날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본인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를 모른 채로 현실에 안주하면서 열정과 설렘도 이미 오래전에 사라지고 없었다. 아이들의 엄마로 사는 것도 행복하고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뭔지 모를 갈증이 찌꺼기처럼 남은 채로 사그라지는 불꽃이 되어 열정도 함께 사그라지고 있었다."

[b]- 책을 쓰는 과정은 어땠나.[/b]

"일단 책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니 에너지와 열정이 가득 불타올라 스스로 믿기지도 않을 만큼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글을 써나갔다. 힘든 점보다는 오히려 글을 쓰면서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감성들을 끄집어내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추억하며 써내려간 마음의 말을 보면서 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고 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쁘고 행복해서 눈물로 글을 썼다. 어린 시절부터 외롭고 힘들 때마다 혼자 책을 읽으며 보낸 시간이 그런 힘의 밑바탕이 되어 준 것 같아 스스로에게도 감사했던 시간이었다. 운명이 이미 그때부터 저에게 오늘의 시간을 준비해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b]- '십이월의 아카시아'가 출간되고 나서의 변화는?[/b]

"누군가가 이야기했다. 책 한 권을 쓴다고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지금 인생의 어떤 날보다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책을 보고 주변 지인들이 울면서 전화해 고생했다고, 몰라서 미안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상을 보내고 있다. 출판사 이야기를 들어보니 출간 된지 일주일이 지나지 않았는데 많은 분들이 책을 사랑해주고 있다고 했다. 순천과 서울에서 출간 기념회를 진행했고 한 기업으로 부터 요청이 들어와 강연을 했다. 난생 처음 사람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했다. 함께 웃어주고 울어준 청중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b]- '십이월의 아카시아' 중 기억나는 에프소드가 있다면.[/b]

"아버지와 사랑했던 사람이 보고 싶을 때마다 아버지 계신 곳을 찾아가 마음의 말을 했었다. 그와 함께 지나쳤던 섬진강 휴게소에서 혼자 갔던 날이 있었다. 그곳에서 곁에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혼자 라면을 먹던 날 혼자 많이 울었다. 실제로 그 글을 쓰면서도 쏟아지는 울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무언가 너무 하고 싶거나 보고 싶을 때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주는 감정은 때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을 쏟아내곤 한다. 그날은 너무 그립고 너무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서 기억이 남겨진 그곳이라도 가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은 날이었다."

[b]- '십이월의 아카시아' 중 인상 깊은 구절이 있다면.[/b]

"돌아오지 않을 추억과 돌아오지 않을 봄의 기억이 따뜻하게 남아 나를 살아가게 한다. 사랑이 지나가는 한순간의 진리 일지라도 여전히 매 순간을 사랑하며 살아갈 것이다. 사랑받고 사랑했던 모든 날이 아름답게 남아있다는 것과 그 사랑이 끝나지 않는다는 게 나에게는 영원불변의 진리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오늘의 당신을', '오늘의 나를' 사랑한다."

[b]- 향후 계획이 있다면.[/b]

"제 능력이 허락하는 한 내 마음을 글로 남기고 싶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을 따스하게 하는 글을 쓰고 싶다. 무엇보다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을 살고 싶다. 물론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변함없이 잘하겠지만 한 번의 고비를 넘기면서 무엇보다 나로부터 발현이 되는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일종의 신념 같은 것이 생겼다. 결국 그것으로부터 내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b]-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b]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 나에게는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외롭고 힘들고 지칠 때가 있다. 몸과 마음이 아프고 슬플 때 사랑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있었기에 힘겨운 날들을 버티며 살아 갈 수 있었다. 그런 저처럼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가슴 따뜻한 날들을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간절히 원하는 것을 꿈꾸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아주 작고 사소한 일을 더 늦기 전에 시작한다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제 경험을 통해서 이야기 해주고 싶다. 톨스토이도 말했듯이 죽는 날까지 사랑하고 죽는 날 까지 꿈꾸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b]박정윤 작가는...

[/b]

1972년생. '삶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 가득한 글들을 엮어 뭉클한 한 권의 저서를 완성시켰다.

2019. 12. 저서 '십이월의 아카시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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