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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방송통신

[콘텐츠 구독경제 시대]中 뭉쳐야 산다…'넷플릭스' 대항 방송·통신 합종연횡 가속화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에 오른 '아이리시맨' 포스터./ 넷플릭스



# '비열한 거리', '택시 드라이버' 등 대표작을 탄생시킨 미국 영화계의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는 최근 넷플릭스와 손잡고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등 거물과 함께 범죄 영화 '아이리시맨'을 제작했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기고문을 통해 "오직 넷플릭스만이 아이리시맨을 원하는 방식대로 찍을 수 있게 해줬고 이에 항상 감사할 것"고 말했다. 넷플릭스로부터 '옥자'의 제작비 600억원 일체를 지원받은 봉준호 감독은 "이 정도 예산의 영화에서 감독에게 전권을 주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콘텐츠 구독경제 경쟁력 세운 넷플릭스에 기성 사업자 M&A로 '맞대응'

넷플릭스가 내로라하는 감독들을 대거 포섭한 비결은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자율성이다. 한 때 '영화계의 이단아'로 불렸던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영화와 TV부문을 포함해 올해 골든글로브상 34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며 할리우드 거대 영화기획사를 제치고 가장 많은 후보작을 냈다.

넷플릭스의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액은 약 150억달러(약 17조5000억원)에 달한다. HBO의 연간 콘텐츠 투자액의 세 배를 웃도는 수치다. 특히 넷플릭스는 메이저 스튜디오가 투자하지 않는 마이너한 장르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아 콘텐츠 다양성을 높였다는 평을 받는다.

넷플릭스가 개성이 뚜렷한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은 서비스 형태로 운영되는 구독경제의 특성 때문이다. 우선 매월 정기 구독료를 내는 신규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고, 기존 가입자가 업데이트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구독을 유지하기 때문. 자체제작 콘텐츠에 쓰는 돈은 넷플릭스의 장기적인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이 같은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 구독경제를 기반으로 한 OTT 서비스에 디즈니,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공룡기업들이 나서고 있다. 지난달 미국·캐나다·네덜란드에서 공식 출시한 '디즈니 플러스'는 마블 시리즈,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등 차별화된 콘텐츠에 출시 하루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콘텐츠 구독경제 시장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활발해진 인수·합병(M&A)이다. 미국 신규 대형 OTT 서비스 중 애플TV를 제외하고는 모두 최근 미디어 사업자 간 이뤄진 M&A와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다. 서로 필요한 것들을 가져오는 전략적 제휴가 구독을 지속하게 할 콘텐츠 확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통신사 AT&T는 위성방송 사업자 디렉TV에 이어 영화스튜디오, 유료방송채널 HBO, 보도채널 CNN 등을 보유한 글로벌 콘텐츠 기업 타임워너를 854억달러(약 99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월트디즈니는 영화스튜디오, 프로그램 제작 스튜디오, OTT 플랫폼 '훌루' 등의 콘텐츠와 플랫폼을 보유한 21세기 폭스를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케이블방송플랫폼 및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컴캐스트는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Sky Plc)를 297억 파운드(약45조2000억원)에 인수해 유럽 지역 진출의 길을 열기도 했다.

이를 통해 대형 콘텐츠 사업자도 구독경제 방식인 OTT 플랫폼을 통해 기존 유통 방식이 아닌 이용자에게 콘텐츠 직접 판매에 나서게 됐다.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강준석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M&A는 메이저 OTT 사업자에 대응하기 위한 전통적인 미디어 사업자들이 규모의 경제를 강화하고 콘텐츠 라이브러리 확대 등을 통한 OTT 서비스 제공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웨이브 이미지. / 콘텐츠웨이브



◆국내도 '헤쳐모여' 가속화…"자본력 있는 콘텐츠 기업·파급력 있는 플랫폼 결합해야"

국내에서도 OTT 구독경제 시대 흐름에 발맞춰가기 위해 합종연횡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 방송, 통신 업체 등 기존 미디어 기업이 구독경제 시장 진출에 나서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9월 국내 OTT 시장에 뛰어든 '웨이브'가 대표적이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와 통신사 SK텔레콤이 손잡고 시장에 내놓았다. 국내 OTT 최초로 총 3000억원을 들여 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방침도 내세웠다. 그 뒤를 이어 CJ EMN도 방송사 JTBC와 손잡고 '티빙'을 기반으로 하는 통합 OTT 플랫폼을 내놓기로 했다. 최근에는 KT가 자사 인터넷TV(IPTV)인 '올레tv'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OTT 서비스 '시즌'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만, 아직까지 이들 OTT는 초기 단계로 시장에서 넷플릭스나 글로벌 OTT 서비스를 능가하는 파급력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OTT의 성장이 IPTV 등 통신·방송사의 기존 사업의 '코드커팅(유료 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OTT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일으켜 카니발리제이션(자기시장잠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OTT 시장에 뛰어들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임종수 세종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미디어 시장은 구독경제를 중심으로 한 모델로 발달하고 있고 적합한 행위자 플레이어들이 '헤쳐모여'를 하는 중"이라며 "구독경제 흐름에 맞게 필요한 콘텐츠 등을 미리 만들 수 없어 전략적인 제휴와 M&A가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통신·방송 사업자뿐 아니라 토종 플랫폼인 왓챠플레이도 매력적인 OTT 플레이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왓챠플레이는 최근 월 7900원 단일 요금제에서 프리미엄 요금제를 마련했고, 최대 4대 기기 동시 접속이 가능한 프리미엄 요금제도 출시했다.

임종수 교수는 "넷플릭스, 아마존프라임 등이 그간 대세였다면 미국이나 국내에서 기성 미디어 계열이 OTT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020년에는 경쟁사 간 싸움이 활발해 질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자본력 있는 콘텐츠 업체들이 파급력 있는 토종 플랫폼 왓챠플레이 등과 손잡고 오리지널 콘텐츠도 내놓으면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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