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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함께 살자" 손 내민 재계, 유럽식 대기업 꿈꾸나

최태원 SK회장(오른쪽 두번째)이 '2019 기업시민 포스코 성과공유의 장 행사장'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오른쪽 첫번째)과 함께 전시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가 '상생'이라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순 기부가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국내 경제 구조도 한층 단단해지는 모습이다. 기업이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대신 총수 경영권을 보장받는 유럽을 롤모델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 기업 시민 성과발표회'에서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특강을 펼쳤다.

최 회장이 SK가 아닌 기업 행사에서 연단에 선 것은 처음이다. 대기업 총수가 다른 기업 행사에 참여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을 강조하며 포스코와의 협력을 예고했다.

앞서 최 회장은 일찌감치 기업이 이윤 추구를 벗어나 사회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올해에는 기업을 단순 실적이 아닌 사회에 끼친 영향으로 평가하는 측정 방법을 완성하고, 이를 SK그룹 전사적으로 적용하기도 했다.

최 회장이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는 이유는 시대 변화 때문이다. 기업이 이익만을 추구하다보면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미래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며,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고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한다는 지론을 펼쳐왔다.

이 같은 철학은 재계 전반으로도 전파되는 분위기다. 기업들이 기부금을 줄이는 대신, 협력사 지원을 강화하고 스타트업 육성에도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삼성전자가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올 초 '함께가요 미래로! 인애이블링 피플'이라는 새로운 사회공헌 비전을 발표하고 '드림클래스'와 '씨랩 아웃사이드' 등 교육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한 게 대표적이다. 청년 전문가를 육성해 취업난 등 사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활동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비전 2030' 역시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대규모 상생안을 포함했다. 시스템 반도체 부문 육성과 동시에 팹리스와 패키징 등 관련 협력사들을 적극 지원하는 내용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가운데 오른쪽)은 지난해 출소 후 경영 계획에 다양한 상생안을 포함하며 '자상한 기업'으로도 등극했다. 사진은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이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왼쪽)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특히 삼성전자의 상생 노력은 일본 수출 규제에서 본격적으로 빛을 발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진두지휘하면서 국내 산업계 약점으로 지적됐던 반도체 소재와 장비 업체들에 기회를 확대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견고히 하는데에도 성공했다.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도 삼성전자의 핵심 상생 노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기획한 사업으로, 중소 기업에 스마트 공장 구축을 조언하고 지원해주는 내용이다. 4차산업혁명에 대응해 중소 제조업들에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 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노력으로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7번째 '자상한 기업'에도 선정됐다.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도 꾸준히 강화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협력사 지원은 물론, 데이터와 기술을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에 공유하는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나섰다. 데이터 오픈 플랫폼 개발자 포털인 '현대 디벨로퍼스'를 통해서다. 그 밖에 대기업들도 실적 개선보다는 상생에 초점을 두고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은 선진국 대기업들을 롤모델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이 고용과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대신,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차등의결권 제도로 오너 일가 소유권을 보장받는 형태다. 장기 투자 등 안정적인 경영을 가능케해 기업과 국민이 '윈-윈'하는 구조로 평가받는다.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이 대표적이다. 일렉트로룩스와 에릭슨을 비롯해 금융과 중공업 등 여러 업체를 보유한 회사로, 현지 고용을 책임지는 등 존경받는 대기업 중 하나다. 발렌베리 가문이 5대째 회장을 맡고 있다. 발렌베리그룹 회장은 오는 18일 방한할 예정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등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경영권 보장 제도가 자리잡지 못하는 분위기다. 스타트업 등 중소기업에 한해서라도 차등의결권을 허용해주자는 시도가 있었지만 지난달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현대차가 지배구조 개편에 난항을 겪는 등 국내 재계가 소규모 자본의 공격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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