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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김태한의 작가산책/2] 고독한 바다를 '글'로 헤쳐나간 항해사 김승주 작가

김승주 작가와 김태한 출판기획자가 서울 서초구 내 책과강연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나누는 모습/책과강연



[b]"파도를 넘는 것보다 오늘을 견디는 일에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b]

이제 막 대학생이나 됐을까. 청바지에 재킷을 입고 해맑은 미소를 보이며 인사를 건네는 김승주 작가(26·여)를 보고 다소 놀랐다. 약소해 보이는 김 작가는 아파트 10층 높이의 3만t에 이르는,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커다란 운동장 2개를 붙여놓은 크기의 대형컨테이너선 항해사이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현 고려해운에 근무 중인 2등 항해사다. 더욱이 그녀는 항해 중 저서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오늘을 견디는 법과 파도를 넘는 법'을 출간해 여론의 흥미를 유발했다. 김 작가는 저서를 통해 "한 번 배에 오르면 6개월은 꼼짝없이 갇혀서 생활한다"며 "1000일이 넘게 배를 몰면서 매일 몰려오는 시련과 외로움은 오롯이 혼자 이겨내야 했고 누군가에게 기댈 수도 없었다"고 했다. 바다 위 삶이 생소하면서도 극단적인 환경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래선지 이러한 환경에서 매일 '혼자' 견뎌야 하는 그녀의 얘기는 결코 낯설지 않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김 작가가 펜을 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서초동 인근 '책과강연' 연구실에서 김 작가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b]- 첫 질문으로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b]

"해양대학교 해사수송과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고려해운에서 근무 중인 2등 항해사 김승주다. 졸업 후 바로 취업해 3등 항해사로 1년 반을 승선했고 현재는 2등 항해사로 2년 째 승선 중이다"

[b]- 항해사를 하면서 글까지 썼다.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글을 쓴 이유는 무엇인가.[/b]

"바다를 6개월 정도 항해하다 보면 문득 '지워진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전화 연락은 물론 인터넷도 사용할 수가 없기에 자연스럽게 육지의 소식과 멀어지게 된다. 그땐 육지에서 나의 흔적들이 사라지는 것 같다. 그러다 문득 내가 여기서 홀연히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나는 그 흔적을 여기저기 끼적이기 시작했고, 결국 그것들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게 됐다."

[b]- 글을 쓰면서 달라진 점은?[/b]

"키워드를 꼽자면 '성장'이다. 글은 생각을 옮기는 작업이다. 이 작업에 몰두하다보면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 과정을 통해 본연의 '나'를 만날 수 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고, 가치관은 무엇진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알게 됐다. 글을 쓰고 나서 여기저기서 '내 책을 보고 힘을 얻었다'는 독자들의 메시지를 받을 때면 한편으론 책임감이 들기도 하면서 '더욱 가치 있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b]- 책을 쓸 때 어려웠던 점은?[/b]

"사실 글에 있어서는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라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어려웠던 점은 출판사와 연락하는 것이었다. 언급했듯 배 위에서는 인터넷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배가 항구에 접안을 했을 때만 한꺼번에 많은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출판사와 많은 관심을 보여준 출판사와의 미팅은 인천항에 몇 시간 정도 접안했을 때 이뤄졌다. 운이 닿아서 좋은 출판사를 만날 수 있었다."

[b]- 아무래도 항해사라는 직업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항해사는 어떤 일을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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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항해사는 배를 운항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컨테이너선을 운항하는데, 이 배의 존재 이유는 화물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실어 나르는 것이다. 약 3만 톤의 배에 화물을 싣고 바다를 건너 다시 화물을 육지에 내릴 때까지의 과정이 안전하게 이루어지도록 관리, 감독하는 사람이다. 배가 항해를 할 때는 항해당직에 임한다. 바다 위에서 배를 운전한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다른 선박이나 어선, 어망, 수심 등에 주의하면서 안전하게 배가 항해할 수 있도록 견시(見視)하는 거다. 배가 항구에 접안하면 정박당직에 임한다. 싣고 온 화물이 안전하게 하륙되는지, 실리는 화물이 잘 실리는지 단단하게 배에 고박 되는지 확인하는 일을 한다.

[b]- 직업 특성상 유독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 것 같은데, '혼자'를 견디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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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그것을 하면 심리적인 안정은 물론 내가 이 일을 해야 할 동력을 얻는다. 일에 임할 때도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목표나 보상을 생각하지 않아도 순수한 활동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말이다."

[b]- "대학 진학에서 자연스럽게 취업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를 책에서 문득 읽었다.[/b]

"돌이켜보면 대학에 진학 했을 때부터 나에게는 목표가 없었다. 그냥 눈앞에 있는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대학 생활에선 교육, 훈련, 점검 등이 눈앞에 해야 하는 일이었고 그것들을 하나씩 견뎌내겠다는 생각으로 전진했다. 물론 쉽진 않았지만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포기를 했으면 목표가 없기 때문에 무얼 할지 몰라 더 어려웠을 거라 생각한다. 그저 눈앞에 있는 일을 하나씩 해내다 보니 배타는 일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고 그렇게 항해사가 됐다."

[b]- 독자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나.[/b]

"배에 있다 보니 이상하게 하고픈 말들이 많아졌다. 육지에서는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들이 당연한 것들이 아님을 몸소 느끼게 되면서 인 것 같다. 두 발을 땅에 딛고 생활하는 '지금'이 얼마나 벅차고 소중한 것인지! 그래서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나에게 온 기회들,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해보면 뭐든 좋은 것 같다. 결과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결과가 좋으면 좋은 것이고 좋지 않았다면 다음 번에 빠르게 방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좋은 경험을 한 것이지 않나."

[b]- 향후 계획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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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배를 타면서 계속 글을 쓸 생각이다. 하지만 어떤 책이 나올진 모르겠어요. 이번에 나온 책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흘러갈지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얽매임 없이 글을 쓸 수 있었고, 진솔한 저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다. 멈추지 않을 것이다. 쓰다보면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럴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b]김승주 작가는...[/b]

1993년생. 한국해양대학교 해사수송과학부 학사-현 고려해운 2등 항해사

2019. 9. 저서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오늘을 견디는 법과 파도를 넘는 법'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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