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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김태한의 작가산책/0] 들어가는 말

김태한 출판기획자/책과강연



얼마 전 가족들과 함께 삼척을 찾았다. 푸른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풍광은 그 자체만으로도 비경이었다. 언젠가 한국을 찾은 외국 친구가 햇살을 튕겨내는 동해바다를 보고 'beautiful(아름답다)'을 연발하던 것이 기억났다. 감탄사를 내뱉는 그 모습에 절로 어깨가 으쓱했다. 이렇게 1년에 4번씩 옷을 갈아입으며 감탄거리를 주는 곳이 또 있을까.

그런데 한참을 걷다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광경과 맞닥뜨렸으니 그것은 바로 바위마다 새겨진 관광객들의 이름이었다. 그들은 날카로운 돌을 한 손에 들고 '넘어가지 마시오'라는 팻말을 기어이 넘어 바위들의 몸 이곳저곳에 자신들의 이름으로 생채기를 내어 놓았다.

'김00 왔다감', '□□♡△△', '○○야 사랑해'

비슷한 내용의 표식들이 걸음을 옮기는 내내 계속됐다. 함께 와준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왠지 머쓱한 마음에 서둘러 발걸음을 다음 장소로 옮겼다. 이동하는 내내 제 몸을 온전히 내준 바위들이 머릿속을 맴돌며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들은 왜 이름을 남겼을까.'

왜 기어코 돌을 들고 팻말을 넘어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을까? 왜 사랑을 증명하고 싶었을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결국 내린 나름의 결론은 사람은 '인정받고 싶어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누군가는 회사의 지위로, 누군가는 대중적 명성으로 그리고 또 누군가는 '글'로서 말이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은 저서 '나는 왜 쓰는가(한겨레출판, 2010)'에서 그가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 네 가지를 열거했다.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이 그것이다.

그중 순전한 이기심을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순전한 이기심은 똑똑해 보이고 싶은 욕구,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욕구, 사후에 기억되고 싶은 욕구, 어린 시절 자신을 푸대접한 어른들에게 앙갚음하려는 욕구 등을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나 또한 순전한 이기심에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글을 통해 나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한 것이었다. 어쩌면 바위에 이름을 새겨 넣은 그들 또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순전한 이기심'에 나를 찾는 이들이 많다. 직장에서 커리어를 쌓기 위해 책을 쓰는 사람들, 더러운 회사를 때려치우고 책을 써서 그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 자녀들에게 아빠가 이런 사람이었노라 남기고 싶은 사람들, 글을 통해 타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고 싶은 사람들. 저마다 목표는 달랐지만 한 가지는 같았다. 바로 자신의 이름으로 된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마음'이다.

글은 우리들 머릿속에 있던 생각을 밖으로 우려내 번지게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어렵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괴로운 쪽에 가깝다. 하얀 여백 위에 깜빡이며 어서 빨리 다음 글을 달라고 보채는 커서를 보는 것은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몇 번이나 썼다 지우길 반복하며 꾸역꾸역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써낸 사람들의 괴로움이야 오죽했을까.

그래서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단순히 주어와 술어를 조합해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괴로움을 이겨낸 눈으로 반짝이며 말하는 그들의 눈빛을 사랑한다. 좋은 기회가 닿아 본 지면을 통해 그들이 어떤 괴로움을 넘어 책을 썼는지, 무슨 욕구로 책을 썼는지, 왜 그들이 글을 통해 존재를 증명 받고 싶어 했는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전문 인터뷰어가 아니다 보니 다소 모자라거나 어색할 수도 있다. 너그러이 격려와 양해를 부탁드린다.

[b]김태한 출판기획자는...

1982년생 서울 출신. 중앙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석사

2017. 1. 저서 '루저-240일간의 자기 혁명' 출간

2017. 07. 출판기획에이전시 책과강연 설립

2017. 07. ~ 현재. 책과강연 출판기획자로 활동

2018. 11. 저서 '기획자의 책 생각' 공동출간[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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