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의 자본 확대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향후 기금형퇴직연금 도입 시 자산운용사 역량강화가 필수적이고, 그러기 위해선 자본력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한다는 주장이다. 자산운용사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지주사의 증자, 자산운용사 배당 유보 등이 자본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가 '한국 자산운용업계 NPK 대표단'을 구성해 지난 달 22일부터 29일까지 룩셈부르크 주요 기관과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유럽 주요 운용사와 미팅을 끝낸 후 국내 자산운용사 자본 확대 필요성에 입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기에는 자본 규모가 현저히 적다는 문제인식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나올 수 없는 상황"
현재 국내에서 가장 자본 규모가 큰 자산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상반기 기준 1조 6084억원이다. 다음으로 삼성자산운용(4465억원), 한화자산운용(2056억원) 순이다.
해외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비교하면 이들 기업의 규모는 한없이 작다. 블랙록자산운용의 자기자본은 30조원 수준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 역시 공시된 바 없지만 자본이 수 십 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자산운용사의 경쟁력도 떨어진다. 올 2분기 260개 자산운용사의 순이익은 212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2.7% 감소했다. 수수료수익은 늘었지만 증시부진에 증권투자손익(파생상품 포함)이 줄었다. 특히 260개사 중 118개사가 적자를 냈다. 2개사 중 1개사가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의 현 상태로는 글로벌한 운용사가 나오기 어렵다"면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등을 앞두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자·순이익 유보 등이 대안
자산운용사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자본 확대가 꼽히는 이유는 초대형 증권사(IB) 육성으로 증권사가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에 기인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와 달리 증권사들은 증시 부진과 상관없이 지난 2분기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순항하고 있다"면서 "이는 과거 1,2조원에 불과했던 증권사가 자본시장 육성 정책으로 몸집을 키우면서 해외 IB딜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자본 규모 등의 한계로 국내 시장에서만 먹거리를 찾고 있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투자금융(IB) 관련 단독 딜(deal)을 따내고 있는 자산운용사는 자본 1조원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유일하다.
기금형퇴직연금 도입을 위해서도 자산운용사의 경쟁력 강화는 필수적이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는 근로자가 은행이나 보험,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가 아닌 전문 위탁기관과 계약을 맺는 것으로 국회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자본시장특위)는 연내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적립된 퇴직연금 규모는 147조원으로 기금형퇴직연금이 도입되는 순간 100조원이 넘는 자금이 시장에 풀리게 되는 셈이다. 그만큼 적립금을 실제 운용하게 될 자산운용사의 운용 능력도 중요해졌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의 목적은 원리금보장상품에 집중되어 있는 현행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의 비합리성을 개선하여 궁극적으로 근로자의 실질적인 퇴직급여 수급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존의 전통적 자산 외에, 장기적으로는 대체투자 및 해외투자 부문으로까지 운용 역량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운용의 차별성은 전통적 투자가 아닌 대체투자와 해외투자 부문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높은 자국 편향(home bias) 문제를 완화하고 글로벌 분산투자를 통한 장기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특히 해외투자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산운용사 자본 확대를 위해서는 자산운용사를 계열사로 보유한 지주사의 육성 의지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본을 키우기 위해 지주사가 증자를 결정하거나 자산운용사 순이익을 배당하지 않고 유보하는 방식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주사는 자산운용사를 캐시카우 정도로 여기고 나오는 순이익의 8,90% 이상을 배당하고 있다"면서 "자산운용사 자본을 키우기 위해서는 배당을 하지 않고 순이익을 유보하거나 적극적인 증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