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청탁 채용...공공부문 '고용세습' 사실로
감사원 5개 기관 대상 '비정규직 채용 및 정규직 전환' 감사결과
공공부문의 '고용세습' 의혹이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2018년 12월3일부터 지난 2월1일까지 서울교통공사 등 5개 기관을 대상으로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 감사를 실시해 총 31건을 감사해 채용 업무를 부당하게 한 관련자 등 72명에 대해 신분상의 조치를 요구했다. 그 중 29명을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서울시장에게 인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서울교통공사 사장을 해임하라고 통보했다.
이번에 감사를 받은 기관은 서울교통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전KPS주식회사,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이다. 감사원은 이들 5개 기관의 정규직 전환자 3048명 중 333명(10.9%)가 재직자와 친인척 관계였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정규직(일반직) 전환자 1285명 중 192명(14.9%)이 재직자와 친인척 관계로, 위 공사가 당초 감사원에 제출한 자체조사 결과인 112명보다 80명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도시철도공사는 특히 과거 기존 직원의 추천을 받은 친인척 45명을 면접 등 간이 절차만 거쳐 기간제로 채용했고, 구 서울메트로는 사망 직원의 유가족 1명을 아무런 평가 없이 기간제로 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위 46명은 2018년 3월 서울교통공사 일반직으로 전환됐다.
이외에도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협력사 직원의 정규직 전환 추진에 부적정한 면이 발견됐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부가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 라인' 발표 이후 비정규직 채용은 금지됐음에도 협력사 채용의 공정성 확보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대 협력사가 신규 채용한 3604명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5년 12월 직장 예비군 참모를 계약직으로 신규 채용했는데 공항공사 사장이 조카사위를 합격자로 최종 선정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비정규직 채용 시 공사 직원이 면접위원으로 참여하여 동생에게 최고점을 부여하거나 채용 담당자에게 자녀 등 친인척의 채용을 청탁하고 채용 담당자들은 이를 들어주는 식으로 친인척 5명을 부당채용했다.
LH본부는 기간제 근로자 채용 시 직원이 면접평가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자신의 친동생이 포함된 것을 인지하고도 면접을 진행해 동생에게 최고점을 부여했으며, 파견근로자 채용 시 직원이 자신의 조카를 채용시키기 위해 채용담당자에게 특정인을 채용해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채용 담당자는 위 특정인만 불러 단독으로 면접을 진행했다.
한전KPS주식회사는 비정규직 채용 시 채용공고 상 자격요건을 미충족한 4명과 허위 경력증명서를 제출한 1명을 부당하게 채용했다. 한전KPS 사업처는 계약직에 공석이 발생하자 직원이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자신의 아들을 채용해 줄 것을 채용담당자에게 부탁한 사례도 있었다.
감사원은 이들 사례에 대해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앞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 하여금 지방공기업 등이 무기계약직을 일반적으로 전환하는 경우 관련 법에 따라 능력의 실증 절차를 거치도록 했고, 불공정하게 채용된 무기계약직은 일반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비위의 형태나 초래된 결과가 중대한 경우 관련자에 대해 중징계(서울교통공사 등 2개기관 7명)을 요구했고, 기관장 등에 대해서는 책임의 경중을 따져 인사권자에게 해임 등 적정한 조치를 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상세히 분석해 감사원 지적사항과 유사한 불공정 채용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공공기관 채용이 공정하고 능력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블라인드 채용을 안착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고용부는 아울러 지난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과 관련해서는 10월 중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채용절차법은 구직자 본인과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의 개인정보 요구와 수집을 금지하고, 채용과 관련된 부당한 청탁·압력·강요 및 금품 수수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장관은 "현장에서 채용절차법이 안착될 수 있도록 10월 중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고 지방관서를 통해 공공기관 등에 대한 지도·점검도 지역별로 실시해 개정 채용절차법을 준수하고 법 위반사실에 대해서는 적극 시정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