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번 주 취임 2주년을 맞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기대를 모았던 사법개혁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국민 담화 발표 후 1년이 지났지만 김 대법원장이 언급한 사법개혁의 첫 발조차 제대로 떼지 못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3일 오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동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2년, 사법개혁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 발제 자료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행정개혁의 관점'에서 발표했다. 그는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회의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법원 조직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면서 "하지만 국회 논의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사법개혁을 위한 입법적 개선 작업은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대법원 규칙을 통해 '사법행정자문회의'라는 대법원장의 자문기구를 설치한 것을 설명한 것.
하지만 외부 인사 참여 등 위원 구성과 실질적 역할을 두고 사법개혁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온다. 한상희 교수는"실질적 권한을 갖지 못하는 자문기구로,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견제하기는커녕 되레 정당화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대법원장이 위원 구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한계점으로 꼽힌다. 한상희 교수는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해소하라는 게 민심인데 더 강화하는 체제를 만든 것"이라며 "사법행정에서 민주적 절차를 마련하라는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옥상옥'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법관들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법관들의 징계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시간을 끌다 다수 판사들의 징계 시기를 놓치고, 일부에 대해서만 징계를 청구했다는 것이다.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대법원장은 법관징계위원회에 징계 청구를 할 수 있고 징계시효는 징계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3년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1차로 징계가 청구된 법관 13명 중 8명에 대해 징계를 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5월 2차로 10명의 법관에 대해 징계를 청구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한 교수는 "시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사법개혁과 사법농단 사건 청산인데 그 두 가지 모두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인적 구성이 다양해졌다는 점에는 긍정적 평가가 있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는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여성 대법관 수가 많은 편이고, 대법관 임명에 이른바 '서오정'(서울대·50대·남자)의 공식이 깨지고 있다는 점은 대법원 인적 구성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혁명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인적 구성의 변화가 긍정적인 것은 대법관 출신 배경의 다양화가 판결 성향에 있어 '보수와 진보 간의 수적 균형'으로 이어지고 실제 판결들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민변과 참여연대는 '사법행정자문회의' 대법원 규칙안에 대한 의견서도 제출했다. 이들은 "개혁안이라 부르기 어려운 '사법행정자문회의' 설치안을 철퇴하고 비법관 중심 상근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구 주장했다. 이들은 "사법행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재판받는 국민들의 시각을 반영하기 위해서 민주적 통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하는 사법행정자문회의가 구성돼야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외부위원이 실질적 견제 역할을 하는, 즉, 대법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 중 적어도 과반수가 외부위원으로 구성돼야한다"고 했다. 즉 외부위원 추천과 위촉에 대한 절차나 기준이 세부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외부 위원중 적어도 3분의 1은 상근위원이어야 한다는 조항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