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에 환자들의 바이탈 사인(생체 신호)를 나타내는 모니터들이 빼곡했다. 중환실과 응급실은 물론 일반병동에서도 실시간 살펴야 할 중환자들의 상태가 한눈에 들어왔다.
오른편에는 신속대응팀(RRT) 화면이 떠있다. 80~90세 고령층, 중증 암환자 등의 이름과 병명, 진료과, 주치의가 모두 표시돼 있다. 혈액 검사 결과, 바이탈 등 각각 환자들에 필요한 수치의 기준점을 미리 설정하고, 실시간 수치가 기준점 아래로 떨어지거나 치솟으면 알람이 작동한다.
이 곳엔 두명의 중환자실 전담 간호사가 상주한다. 이들은 경고가 울리면 바로 담당 주치의에 연락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컨트롤 타워, 이대서울병원이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임상통합상황실(Clinical Command Center)'의 모습이다.
임상통합상황실장을 맡은 조도상 이대서울병원 전략기획본부장은 "지금은 임상통합상황실로 시작했지만 앞으로 3년 후에는 병상 가동은 물론, 병원 전체의 흐름을 컨트롤하는 중앙통합상황실 'Capacity Command Center'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서울병원은 지난해 말 GE헬스케어와 협약을 맺고, 스마트병원 구축을 위한 임상통합상황실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실시간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환자의 위급 상황을 담당 의료진에 빠르게 전달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이화의료원 경영진은 시스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올해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을 찾았다. 존스홉킨스 병원은 현재 중앙통합상황실(Capacity Command Center)을 운영 중이다. 이대서울병원은 내년 까지 아이디어를 모아, 2021년 조직개편 등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쳐, 2022년 존스홉킨스와 같은 커맨드 센터를 본격 도입할 예정이다.
조 본부장은 "이대서울병원은 GE헬스케어의 시스템을 도입한 전세계 12개 병원 중 하나이며, 국내 첫 시도"라며 "존스홉킨스의 사례를 벤치마크해 이대서울병원에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각 분야별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으며 내년쯤 계획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통합상황실이 활성화되면 간호사 두명이 상주하던 공간은 20~30명이 모이는 공간으로 확장된다. 원무과는 물론, 병상을 배분하는 간호팀, 엠뷸런서, 닥터헬기 응급 수송팀, 대외 진료협력팀 까지 한 자리에 모인다.
조 본부장은 "각자 전화로 연결해야 했던 일이 한 공간에서 직접 눈을 맞추며 일사천리로 이루어질 것"이라며 "기존 10분 이상 걸리던 일도 실시간 처리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원활한 병상 가동률이다. 최대 95% 까지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본부장은 "병상은 100%를 돌리기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95%가 최대치로 본다"며 "중앙 통제 시스템이 가능해지면 환자들의 입퇴원 회전율을 높여 병상을 늘리지 않더라도 병상 가동률을 95% 까지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혜택은 환자들에 돌아간다. 편의성과 안전성이 동시에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조 분부장은 "입퇴원 프로세스가 빨라지고, 병상 가동률이 높아지면 진단과 처치, 입원과 수술이 모두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환자의 불필요한 대기 시간이 사라진다"며 "병원측에서도 인력관리나 자원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