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체가 경기 침체와 주력시장의 소비패턴 변화 등으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쌍용자동차와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자제하고 노사간 협력을 강화해 돌파구 모색에 나서고 있다.
반면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지엠 노조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회사의 실적 악화는 갈수록 심화될 상황에 처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27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22차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 회사가 무분규 상태로 잠정합의안 마련에 성공한 건 지난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잠정합의안에는 임금 4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과 성과급 150%+300만원, 전통시장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이 담겼다.
현대차 노사는 7년간 끌어온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서도 의견을 모았다. 현재 두 달에 한 번씩 지급되는 상여금 일부(기본급의 600%)를 앞으로는 매월 나눠서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임금체계 개선에 따른 미래 임금 경쟁력과 법적 안정성 확보 격려금' 명목으로 조합원들에게 근속 기간별로 200만~600만원+우리사주 15주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노조가 2013년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과 올해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불거진 최저임금 위반 문제는 이 노사 합의로 해결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최근의 한·일 경제 갈등과 글로벌 보호무역 확산에 따른 위기의식을 노사가 공감했다고 전했다. 특히 노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품 협력사들에 힘을 보태고자 '상생협력을 통한 자동차산업 발전 노사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기아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을 중단했지만 현대차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까지 노사간 대화를 나눴지만, 접점을 찾지 못해 결렬을 선언했다. 기아차 노조는 집행부를 새롭게 구성하고 추석 이후부터 다시 사측과 협상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에 앞서 쌍용차는 자동차 업계의 위기를 감지하고 노사간 적극 협력에 나서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 8월 2일 올해 임금 협상을 타결하며 '10년 연속 무분규'로 교섭을 마무리했다. 쌍용차 노사의 주요 합의안은 ▲기본급 4만2000원 인상 ▲경영 위기 타개 동참을 위한 격려금 100만원(12월 말 지급) 등이다.
별도 합의사항으로 ▲고용안정을 위한 3자(마힌드라·노동조합·쌍용차) 특별협약 체결 ▲주간 연속 2교대 확대 적용 관련 별도 노사협의 ▲상여금 600%만 12개월 분할지급 등도 담았다.
반면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는 르노삼성과 한국지엠 노조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임단협을 지난 6월 1년만에 마무리 지은 탓에 올해는 아직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은 10월부터 공장의 시간당 생산량(UPH)을 기존 60대에서 45대로 변경할 방침이다. 생산 대수가 기존 대비 25%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만약 생산량 감산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 1800명의 부산공장 생산 근로자의 중 400명이 유휴인력으로 남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닛산으로부터 위탁 받아 생산한 로그의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 로그는 지난해 기준 부산공장 생산량(21만5680대)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연간 10만대에 이르던 닛산 위탁 물량은 6만대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며 오는 9월에는 계약이 끝난다.
결국 생산량 감소는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직 구체적인 인력 구조조정 규모나 방식, 시기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희망퇴직과 순환휴직 형태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은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당분간 봉합되기 힘들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지엠 노사 양측의 입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5.65%인상, 격려금 및 성과금 포함된 상여금 164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노조 제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지난해 8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매해 누적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의 수익성 회복을 무시한 채 노조 입장을 수용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판단이다. 한국지엠도 근무형태 변화 등을 고민하는 등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의 판매 부진은 잇따른 파업으로 소비자 신뢰가 감소했으며 신차 부재로 판매량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판매가 줄어들면서 신차 개발과 서비스 품질 개선 투자비용 감소로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매량 회복을 위해서는 노사간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