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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제약/의료/건강

[위기의 K-바이오·마지막]신뢰를 되찾는 길

국내 바이오 산업은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독자적인 기술을 안고 글로벌 시장을 향해 큰 꿈을 꾸던 토종 바이오 벤처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일부 기업들의 문제는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탓이다. 뿌리를 내릴 시간이 부족했기에 흔들림은 더욱 컸다.

전문가들은 과도하게 높아진 바이오에 기대치를 낮추고, 긴 호흡을 가져야할 때라고 조언했다. 혁신 신약 개발은 성공보다 실패가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바이오 산업이 깊게 뿌리내릴 수 있는 생태계의 최우선 조건이라는 지적이다.

◆돈은 많은데 투자처가 없다

12일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바이오 산업이 닥친 문제에 대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꼽았다. 바이오 산업에 쏠린 투자금은 많은데, 투자할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바이오업계로 돈이 몰리는데는 정부의 역할이 컸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5월, 바이오헬스를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오는 2025년 까지 연간 4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일에는 혁신 바이오의약품의 개발을 지원하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안(첨단바이오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연세대학교 노경태 생명공학과 교수는 "믿을 수 있는 기술평가를 통해 정말 미래 활용 가치가 높은 기술을 바탕으로 투자금이 모이고, 그 자금을 통해 벤처를 이끌어가는 것이 이상적인 과정"이라며 "하지만 한국 바이오 산업은 기술평가가 뒷받침 되지 않은 채 단기 성과에 돈이 급하게 모이고, 이 때문에 기대치가 과도하게 높아지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기대치가 높아지면 시장의 부담도 커지지만, 신약을 개발해야 하는 기업의 부담도 커지기 마련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약은 개발 기간이 길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투자가 이루어져야하고, 특히 한국 바이오산업은 역사가 짧기 때문에 더 길게 보고 투자를 이어나가야 한다"며 "하지만 이렇게 급하게 자금이 모이고, 빠지다보면 기업은 단기 성과에 집착할 수 밖에 없고,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는 시장은 신뢰를 잃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 관계자는 "이번 한일간의 분쟁에서도 나타났지만 한국은 기반기술이 취약하다. 밑바닥 부터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다"며 "하지만 정부 공무원들도 단기 성과에 집착해 자꾸 큰 걸 터트리리는 방향으로만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패는 당연" 문화 필요

신뢰를 얻으려는 기업의 노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A바이오 업체 대표는 "국내 바이오업체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 승인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주가가 치솟지만, 사실상 미국은 돈만 있으면 모두 임상을 할 수 있으나 제품화가 어려운 국가에 속한다"며 "신라젠의 경우 왜 임상 2상이 끝나고 기술수출이 되지 않았을까, 왜 임상 결과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을까 의문을 가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자체 보유 기술에 대한 임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시장의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이 관계자는 "원천 기술에 자신이 있다면 단계마다 학회 발표는 물론, 저명한 국제 학술지 등에 논문을 발표하는 노력으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일부 후보 물질들은 전임상, 임상1상 등 초기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에 기술수출 레코드를 쌓는 것도 신뢰를 얻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K-바이오의 안정적인 생태계가 갖춰지려면 실패를 용인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필수 요소다.

B바이오 기업 대표는 "세계 가장 큰 바이오 시장인 미국에서도 신약의 성공 확률이 1%도 안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업체들의 신약 실패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며 "하지만 시장도 투자자도 그 실패를 용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도 무리하게 신약 개발을 밀어부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라젠의 경우에도 이번 임상이 실패했어도, 펙사벡이란 기술을 믿는다면 다른 임상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이오 산업이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이라며 "실패를 당연히 여기고, 그 실패를 바탕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바이오 산업이 뿌리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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